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초점]눈물의 사과로 끝날 문제였나‥‘21세기 대군부인’이 놓친 것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21세기 대군부인’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누구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는 거다.
MBC ‘21세기 대군부인’(이하 ‘대군부인’)이 결국 작품보다 논란으로 기억될 분위기다.
논란의 시작은 11회 속 왕실 즉위식 장면이었다. 군중이 “만세” 대신 “천세”를 외치고, 국왕이 황제의 상징인 십이류면관이 아닌 구류면관을 착용한 장면이 공개되자 시청자들은 동북공정 의혹을 제기했다. ‘21세기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을 내세웠지만, 정작 왕실 체계는 중국식 질서 아래 속국처럼 묘사됐다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종영 후 가장 먼저 사과문을 냈다. 지난 18일에는 아이유와 변우석까지 직접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19일 진행된 박준화 감독의 라운드 인터뷰는 또 다른 의미로 화제를 모았다. 감독은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에 대해 “극단적인 감정 표현을 주문한 건 자신”이라며 배우들을 감쌌고, 역사 왜곡 지적에 대해서는 “무지함에서 비롯된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해명 과정은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 극 중 중국식 다도 장면에 대해서는 “현대식 다기를 사용했을 뿐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고, 한복 대신 다른 의상을 입은 설정 역시 “대비와 대비되는 인물을 만들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눈물의 해명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문제는 장면 하나가 아니라,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된 고증 실패였기 때문이다.

같은 날 열린 넷플릭스 ‘유재석 캠프’ 제작발표회에서도 변우석은 다시 한번 “작품 관련 이슈에 대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배우들이 연이어 사과에 나섰지만, 정작 제작 시스템에 대한 책임 논의는 뒤늦어지고 있다.
수습 역시 시작되긴 했다. 현재 다시보기 서비스에서는 논란이 된 “천천세” 부분이 묵음 처리된 상태다. 그러나 이미 논란은 걷잡을 수 없다.
지역 관광 산업에도 여파가 번졌다. 완주문화관광재단은 예정됐던 ‘21세기 대군 스토리 투어’ 취소를 결정했다. 극 중 이안대군의 사저 배경이 된 소양 고택 등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논란을 의식한 듯하다.
더 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군부인’은 애초 ‘칸 시리즈 연계 방송콘텐츠 해외유통 지원사업’ 참가작으로도 선정됐던 작품이다. 그러나 현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접수된 민원을 바탕으로 지원금 회수 가능성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군부인’은 판타지 설정 아래 가장 기본적인 역사 감수성을 놓쳤다. 문제는 실수 자체보다, 300억 원 규모 대작에서 이런 오류를 아무도 걸러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눈물로 사과한 진심은 알겠지만, 그것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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