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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현실 후기. 결혼 안 해도 행복한 해외 여성들의 비혼 라이프

무명의 더쿠 | 12:14 | 조회 수 4228

많은 여성이 싱글 라이프를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 사회는 우리가 절박하게 남자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는 걸까? 실제로 해외에서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선택이 어떤 자유와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봤습니다.

 

 

“걱정하지 마. 너 같은 여자가 재고로 남을 일은 없으니까.”

휴대폰 화면에 뜬 친구의 메시지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 나이 많은 친척들이 나를 재단하는 말은 심심찮게 들어왔지만, 내 친구가 나를 팔리지 않아 먼지만 쌓여가는 재고 취급을 할 줄은 몰랐다.

 

나는 지난 15년간 싱글이었다. 이건 내가 선택한 삶이다. 친구들도 내 모습 그 자체로 나를 봐줄 거라고 생각했다. 혼자서 잘 살아가는, 자신감 넘치고 행복한 여성으로. 나는 즉흥적으로 멀리 여행을 떠나고, 오후에는 호화로운 거품 목욕을 하며, 킹 사이즈 침대에서 불가사리처럼 몸을 쭉 뻗고 자는 사람이다.

 

하지만 친구 눈에는 내가 비참한 독신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마치 인생이라는 대기실에 머물며 한 남자가 나타나 나를 탈출시켜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글로벌 금융 회사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영국의 25~40세 여성 45%가 독신일 것으로 예측한다. 내 주변에도 싱글 라이프를 선택한 여성들이 이미 많이 있다. 모든 미혼 여성이 반드시 남편을 원할 거라고 여기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그런데 친구는 왜 내가 셀린 디온의 ‘All By Myself’를 반복 재생하는 불쌍한 독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런 메시지를 보낸 걸까?

 

 

 

 

 

OFXuzY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하는 삶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새벽 2시, 사회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루 박사와 줌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드파울루 박사는 온전히 자신의 일정과 방식에 따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혼자 사는 기쁨을 탐구하고, 싱글 여성은 비참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그의 평생 사명이었다.

 

드파울루 박사에 따르면 싱글의 삶을 선택한 여성은 자신의 가치관과 관심사를 기준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은 심리학자와 철학자들이 말하는 ‘심리적으로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장하고 배울 기회를 주는 독특한 경험으로 가득한, 흥미로운 인생 말이죠.”

 

그는 <Single at Heart: The Power, Freedom, and Heart-Filling Joy of Single Life(마음은 싱글: 싱글 라이프의 힘, 자유, 마음을 채우는 기쁨)>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드파울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싱글의 삶을 선택한 이들은 커플인 사람보다 더 행복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72세인 드파울루 박사는 평생 싱글로 살아왔으며, 연애를 중심에 두지 않는 삶이 주는 풍요로움을 직접 경험했다. 무엇보다 싱글은 자신의 ‘배’를 직접 이끄는 선장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자신이 가진 자원과 기회의 범위 안에서 일상의 사소한 것부터 인생을 바꿀 중요한 결정까지 모든 걸 직접 결정할 수 있고, 커리어와 이사 등 삶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온전히 통제권을 가질 수 있죠.” 모두 배우자가 있다면 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

프리랜스 뷰티 에디터로 일하는 루시 파팅턴은 현재 거주하는 집을 사기 전까지 5년 동안 친구와 함께 월셋집에서 살았다. 부모님이 루시에게 집 구입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보태주겠다고 했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함께 살던 친구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둘이 같이 집을 사는 건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완벽한 집을 찾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 “많은 집이 안방 하나에 작은 방 하나인 구조였어요. 그런데 우리는 동등한 생활을 할 거였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방 2개가 필요했죠. 그런 집을 찾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모든 경비도 정확히 반씩 부담했다. “친구 방의 창문 교체 비용도 반씩 냈죠.” 가끔 복잡한 일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루시는 친구와 집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걸 추천한다. 앞으로는 이런 상황도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런던에서는 싱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회주택 사업이 시작되고 있다. 영국 최초의 여성 전용 고층 아파트가 런던 서부에 건설 중인 것.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설립한 단체, 여성 선구자 주택협회(WPHA)가 운영하는 이 사업은 싱글 여성에게 우선적으로 저렴한 임대료에 입주 기회를 제공한다.

