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떼기도 전에 노조가 몫 챙긴다고?"…삼성전자가 연 'N% 성과급' 판도라의 상자
"우리도 달라"…현대차·조선 덮친 '역대급 하투'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불과 1시간여 앞두고 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극적인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대혼란을 피했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사업 성과의 일정 비율(N%)'을 성과급으로 명문화하는 선례를 남기면서, 다가올 여름 노동계의 임금·단체협약 투쟁(하투)이 산업계 전반으로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저녁 경기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선으로 진행된 자율 교섭을 통해 삼성전자 노사는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이날 예정됐던 총파업을 유보하고 22일부터 27일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장 핵심이 되었던 성과급 구조는 노조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조건부 자사주 지급으로 결론 났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노사는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사업 성과의 10.5%로 명문화했다. 다만 무조건적인 지급은 아니며, 2026년부터 2028년까지는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달성했을 때,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100조 원을 달성했을 때 지급한다는 세부 조건을 달았다.
지급 방식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되 즉시, 1년, 2년 단위로 매각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러한 성과급 적용 범위는 DS 부문에 한정되며, 가전·모바일(DX) 부문과 CSS 사업팀에는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가 별도로 지급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기본 원칙 훼손했다" 비판도
노사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시장과 학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위험을 감수한 주주의 몫이어야 할 '잔여 청구권'을 근로자가 성과급 제도화를 통해 가져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위험과 손실을 부담한 투자자들이 당연히 이익을 나누는 권한을 갖는 것이 본질"이라며 "정부도 세금 감면과 인프라 지원 등으로 기업에 기여하는데, 세금도 떼기 전의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노조가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도 이사회 경영 판단을 강압에 의해 왜곡할 경우 이사의 배임 소지가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일부 삼성전자 주주들은 이번 합의가 '자본충실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소송까지 예고한 상태다.
산업계 다른 대기업 노조 쟁의 명분 작용...'도미노 현상' 우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삼성전자의 합의가 다른 대기업 노조의 쟁의 명분으로 작용하는 '도미노 현상'이다. 이미 산업계 곳곳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이익 공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당장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에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명시했다. 이는 총규모만 3조 원을 웃도는 막대한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극적 타결 소식을 접한 현대차 노조가 향후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더욱 강경한 태도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오랜 불황을 깨고 실적 턴어라운드를 맞이한 조선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수준을 성과 배분으로 요구하고 나섰으며, 한화오션 노조 또한 성과급 지급 기준의 전면적인 개선을 강력히 촉구하며 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하청 및 자회사 노조의 반발까지 더해져 산업계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최근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폭넓게 인정됨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의 하청노조가 원청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쟁의를 준비하고 있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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