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랑 초저녁부터 마시니까 너무 좋다.”
지난 6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 정문 맞은편. 학교 정문에서 20m가량 떨어진 이곳에선 무허가 포장마차 6곳이 나란히 영업 중이었다. 손님들은 일회용 투명 플라스틱 컵을 부딪치며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메뉴판에는 술이 없었지만, 포장마차 주인에게 맥주를 달라고 하자 아이스박스에서 캔맥주를 꺼내 슬며시 건넸다. 포장마차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은 초등학생이 지나갈 때 잠시 담배를 등 뒤로 숨겼다.

염리초 학부모 전모(50)씨는 “포장마차 주인과 취객들이 아이들에게 ‘이 앞으로 지나다니지 마라’고 고함친 적도 있다”며 “학교에도 말하고 구청에도 항의해봤지만 수년째 변화가 없다”고 했다. 주민 양모씨는 “3~4월 벚꽃철에는 오후 3시부터 술을 판다”며 “소셜미디어에서 핫플레이스로 알려져 사람들이 몰리는 탓에, 아이들이 차도로 떠밀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서울 주택가와 학교 주변 곳곳에 불법 포장마차촌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포장마차를 포함한 노점상은 서울에만 총 4181곳.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은 곳은 1841곳이다. 전체 노점의 절반이 넘는 2340곳(56%)이 무허가 노점인 것이다. 염리초 앞 포장마차촌도 모두 당국 허가를 받지 않고 30년 가까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법적으로 불법 포장마차는 강제 철거 대상이다. 철거는 관할 자치단체가 집행한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철거보다는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계도 수준의 주의를 주는 데 그친다. 포장마차 거리가 지역 상권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단속을 강화하면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해 강제 철거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실제로 마포구가 2016년 아현초 부근 불법 포장마차촌을 강제로 철거하는 과정에서 상인들이 구청을 점거한 적이 있었다. 마포구 관계자는 “당시 구청 업무가 마비된 뒤로 구청도 한발 물러나 업자들에게 통행에 불편을 주지 말아 달라고 주의를 주는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불법 포장마차와 관련해 지자체가 협조를 요청하거나 고발이 들어왔을 때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노점상 반발을 피하긴 어렵다. 지난 3월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 포장마차촌 상인 40여 명이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지하철 출구 앞 노점 때문에 인도 통행이 어렵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노점 상인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노점상들이 반발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선거철마다 서명운동을 벌이며 지자체에 불법 포장마차 철거를 요청한다. 염리초 학부모들은 지난달부터 마포구청과 서울서부교육지원청의 조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학부모들은 지난 11일엔 마포구 의원·구청장 후보들과 간담회도 열었다. 마포구 주민 유지연(53)씨는 “이번 선거에서는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통학하고 주민들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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