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때 피임을 항상 하진 않는다는 ‘2030 여성’이 10명 중 4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임신이 쉽게 될 거 같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제일 큰 영향을 미쳤다. 피임법도 피임약보다 임신 가능성이 훨씬 높은 생리 주기 조절 등을 택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 성교육 강화 등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건강조사(2차)’ 보고서에서 담긴 내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정부 용역을 받아 지난해 8~9월 13세 이상 여성 6174명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다. 청소년(13~18세), 초기 성인(19~39세), 중장년(40~64세), 노인(65세 이상)으로 나눠 조사가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임기로 꼽히는 30대 이하 젊은 세대의 피임 관련 인식은 갈 길이 먼 편이었다. 전체 19~39세 여성의 53.4%는 최근 1년간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성관계 시 피임 빈도를 묻자 62%만 ‘항상 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38%는 ‘전혀 하지 않는다’(20.9%)라거나 ‘가끔 한다’(17.1%)고 답했다. 앞선 2022년 1차 조사(47.8%)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피임 수준”(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이란 평가가 나온다.
피임을 항상 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42.1%·중복 응답)가 가장 많았다. 콘돔 등 피임 도구 사용이 불편하다는 응답도 세 번째로 많았다(36.5%). 36세 여성 김모씨는 “나이도 좀 있고, 배란기에 맞춰서 성관계해도 임신이 될까말까라서 콘돔이나 피임약을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임 방법도 문제였다. 최근 1년간 성관계 경험이 있고 폐경·임신·출산하지 않은 이들 중에서 질외사정·생리 주기 조절을 제외한 현대적 피임법(콘돔·피임약 등)만 사용했다는 비율은 38.3%에 그쳤다. 콘돔과 경구 피임약을 제대로 썼을 때 성공률이 90%를 훌쩍 넘는 것과 달리, 개인의 의지에 기대는 질외사정·생리 주기는 확률을 따지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사연 연구진은 “피임을 항상 수행하는 것과 효과적인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짚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성관계 시 여성 본인이 사용한 피임법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택한 방법(중복 응답·피임 안 함 제외)은 생리 주기(33.6%)였다. 성관계 전에 복용하는 경구 피임약(20.9%), 응급 형태의 사후 피임약(10%)보다 훨씬 많다. 파트너가 사용한 피임법도 질외사정(42.2%)이 콘돔 다음이었다. 미혼 여성 김모(34)씨는 “평소 피임 방법으로 콘돔, 질외사정을 반반씩 쓰는 법”이라면서도 “질외사정일 때는 가끔 걱정돼 임신 테스트기를 쓰곤 한다”고 털어놨다.
청소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년 내 성관계 경험이 있는 13~18세 여성 3명 중 1명은 피임 빈도 질문에서 전혀 하지 않거나 가끔 한다고 답했다. 피임을 항상 하지 않은 이유로는 ‘피임 도구를 준비하지 못해서’(76.5%)가 가장 많았다.

유정현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해외에선 어릴 때부터 성관계 때 피임약을 먹어야 한다는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지만, 한국은 ‘난임 등의 부작용이 많다’ 식으로 약에 대한 오해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면서 “공공장소에 콘돔을 비치하지 못할 정도로 성 문제 자체를 쉬쉬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원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최근 1년간 성관계 경험 있는 19~39세 여성 중에서 피임하지 않았거나 실패해서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14.8%로 집계됐다. 이들 중 일부는 낙태(인공 임신중절)를 택하곤 한다. 지금껏 낙태해 본 적 있다는 19~39세 여성(성 경험 있음 기준)이 10명 중 1명(9.5%)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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