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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곰 복원사업 계속해야 하나, 일본의 교훈

무명의 더쿠 | 05-22 | 조회 수 1559

한국 산, 맹수 없어 ‘안전한 산행’ 홀로도 가능
‘K-등산’ 신조어 생기며 외국 관광객에도 인기
일본, 곰 5만여마리 서식…안전 산행 엄두 못내
야생곰 복원 목표 이미 초과, 100마리 서식 중
‘호환’이란 아픈 역사 있어…곰 복원 재검토해야


한국의 산행이 사랑받는 이유는 많지만 그 중에서 안전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멧돼지가 간혹 출몰하지만 본래 사람을 피하는 속성이 강해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는 한 맞닥뜨릴 경우는 극히 낮다. 한국의 산에서 맹수와 만날 확률은 제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맹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 ‘K-등산’이라는 이색적이고 독보적인 경험을 지탱하는 굳건한 주춧돌인 셈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등산객들이 방울을 배낭에 매달고도 늘 곰의 습격을 두려워하며 산에 오르는 풍경과 비교하면, 한국의 거침없는 산행은 호사라 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이 안전한 대자연의 특권이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최근 바다 건너 일본에서 들려오는 야생 곰의 습격 소식은 우리의 환경 정책을 냉정하게 돌아보게 한다.

현재 일본은 그야말로 ‘곰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환경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만 야생 곰 출몰 건수가 연간 5만 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고, 곰의 습격으로 무려 13명이 숨지고 238명이 부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했다.


지방 소멸과 고령화로 인해 인간과 곰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던 마을 주변 숲이 방치되고, 기후변화로 산속에서 도토리와 너도밤나무 열매 같은 먹이를 찾지 못한 곰들이 대거 민가와 도심으로 쏟아져 내려온 탓이다. 오죽하면 일본 정부는 곰을 개체 수 조절 대상 동물로 지정하고 포획과 사냥을 위해 군 병력과 전투경찰까지 투입했겠는가.

곰의 공격에 대응을 하던 경찰관마저 얼굴과 허벅지를 물려 중상을 입자, 일본 경찰은 얼굴 전체와 목덜미를 덮는 1.5kg 무게의 신형 헬멧과 팔 보호대를 일선 근무자들에게 다급히 보급하기 시작했다. 민가에서는 야생동물 퇴치용으로 개발된 늑대 모양의 위협 로봇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설치까지 수개월을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물론 현재 일본의 상황을 한국에 기계적으로 대입해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일본 전역에 서식하는 곰의 개체 수는 5만4000여 마리가 넘는 반면,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야생 반달가슴곰은 2004년 복원 사업이 시작된 이래 2026년 현재 지리산 등지에 약 100마리 내외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은 생태계에서 특정 맹수의 개체 수 증가가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이다.

동양철학의 고전 도덕경에는 ‘자연(천지)은 불인(不仁)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자연은 인간 중심의 사사로운 정이나 도덕적 기준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며, 그저 거대한 자연의 법칙과 순환에 따라 흘러갈 뿐이라는 뜻이다. 곰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복원 단계이고 온순한 초식동물이라며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환경 당국과 복원 관계자들은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주로 도토리나 머루 등을 먹는 초식 위주의 동물이며, 성격이 온순하고 예민해 인간을 보면 먼저 피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극히 낮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는 평상시 서식 환경이 안정적일 때의 낙관론에 불과하다. 지리산의 반달가슴곰은 일본 혼슈 지역에서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바로 그 아시아흑곰과 같은 아종이다.

아무리 온순한 동물이라도 가을철 겨울잠을 앞두고 먹이가 부족해 극도로 예민해지거나, 새끼를 거느린 어미 곰이 숲속이나 바위 뒤에서 인간과 예기치 못하게 불시 조우할 경우 본능적인 공포로 인해 치명적인 맹수로 돌변할 수 있다.

곰은 성체 수컷 기준 몸무게가 최대 200kg에 육박하고 인간의 5배가 넘는 근육 밀도와 단단한 뼈를 으스러뜨리는 악력, 그리고 수 센치미터의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을 지닌 맹수를 맨몸의 인간이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초기 복원 목표였던 ‘최소 존속 개체군 50마리’를 이미 배 이상 초과한 상황에서, 야생에서의 자체 생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격년으로 새끼를 낳는 곰의 번식 특성상 개체 수는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리산이라는 물리적 통제 구역을 벗어나 인근 덕유산이나 가야산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며 인간과의 접촉 면을 점차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늘어난 개체 수 만큼 통제와 관리 역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야생에서 태어난 개체들을 포함해 현재 서식 중인 곰의 상당수가 추적을 위한 발신기의 배터리 소모나 이탈 등으로 인해 실시간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로 추정된다. 어떤 곰이 어느 등산로나 민가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현장 일선에는 여전히 낙관적인 생태 백서만이 존재할 뿐, 만에 하나 발생할 돌발 사태에 대비한 방호 장비나 물리적 대응 체계는 부족하다.

국립공원반달가슴곰복원사업을 최전선에서 담당하는 지리산 남부보전센터 김철영 센터장은 “목표 달성 개체수를 초과했으나 복원 사업은 계속하고 있다”며 “지금은 서식지 관리와 전기울타리 설치 및 보수 등을 통해 민가 접근을 막는 일을 한다”고 밝혔다. 위치추적기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야생에서 태어난 개체는 위치추적이 안 된다. 포획 후 추적기를 달고 있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아울러 등산객과의 조우 피해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반달가슴곰이 사람을 멀리하기 때문에 조우할 일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지금까지 종의 다양성 확보와 국가 생태 축 보존이라는 기치 아래 추진해 온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학술적, 기념비적 성과를 폄하해선 안 된다. 그러나 이제는 생태계 복원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간과의 안전한 공존이라는 현실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에게 목숨을 잃는 ‘호환’(虎患)이 민초의 삶에 큰 걱정거리였고, 착호갑사를 조직해 맹수를 잡는 일이 고을 수령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던 역사가 있다.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맹수가 사라진 덕분에 비로소 전 국민이 안전하게 산을 오르는 특혜를 누리게 됐는데, 우리가 애써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원한 야생 곰이 과번식해 일본처럼 온 나라가 곰 출몰 공포에 떨고 경찰관이 헬멧을 바꿔 써야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기우일 수 있다. 그러나 야생 동물과의 공존에도 엄연히 한계선이 존재해야 한다. 특별히 관리되고 통제되는 특정 구역에서 곰을 보호하고 생태를 연구하는 일은 지금 수준으로도 충분히 충족되었다고 본다. 더 늦기 전에 복원 사업의 명확한 최종 목표 개체수를 설정하고, 인간과 야생 동물의 관계에서 안전한 균형점이 어디인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것이 대자연의 무심한 법칙 속에서 국민의 안전과 ‘K-등산’이라는 축복을 온전히 지켜내는 길이다.



출처: v.daum.net https://share.google/n4NB6pdG86R3Ies4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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