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부인’ 즉위식 장면 삭제로 끝? 여전히 사과 없는 MBC [돌파구]
장면은 지우기로 했다. 그러나 책임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섰던 ‘21세기 대군부인’ 속 즉위식 장면이 결국 삭제된다. 국내 방송을 넘어 OTT, 해외 유통 과정에서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만큼, 문제 장면을 영상으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후속 조치다. 다만 장면 삭제가 방송사 차원의 사과와 설명을 대신할 수는 없다.
22일 MBC 측에 따르면 현재 ‘21세기 대군부인’ 11회 엔딩 장면인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즉위식 장면은 편집을 진행 중이다. 해당 장면은 여러 플랫폼에서 순차적으로 삭제될 예정이다. 앞서 논란이 된 ‘천세’ 산호 장면에서 음성을 지우고 각국어 자막을 ‘만세’로 수정한데 이은 추가 조치다.
이는 책임감 있는 조치다. 논란이 된 장면은 국내 방송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OTT와 해외 유통을 통해 영상으로 남을 경우, 잘못된 역사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특히 “대한민국을 제후국처럼 묘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동북공정’ 의혹까지 제기됐던 만큼, 문제 장면을 방치하지 않고 삭제하기로 한 것은 의미있는 조치다.
이미 방송된 장면을 수정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특히 여러 플랫폼에 공급된 콘텐츠라면 수정본을 다시 반영하고, 자막과 각국 버전의 싱크를 맞추는 절차가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MBC가 시일이 걸리더라도 문제 장면을 삭제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영상으로 남을 오점을 바로 잡겠다는 실질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장면 삭제가 방송사 차원의 사과와 설명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제작진 명의의 사과문만으로 방송사의 책임까지 정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작품을 만든 이들과 이를 편성하고 방영한 주체의 책임은 구분되기 때문이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 속 오류를 걸러내고 지적해야 할 자체 검수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MBC 역시 설명해야 할 대목이 남아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단순히 외부 제작사가 만든 작품을 MBC가 편성한 데 그친 사례도 아니다. 이 작품은 2022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장편시리즈 부문 우수상 수상작이다. MBC가 발굴했고, MBC 금토드라마 슬롯에 편성돼 방송됐으며 방송 전 이미 광고가 완판되는 성과를 남겼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둘러싼 역사 고증 논란 역시 제작진이나 배우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 공모전 선정 단계부터 편성, 홍보, 방송, OTT 판매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 MBC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만큼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논란은 한 작품의 문제를 넘어 MBC 드라마라는 브랜드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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