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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후 붕어빵 사줬다가 아동학대 신고

무명의 더쿠 | 18:09 | 조회 수 4637

#최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현장체험학습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학생들에게 붕어빵을 사줬다가 A 학부모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는 단 것을 먹으면 흥분하고 집중을 못 한다며 ‘붕어빵을 사준 것부터 선생님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교사는 이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해당 학생이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갯수를 먹으려 할 때 이를 자제시켰지만 A 학부모는 ‘다른 아이들 앞에서 그걸 왜 못 먹게 하느냐’며 주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신고했다.

최근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이 줄줄이 취소되고 학교 안팎의 활동이 줄어드는 배경엔 교사들의 깊은 위기감이 자리한다. 모든 문제와 갈등에 아동학대와 교사의 의무 위반이라는 사법적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학교와 교사 모두 사고 가능성을 차단하는 ‘소극 교육’이 불가피해진 게 지금의 현실이다.

 

2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매년 발표하는 교권보고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침해 상담사례 건수는 총 438건이었다. 전년 504건과 비교해 13% 줄어든 수치다. 특히 2021년 437건을 기록한 뒤 4년만에 400건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상담의 문을 두드린 원인을 들여다 보면 학부모에 의한 피해는 오히려 늘었다. 2024년 전체 상담 건수 중 학부모로 인한 피해가 208건으로 41.27%였지만 지난해엔 45.4%(199건)로 늘었다.

박민희 법무법인 로엘 변호사는 “실제로 교사들이 법적 분쟁을 대비해 상담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또래보다 발달 속도가 느린 학생이 있어, 담임교사가 ‘우리가 조금 더 배려해주자’고 얘기했는데 이를 정서적 학대로 걸어 교사가 조사 대상이 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체험학습을 가기 전 마주하는 과잉 행정도 부담이다. 교사들은 수학여행 당일 출발 전 △탑승 차량의 앞바퀴 재생 타이어 사용 여부 △타이어의 마모 균열 상태 △운전자 음주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체험학습 현장의 완강기 설치나 정상 작동여부, 영양사 및 조리사의 자격증 확인도 모두 교사의 몫이다.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시 돼야하는 데엔 공감하지만 모든 매뉴얼을 교사가 일일히 확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학교는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집합 활동 자체를 줄이고 사고에 노출될 만한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데에 행정력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3~6학년은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학년별로 구분해 정해진 날에만 이용이 가능하다. 1~2학년은 아예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다. 이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장체험학습을 일체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원본보기
(그래픽=신미영 기자)
 

 

 

교실 내 일상적인 교육활동 과정에서 쏟아지는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아이들의 일기쓰기 활동을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노출로 문제 삼는 학부모도 있다. 글쓰기나 경시대회, 운동회 등에서 비수상 자녀의 ‘상대적 박탈감’을 문제 삼아 행사가 축소되거나 상장을 개인적으로 받아야하는 ‘조용한 시상’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점심시간 놀이 역시 자신의 아이가 소외된다는 민원에 모두가 운동장에 나가지 못하거나, 교실 내 자리 바꾸기도 ‘더 공평한 방법을 고민하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작은 문제부터 큰 사고까지 모든 문제의 책임이 교사에 집중되는 구조, 민원·소송을 막을 보호장치 부재로 인한 이들의 무력감이 현재 논란의 핵심인 셈이다. 이지은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교사에 대한 요구는 많은데 할 수 있는 것들은 없다”며 “민원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과연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가능할 것인가. 현장학습 (논란)은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사들은 강원도 속초 초등학생 사건 등 여러 재판 결과가 교사의 책임으로 나오면서 극도로 위축된 상태”라며 “문제만 생기면 소송으로 가는 법적 다툼을 교사가 보호막 없이 혼자 대응하며 멘탈이 흔들리고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을 위한 민원대응시스템이 없는 건 아니다. 정부가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 개인의 연락처를 통한 악성민원을 줄이기 위해 상담 예약시스템인 ‘이어드림’을 올해 도입했지만 현장에선 사용이 저조하다. 이 실장은 “시범기간이 너무 짧았던 데다 사용성이 떨어지고, 올해 3월 학기가 이미 시작된 시점에 사용 공지가 나와 기존 소통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초등교사노조의 조사 결과 이어드림의 사용률은 0.2% 수준이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권익에 민감해져 참지 않는 세태가 됐고, 자녀 과보호 관점이 형성됐다”며 “아동학대 처벌법상 정서적 학대 개념이 남용돼 갈등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사법화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https://m.etoday.co.kr/news/view/2586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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