 

영국 밖에서도 사회구조들이 개편되고 있다. 소피 베일린슨은 20세 때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대안 가족 형태의 주거 공동체, ‘의도적 공동체’로 이주해 다른 싱글 주민들과 함께 살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 이상의 선택지를 찾고 싶어서”였다고. 의도적 공동체는 정원과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공동주택 집단부터 재산, 수입, 노동을 공유하는 코뮌(마을, 촌락)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공동체는 공동의 가치와 믿음, 또는 공통의 목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살면서 힘든 일을 겪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진실하고 안전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됐어요.” 현재 소피는 하우스메이트 한 명과 임대료를 나눠 내고 있다. 두 사람은 종종 몇 집 건너에 사는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을 만나곤 한다.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함께 식사하고, 고민이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해요. 서로 조언을 얻고 지지해주죠.” 미국에서는 이러한 삶의 방식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싱글 여성들이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 작가 재닛 호가스가 그 본보기를 제시하기도 했다. 싱글맘이 된 지 1년 만에 그는 다른 싱글맘 2명과 함께 ‘맘뮌’, 즉 싱글맘들의 코뮌을 만들었다. 재닛과 그의 친구 비키, 니콜라는 아이까지 총 6명이 함께 사는 한 지붕 아래 한 가족이 됐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어떤 여성들은 자신들만의 마을을 직접 만들어가고 있다.

 

 

 

‘잉여’ 여성들

런던에 사는 홍콩 출신의 27세 리앤 야우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중국 가정에서 자랐다.

 

“저는 아이가 없고 결혼하지 않은 지금 상태에 만족하고, 계속 이렇게 살 거예요. 이건 페미니즘적 결심이에요. 저희 부모님의 가치관과는 완전히 다르죠.”

 

점점 더 많은 중국계 여성들이 싱글로 사는 삶을 선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20대 후반 이상은 미혼인 경우 ‘잉여 여성’이라는 뜻의 ‘성뉘(剩女)’로 불리기도 한다.

 

리앤은 “20대 후반까지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마치 인간으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존재라고 여기죠”라고 털어놓았다. 그의 부모님 역시 걱정이 많다. “중국에는 늙은 부모를 자녀들이 부양하는 문화가 있어요. 마치 대를 이어 내려가는 계약처럼요.” 리앤의 어머니는 그에게 ‘대체 손주’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이를 입양하라고 제안했다. 리앤의 노후를 돌봐줄 수 있는 아이를 찾으라는 말이었다. “엄마는 심지어 아이를 낳아 자신에게 맡기면 키워주겠다는 제안까지 했어요. 저는 엄마에게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 아느냐!’고 소리쳤죠.” 리앤은 이럴 때면 가족과 떨어져 런던에 혼자 살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런던의 광고 회사에서 일하던 30대 초반, 신디 갤럽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부모님이 있는 말레이시아 페낭에 갔다. “오랫동안 영국에서 지낸 탓에 30대 미혼인 제가 중국인 친척들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저희 엄마가 가장 먼저 받은 질문은 ‘쟤 결혼했니?’였죠”라고 과거를 회상하며 신디는 웃었다. 이제65세가 된 그는 4만2000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자, TED(미국의 권위 있는 강연회) 강연도 하는 여성이다.

 

그는 성교육 운동 ‘Make Love Not Porn(포르노가 아닌 사랑을 해라)’의 창시자로, 여전히 독신이다. “저는 혼자일 때 가장 행복하고,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는 자신에게 기대하는 방식과 아주 다른 삶을 살더라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놀랍도록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롤모델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요.”

 

60대와 70대인 싱글 여성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자신을 우선시하는 이들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싱글로 산다는 건 텅 빈 집을 서성이며 지나간 사랑을 곱씹고 후회하는 일이 아니다. 그런 선택을 한 스스로에게 용기 내기를 잘했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 일이자, 풍요롭고 자유로우며,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https://www.cosmopolitan.co.kr/article/1898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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