■불장에 바뀐 투자문화
전 연령층 재테크 수단 자리매김
올해 삼전 151%·하닉 223% 뛰자
고객이 PB에 선물공세 ‘역조공’도
투자해도 안 해도 “포모” 하소연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 늘어
고등학교 2학년 김 모 군은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을 대부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주식 채널과 신문 기사를 투자 가이드라인 삼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대표적인 원전주로 분류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잇따른 수주 기대감과 기업공개(IPO)를 앞둔 스페이스X에 투자한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 군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주식 투자에 관심이 생겨 미성년자 계좌를 이미 개설해놨다”면서 “용돈 10만 원을 가지고 시작해 현재 400만 원까지 불렸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가 전례 없는 불장을 이어가면서 투자 문화도 급변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7000선을 돌파(5월 6일)한 지 13거래일 만에 8000선을 넘어설 정도로 ‘초고속 랠리’를 펼치자 주식 투자 환경이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주식 투자의 일상화’가 국내 증시 활황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눈에 띄는 변화 3가지를 짚어봤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PB들이 고객으로부터 감사 선물을 받는 ‘역조공’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통상 증권사가 VIP 고객 유치를 위해 명절 때마다 선물을 주는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온라인 취업 카페에서도 증권사들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문의하거나 취업 스펙을 공유하는 글들이 부쩍 늘어났다. 그간 대학생 취업 선호 1위가 은행이었다면 이제는 증시 호황 덕분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은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는 증권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배경에는 높은 수익률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부터 예·적금이나 가상화폐, 부동산에 묶어뒀던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는 ‘머니무브’가 거세진 상황에서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서만 91% 급등했다. 금융자산 50억 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의 포트폴리오(퇴직연금 제외)까지 미국 주식 대신 국내 주식 비중을 높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위주로 재편돼 비교적 단순화됐다는 점도 언급된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올 1월 2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일평균 거래 대금이 가장 높은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5조 9922억 원, 5조 12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률은 각각 151.46%, 223.13%에 달한다.
대형 증권사의 한 CEO는 “일부 고수익을 거둔 고객들이 담당 PB에게 고맙다며 직접 찾아와 선물을 줘 회사 차원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PB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닥 종목을 발굴해 추천해야 했지만 이제는 반도체주 비중만 늘려도 압도적 수익률을 내는 상황이 되다 보니 자본시장으로 모두 몰려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연령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 투자’가 자리잡은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주식 정보를 습득해 용돈이나 퇴직금을 주식 종목에 투자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대형 증권사 PB는 “올 들어 미성년자 계좌를 개설하려는 부모들의 방문이 잦아졌다”면서 “이날 오전에만 2~3명의 고객이 다녀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네이버의 한 은퇴자 모임 카페에서도 ‘주식 투자로 매일 10만 원 벌기’ 같은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전방위적인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 확산도 대표적인 변화로 꼽힌다. 늦게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들뿐만 아니라 기존 투자자들까지 동시에 느끼는 것이 최근 달라진 점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하고 있어도 더 많이 사놓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하거나 그 외에는 내 주식은 왜 안 오르냐는 분위기”라며 “오프라인 영업점에서는 반도체주를 얼마나 더 사야 하는지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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