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 대 더 가진 자의 싸움”
소벡은 이번 갈등의 핵심을 “기술에 밀려난 노동자들이 기업에 맞서는 싸움이 아니라, 가진 자와 더 가진 자 사이의 싸움(a fight between the haves and the have-mores)”이라고 규정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55% 급등했다. 삼성 반도체 부문 노조는 현행 성과급 상한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의 배경에는 선례가 있다. 경쟁사 SK하이닉스(000660)는 최근 성과급 상한제를 없애고, 노조 압력에 따라 영업이익의 10%를 직원 풀에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소벡은 “노동 행동은 서로를 자극하기 마련이고, 삼성 직원들의 요구는 놀랍지 않다”고 짚었다.
왜 70%는 파업에 반대하나
주목할 만한 대목은 여론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가 파업을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소벡은 이를 “재벌 옹호가 아니라 파업이 국가 경쟁력과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로 해석했다. 삼성은 한국 전체 수출의 22.8%,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26%를 차지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파업이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법원이 지난 18일 회사 측의 파업 금지 가처분 신청을 부분 인용했지만, 노조 측은 오는 21일까지 막판 합의가 없으면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벡은 여기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짚었다. “산업 구조가 더 다변화되어 있다면 정부가 한 기업의 파업에 이토록 취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역설적으로 이 집중은 삼성 직원들에게 막대한 협상 레버리지를 준 동시에, 경영진과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부담을 안겼다.
이번 분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모델 구축 경쟁에 나선 기업들은 전력 부족이나 지정학적 긴장에만 취약한 게 아니라 ‘소수의 고숙련 핵심 인력’에도 취약하다고 소벡은 지적했다.
AI 패자들이 들고일어날 때를 대비하라
소벡은 칼럼 말미에 정책적 함의를 제시했다. 반도체 인재 부족은 글로벌 현상이므로 각국 정부는 명문대만이 아니라 직업 교육 프로그램, 기술 고등학교, 재직자 재훈련을 통해 인재 파이프라인을 지금 당장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협력해 직원들에게 국내 반도체 생산의 국가안보적 중요성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술 혁명의 도구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레버리지를 발견했다”면서도 “그들의 반발은 AI 비판론자들이 우려하는 K자형(양극화) 경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AI의 승자들이 들고일어날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AI의 패자들이 들고일어날 때는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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