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성남에 사는 이모(18)군은 중학교 2학년이던 4년 전 처음 불법 도박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동네 형들이 도박하는 걸 어깨너머로 보다가 웹툰을 보던 중 뜬 배너 광고를 호기심에 클릭한 게 시작이었다. 온라인 카지노와 스포츠 도박 등이었다.
이름과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사이트에 쉽게 가입할 수 있었다. 사이트에서 알려준 계좌로 입금하면 곧바로 게임 머니로 전환돼 도박이 시작되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1만~2만원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판돈은 금세 불어났다. 결국 하루 도박액이 1000만원에 달하게 됐다.
도박으로 딴 돈은 일주일에 80~90% 이자를 붙여 친구들에게 빌려줬다. 10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180만~190만원을 받았다. 이군은 또래가 만질 수 없는 큰돈을 손에 쥐었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도박에 더 몰입해갔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도박이 이어졌고, 집에서 도박 게임을 하다가 부모님께 들켰다. 이후 도박을 하지 말라는 부모님과 계속 갈등을 빚었다. 이군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도박을 끊게 되니 처음엔 아주 힘들었다”며 “하지 말라고 하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청소년이 호기심으로 도박을 시작하게 된다”며 “배너 광고를 없애고 접근 자체를 막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시작하는 평균 나이는 12.5세로 2024년(12.9세)에 비해 낮아졌다. 평생 한 번 이상 도박을 경험한 국내 청소년의 비율은 4.0%(15만7703명)로 2024년보다 0.3% 포인트 감소했지만 도박 경험자 가운데 최근 6개월 이내 도박을 지속한 비율은 19.4%(3만671명)를 기록했다. 한 번이라도 도박을 한 청소년 5명 중 1명은 여전히 도박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전두엽 발달이 미완성 상태여서 스스로 통제하고 멈추는 능력이 어른보다 취약하다”며 “중독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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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도박의 진입 경로가 단순한 배너 광고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대표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불법 도박에 빠지는 경로를 아직도 단순하게 본다”고 지적했다. 무료 웹툰이나 무료 영화 사이트를 보던 중 배너 광고를 잘못 클릭해 우연히 도박 사이트로 흘러들어가는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조 대표는 “이미 학교 안에 도박 사이트 ‘총판’이 자리 잡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중·고등학생에게 소액 포인트를 지급하며 홍보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더 나아가 특정 학생을 관리자로 지정, 해당 학생이 친구들을 직접 도박 사이트로 유인하는 구조도 생겨나고 있다. 학교 안에 도박 사이트의 조직적인 유입 구조가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조 대표는 “도박 업자의 진짜 목적은 아이들에게서 돈을 직접 따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생 한 명이 돈을 잃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박에 중독된 학생을 이른바 ‘포섭책’으로 활용하면서 친구 10명, 20명을 한꺼번에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학생은 피해자인 동시에 도박판을 넓히는 도구로 이용되는 셈이다.
국민일보 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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