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못한 바퀴벌레 같은” 대법원장 망언에…인도 ‘바퀴벌레국민당’ 열풍
청년을 바퀴벌레로 비하한 대법원장 발언에 탄생
‘바퀴벌레국민당’, 온라인에서 집권여당 능가한 동원력

바퀴벌레가 인도 정치에서 슈퍼스타로 등장했다. 인도에서 ‘바퀴벌레당’이라는 가상 정당이 등장해, 젊은 세대의 분노와 냉소를 한데 모으고 있다.
출발점은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최근 공개 재판에서 언론, 소셜미디어, 정보공개청구(RTI) 활동으로 “체제에 공격을 가하는” 미취업 청년들을 바퀴벌레와 기생충에 빗대 발언했다.
칸트 대법원장은 발언이 문제가 되자 “가짜 학위 소지자들을 겨냥한 발언이었고, 인도 청년 전체를 비하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인도 청년층이 겪는 장기 실업과 정치적 소외감을 폭발시켰다. 소셜미디어에는 “나도 바퀴벌레다”라는 자기 풍자형 게시물이 쏟아지면서, 오히려 이를 뒤집어 정체성으로 삼는 ‘밈 정치’가 순식간에 확산됐다.
정치커뮤니케이션 전략가 아비짓 딥케(30)는 칸트 대법원장 발언 이후 “모든 바퀴벌레가 한데 뭉치면 어떨까?”라는 문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24시간 안에 ‘바퀴벌레국민당’(CJP)이라는 풍자 가상정당을 만들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여당 인도국민당(BJP)을 패러디한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바퀴벌레를 의인화한 로고와 슬로건을 제작했고, 별도의 자격 제한과 당비 없는 가입 시스템,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동시에 열어 온라인 정치 풍자 브랜드를 완성했다.
바퀴벌레당의 가입 조건은 실업, 게으름, 하루 11시간 이상 온라인 접속, 전문적인 수준의 분노의 댓글 달기 등이다. 가입 신청은 사흘 만에 35만명을 넘었고, 일주일이 채 되기 전에 ‘나도 바퀴벌레다’를 뜻하는 해시태그가 온라인 트렌드를 장악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출범 나흘여 만에 팔로워 1천만만 명을 돌파해 약 870만 명 수준인 집권여당 인도국민당의 공식 계정을 앞질렀다. 현재 팔로워는 1100만명을 넘었다. 온라인 당원 등록에서도 수십만 명이 구글 폼으로 가입 의사를 밝히고, 야당 의원들 역시 공개적으로 “나도 바퀴벌레”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일부 야당 정치인들은 당원 번호를 자랑하거나, 의회 연설에서 대법원장의 표현을 다시 인용하며 바퀴벌레당을 언급했다.
오프라인으로도 번졌다. 자원봉사자들이 바퀴벌레 분장을 하고 청소 캠페인이나 시위 현장에 나타나 “사회가 혐오하는 바퀴벌레가 거리의 쓰레기를 치운다”는 식의 퍼포먼스를 했고, 이는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시 회자됐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2599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