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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사쿠라 “김도연이 ‘도라’라서 정말 다행” [2026 칸 라이브]

무명의 더쿠 | 05-20 | 조회 수 1551

정주리 감독에게 ‘도라’는 오랫동안 품어온 프로젝트였다. 첫 장편영화로 만들고자 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작품은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처음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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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오랫동안 영화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가 ‘나미’ 캐릭터였다고 밝혔다. 초기 시나리오에서 나미는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을 가진 이 인물을 구체화하다 보니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닿았고, 곧바로 안도 사쿠라를 떠올렸다. “이건 안도 사쿠라가 해야만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안도 사쿠라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배우. 그는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다”며 “좋은 각본이라고 생각했지만 섹슈얼한 장면을 찍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영화가 품은 정보량이 너무 많다고도 느꼈다. 한국에 사는 일본인을 연기하기에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점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마음을 움직인 것은 정 감독이 보낸 편지였다. “한국어가 아니어도 된다. 일본어든 영어든 가장 편한 방식으로 해도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안도 사쿠라는 “나미라는 인물을 감독님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느꼈다”고 했다.


나미 캐스팅이 확정된 뒤 도라 역에는 K팝 걸그룹 출신 배우 김도연이 발탁됐다. 정 감독은 두 배우의 외형적 대비를 중요하게 보았다고 밝혔다. 실제 영화를 보면 10㎝ 이상 차이 나는 키, 또렷한 이목구비의 김도연과 섬세한 인상의 안도 사쿠라가 대비를 이루며 이질적 조합을 만든다. 정 감독은 “두 배우의 목소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언어는 촬영 내내 중요한 과제였다. 정 감독은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게 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5년째 사는 나미만의 언어를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그래서 나미는 한국인이 흔히 쓰지 않는 어색한 한국어 표현을 대사로 사용하기도 한다.


안도 사쿠라는 “일본어로 연기할 때조차 말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표정을 딱딱하게 바꾸고 취재진 쪽으로 팔을 뻗으며 “아리가또, 아리가또”라고 말한 다음 설명했다. “지금 제가 ‘고맙다’고 말했지만, 전혀 고마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죠. 오히려 무섭고 부정적인 감각이 들지 않았습니까? 연기에서 말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 점에 재미있기도 하고요.”


극 중 나미는 자연, 특히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인물이다. 안도 사쿠라는 "대본을 읽으며 ‘내가 들어가고 싶은 그림’이 무엇인지 생각했는데, 나미가 바다에 떠 있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며 “바닷속에 녹아드는 생명체로 남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전남 여수·고흥·보성, 경남 남해 등 남해안 일대에서 촬영됐다. 정 감독의 고향이자 데뷔작 ‘도희야’를 찍었던 여수 해안도 배경이 됐다. 정 감독은 “남해의 풍경은 평화롭다가도 무섭다”며 “자연의 생동하는 분위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주리 감독은 약 20여년 전 프로이트에 전집을 독파하며 도라 사례에 매료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재독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풍경이 보였다. 그는 “어려서 프로이트의 텍스트를 읽을 때는 도라가 욕망하는 것에 대해서 다룬다는 게 너무 흥미로웠는데, 다시 읽어보니 모든 것이 철저히 프로이트의 시선으로만 서술되더라”며 “정작 도라 자신의 목소리는 없더었다. 도라는 욕망하는 주체가 아니라 욕망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라의 입장에서 그 이야기가 다시 쓰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도라에게 사랑이 깃들면서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끝까지 밀고 나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여러 인물의 정사 장면이 등장하지만, 핵심을 이루는 건 안도 사쿠라와 김도연의 섹스 신이다. 한국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여성 간의 성애 묘사다. 정 감독은 “이 장면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신경을 곤두세우며 준비했지만 그럼에도 정말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여성 감독이 여성 간의 정사신을 찍는데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성 감독들이 찍어온 여성의 신체와 정사 장면 가운데 훌륭한 장면이 많지만, 그래도 ‘이건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해왔다”며 “그런데 나도 똑같아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여성 촬영감독 이리나 루브찬스키를 기용한 선택에 대해서도 “이 장면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대한 구상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이 영화만의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안도 사쿠라는 “(섹스 신 촬영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도연이 나쁜 기억을 가져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평생 남는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언제든 그의 편에 서겠다고 도연에게 약속했다. 버티면 상처는 더 아파지는 법이다.” 그는 “예전에는 배우가 의지로 해내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 역시 어렸을 때는 그랬다”며 “이번에는 나 자신도 지키고, 도연도 지키고, 작품도 해내겠다는 세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도연을 두고 “도연이 도라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어로 ‘감정적으로 힘들어도 버틴다’는 뉘앙스를 품은 단어 ‘사사에루(支える)’를 언급하며 “도연은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버티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안도 사쿠라는 자신의 연기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저 그 인물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나쁜 사람, 괴로운 사람 또는 비뚤어진 사람을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물을 자체로 받아들여 연기하는 것이죠. 그래서 제게 중요한 과제는 극적 순간보다도 그 인물이게 아무것도 아닌 순간을 어떻게 연기하느냐입니다.”


정 감독은 2014년 데뷔작 ‘도희야’(주목할 만한 시선), 2022년 ‘다음 소희’(비평가주간)에 이어 ‘도라’까지 모든 장편을 칸에서 선보이게 됐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작동하는 구조적 폭력을 일관되게 탐구해왔다. 정 감독은 자신이 계속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완성한 지 이제 열흘 정도 됐는데, 완성하자마자 바로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며 “상영 뒤 관객들이 진심으로 영화를 받아들여 준다는 느낌이 들어 큰 용기가 됐다”고 말했다.




칸=이규희 기자


https://v.daum.net/v/20260520142655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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