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OMD8hBsA-RI
저니의 대표곡 중 하나인 'Faithfully'
밴드 생활로 인한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과 헌신을 약속하는 발라드 곡으로
현재까지도 진심 어린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프린스 역시 이 곡을 듣고 깊은 영감을 받아 본인의 곡을 금세 작곡하게 되었지만,
막상 곡을 완성하고 보니 코드 진행이 너무 유사하다는 것을 느낀다.
혹시 모를 저작권 문제를 염려한 그는 결국 'Faithfully'를 작곡한 조나단 케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게 된다.

"음.. 조나단 맞나요? 저 프린스예요. 다름이 아니고, 내가 작업한 곡 좀 들어주시겠어요?"

(데모를 들려주며)
"최근에 쓴 곡인데, 만들어놓고 보니까 당신의 곡과 너무 흡사한 것 같아서요... 'Faithfully'요.
혹시 바꾸길 원하신다면 코드를 좀 고쳐놓을게요. 난 소송 당하는 걸 원치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조나단의 대답을 기다렸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조나단 케인
"그럴 리가요. 이건 전혀 다른 곡인데요? 정말 훌륭한 곡이에요.
이렇게 직접 전화해 주시다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당신이 얼마나 품격 있는 분인지 느껴져요.
이 곡은 무조건 히트할 것 같아요. 행운을 빌겠습니다."
프린스의 배려 넘치는 태도에 감동한 그는 곡이 잘되기를 응원했고
그제야 안심한 프린스는 본격적으로 곡을 다시 작업하기 시작한다.

프린스와 더 레볼루션
본래 컨트리풍으로 기획됐던 이 곡은 플리트우드 맥의 스티비 닉스와의 듀엣을 염두에 두었지만
그녀는 10분 분량의 연주 데모를 듣고 부담을 느껴 정중하게 제안을 고사했다.
이후 밴드 리허설에서 기타리스트 웬디 멜보인이 즉흥적으로 선보인
새로운 코드 진행에 프린스가 반해 곡의 분위기와 방향이 즉각적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전체적인 구성과 정서가 새롭게 재정립되었다.
완성된 곡은 1983년 8월 3일 미니애폴리스 퍼스트 애비뉴에서 열린 자선 공연에서 최초로 연주되었고
당시의 라이브 실황 녹음에 일부 오버더빙을 더한 형태로 정식 음반 수록이 결정되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공연의 실황 녹음이 최종 마스터 트랙으로 채택되는 이례적인 방식이 선택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vnYmWpD_T8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된 곡이 바로 'Purple Rain'이었다.

1985년, 제57회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수상 소감을 전하는 프린스
동명의 앨범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Purple Rain'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두 부문을 수상하였고
(최우수 록 듀오/그룹 보컬 퍼포먼스, 영화·TV 및 기타 영상 미디어 부문 최우수 스코어 사운드트랙 앨범)
아카데미 어워드에서는 최우수 오리지널 음악상 부문을 통하여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그는 만 26세의 나이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이는 해당 부문 최연소 수상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아카데미에서 이 부문이 폐지됨에 따라, 프린스는 지금까지도 해당 부문의 최연소이자 마지막 수상자로 기억되고 있다.
무대와 스크린을 동시에 장악한 프린스는, 그렇게 1980년대의 가장 빛나는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럼에도 프린스는 여전히 마음 한켠의 불안을 떨치지 못했는지
결국 다시 한 번 저니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저니의 기타리스트 닐 숀은 "우리에게는 그저 최고의 찬사일 뿐이다. 그러니 넘어가자"고 당시를 회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m03wqLY3Nc
이후 프린스는 감사의 뜻으로 저니 멤버들에게 'Purple Rain' 투어의 1열 공연 티켓을 선물하였으며
조나단 케인은 프린스가 무대에서 직접 던져준 탬버린을 지금까지도 소중한 기념품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나단 케인
훗날 조나단 케인은 프린스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그 곡에는 공동 작곡 크레딧을 요구할 생각조차 없었어요. 괜한 악운을 부르는 일이잖아요.
두 곡은 코드 진행 말고도 가사 없이 흘러나오는 코러스나, 기타 솔로의 뉘앙스까지도 닮은 면이 있긴 했죠.
그를 두고 내가 문제를 삼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리 노래를 노골적으로 베낀 사례는 훨씬 많았어요.
특히 원디렉션의 어떤 곡은 들으면서 좀 불쾌하긴 했지만... 그냥 넘겼죠.
하지만 당시 프린스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결국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작은 배려는 두 거장의 음악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고
이들이 보여준 태도는 음악이 단순한 선율을 넘어 창작자 간의 예의와 존중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덕분에 'Faithfully'와 'Purple Rain'은 분쟁이 아닌 우정의 흔적을 품은 채 각자의 자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울려 퍼지게 되었고
그렇게 프린스는 음악 뿐만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지녀야 할 태도마저 세상에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