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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탈감 대신 공감, 화제성 대신 현실 ‘나혼자산다’ 다시 꺼낸 ‘장수 비법’

무명의 더쿠 | 05-20 | 조회 수 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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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지민 기자] 5년 만에 역대 최저 찍은 ‘나혼산’, 김신영 '집순이 루틴' 하나로 분위기 반전

MBC ‘나 혼자 산다’는 고정 출연진 재편 혼란과 오래 묵은 공감대 논란이 한꺼번에 누적되며 시청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대로라면 MBC 대표 장수 예능이라는 타이틀도 더 이상 방패막이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5월 15일 방송된 ‘나혼산’은 전국 시청률 5.3%를 기록하며 반등했고, 핵심 지표인 2054 시청률에서도 금요일 예능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최고의 1분'은 후두염을 앓던 코미디언 김신영이 딸기 한 사발을 비워내는 장면이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6.3%까지 치솟았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숫자보다 흥미로운 건 그 내용이다. 화려한 게스트도, 자극적인 기획도 아니었다. 김신영의 퇴근 후 루틴, 셀프 이발, 그리고 후두염에도 혼자 씩씩하게 버텨내는 일상. 시청자들이 반응한 지점이 거기였다는 사실은, ‘나혼산’이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으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가리킨다.

■ 한강뷰와 50만 원짜리 식사, '그들만의 세상'이었던 과거

‘나혼산’은 2013년 1인가구 453만 시대 현실을 담는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솔직한 일상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담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기획 의도는 명확했다. 초창기 육중완이 서울 망원동 옥탑방에서 보여준 모습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저 사람도 나랑 별다를 바 없구나'라는 동질감 덕분이었다. 그것이 ‘나혼산’이 가진 핵심 자산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 색깔이 '연예인 관찰'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그 자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강뷰 빌라, 수천만 원짜리 인테리어, 고가 취미 생활이 화면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MBC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고가 식사나 인테리어 장면이 청년 1인 가구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나 혼자 산다'가 아니라 '나 혼자 잘 산다'라는 조롱 섞인 말이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대리 만족을 주던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 대리 박탈감을 안기는 장치가 되어버렸다는 비판이었다. 그리고 그 비판은 시청률 하락으로 직결됐고, 고정 멤버들 하차 논란까지 겹치며 프로그램은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 "양말 누가 빨아주냐"와 "백수 되면 어쩌지"…'연예인' 명함 떼니 터진 공감

그 위기의 한복판에서 등장한 것이 코미디언 김신영이다. 방송은 표면적으로 김신영의 '요요'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나 정작 시청자 호응이 터진 곳은 따로 있었다.

귀가한 김신영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쉴 틈 없이 움직였다. 10년째 혼자 해왔다는 셀프 이발을 마친 뒤 욕실 청소에 몰입했고, 후두염을 이겨내겠다며 직접 만든 소박한 보양식 코스를 완성했다. "내가 좋아하는 게 진짜 보양식이다"라는 철학과 함께였다.


그중에서도 시청자들이 가장 크게 반응한 건 그가 읊조린 한 마디였다. "아프면 서럽지만 게으르면 더 서럽다. 양말 누가 빨아주냐. 슬픈 신영이가 빨아야 한다." 혼자 살아가며 스스로를 추스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속으로 삭혔을 그 감각. 거창한 연출도, 고급스러운 배경도 없는 그냥 혼자 사는 하루에 시청자들은 화제성이 아니라 깊은 공명으로 응답했다.

같은 날 방송된 레드벨벳(Red Velvet) 조이 에피소드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조이는 드라마 촬영이 끝나자마자 애견 미용사 자격증 학원을 등록했다. 그 이유를 묻는 말에 그는 "현재 직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이라며 톱 아이돌의 현실적인 미래 불안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제한 시간 안에 강아지 모형을 완성하기 위해 가위질을 반복하고, 선생님 지적에 자세를 고쳐 잡으며, 첫 작품을 완성한 뒤 실력을 인정하는 모습.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잠시 지우면 자격증 공부에 매달리는 평범한 2030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 혼자 잘 산다'는 비판이 겨냥한 것은 연예인이기에 당연한 여유, 무감각해진 고가의 일상이었다. 조이의 에피소드는 그 반대편에서 연예인이지만 미래를 걱정하고 처음 하는 일 앞에서 주눅 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과 간극을 좁히는 공감의 출발점이 되었다.

■ 대리 만족과 대리 박탈감 사이, 영리한 '줄타기'가 필요한 이유

유명세를 얻고 많은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 삶이 일반 대중 일상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완전히 일치한다면 굳이 볼 이유도 없다. 현실 그대로라면 예능이 아니라 다큐일 것이다.

‘나혼산’이 오랫동안 잘해온 것은 그 '다름'을 오락적 재미로 소화하면서도, 그 안에 시청자가 이입할 수 있는 감각의 실마리를 남겨두는 일이었다. 문제는 비싼 집 자체가 아니라 공감이 사라진 자리에 박탈감만 남았을 때였다. 최근 ‘나혼산’이 보여준 장면들이 시청자를 다시 붙잡은 것은 그 안에 '나도 저런 일상을 공유한다'는 접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무게 중심을 되찾고 그 위에 재미를 얹는 순서가 관건이다.

■ 1인가구 800만 시대, ‘나혼산’이 계속 롱런하려면

‘나혼산’이 처음 전파를 탄 2013년 한국 1인가구 수는 453만이었다. 그 숫자는 2024년 804만 가구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2030년에는 1000만 가구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프로그램 성패와 별개로 이들이 다루는 삶의 형태 자체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가구 유형이 됐다. 이는 곧 ‘나혼산’이 구조적으로 롱런에 유리한 플랫폼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제작진이 고정 멤버 중심의 익숙한 구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출연진을 실험하는 것도 이 고민의 연장선으로 보여진다. 15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 예고편에서는 19년 자취 경력의 개그맨 이선민이 등장해 화려함보다 생활력, 특별함보다 친숙함을 보여줄 것을 알리기도 했다. 제작진이 지금 가려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캐스팅이다.

1인가구 804만 시대가 도래, ‘나혼산’ 앞에는 그 804만 가지의 삶이 놓여 있다. 그 다양한 삶을 얼마나 폭넓게, 그리고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담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 이 13년 장수 예능이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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