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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묵은 예산실 ‘금녀의 벽’ 깼다...700조 나라살림 이끄는 46회 여성 듀오

무명의 더쿠 | 05-25 | 조회 수 1921

700조 예산 쥔 총괄·정책과장 첫 여성 동기 투툽
새 정부 첫 추경·본예산에 전쟁 추경까지 ‘속도전’
잦은 야근·위계질서 강한 남성 중심 예산실 문화
46회 행시 수석·차석이 예산실 핵심 보직 이끌어
예산처 총괄급 여성 비율 33%...세대 변회 신호탄

 

700조원이 넘는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예산처에서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을 총괄하는 핵심보직인 예산총괄과와 예산정책과를 46회 여성 행정고시 동기가 맡아 주목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기획처의 간판은 수차례 바뀌어 왔지만 두 핵심 보직을 여성 관료가 동시에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자리는 예산시즌마다 잦은 야근은 물론 부처 간 기싸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해 오랫동안 남성 관료들의 영역으로 여겨져왔다. 이번 여성 듀오의 동시 발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한 ‘고시 여풍(女風)’ 속에서 입문한 여성 관료들이 단순한 수적 증가를 넘어 이제는 보수적인 기획처 조직 내에서도 핵심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기획처에 따르면 지난 3월 부처 출범 이후 단행한 첫 과장인사에서 박정민 예산정책과장이 예산총괄과장으로, 김정애 산업중소벤처예산과장이 예산정책과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기획처는 이번 인사에서 젋고 유능한 인재의 전진 배치와 출신을 넘어선 능력 중심 발탁, 여성관리자 확대, 부처 간 교류 활성화 등을 주요 방향으로 내걸면서 총괄과장급을 45회 중심에서 46회로 세대교체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예산실의 심장부인 예산총괄과·예산정책과에 여성 과장을 나란히 앉힌 점이다. 여성 예산총괄과장은 2023년 발탁된 장윤정 과장(43회)이 최초지만 총괄과장과 정책과장을 여성이 동시에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산실은 경제부처 내에서도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밖으로는 각 부처가 제출한 예산 요구안을 ‘칼질’하는 갑으로 통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수백조원 규모의 국가 예산을 한 치의 오차 없이 다뤄야 해 조직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특히 6월 초 예산심의 시즌이 시작되면 예산실 전체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대형 사업들을 검토해야 한다. 장기간 야근과 높은 업무 강도 속에 조직 특유의 도제식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왔다. 이 때문에 예산안 편성지침과 본예산·추경, 지출구조조정 등 예산 핵심 업무를 총괄하는 두 보직은 남성 관료들의 전유물이었다.

 

...

 

예산실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를 세대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00년대 초 행정고시에 불어닥친 여풍(女風)을 계기로 공직 내 여성 관료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과장급 인사 이후 기획처 실·국 총괄급 과장 중 여성 비율은 21%에서 33%로 확대됐다. 다만 미래 예산총괄국장과 예산실장으로 이어지는 핵심 코스인 예산실 ‘투톱’ 자리에 여성 관료가 동시에 올라선 것은 또다른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0년대 초반부터 늘기 시작한 여성 관료 세대가 단순한 숫자의 증가를 넘어 조직의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행시에서 행정직군 여성합격자 비율은 한 자릿수이거나 많아야 10%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 22.5%로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뒤 2015년에는 48.2%까지 상승했고, 현재도 40%대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성 관료의 공직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주요 보직에는 여전 비중이 낮은 ‘유리천장’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면서 “적어도 기획처 내부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고, 역대 예산실 최초로 여성 동기 관료가 핵심 보직 두 곳을 동시에 맡았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62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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