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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낀집 매물 나와도 … 주식·성과급 대박 아니면 못산다

무명의 더쿠 | 09:20 | 조회 수 895

비거주 1주택 실거주 유예 영향
전세금 LTV 넘으면 대출안돼
15억 매물은 현금 14억 필요
실수요자 급매물 나와도 외면
금수저 자녀·현금부자에 유리
실거주 유도 정책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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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매물 잠김을 막고 아파트 시장의 실거주 정착을 위해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매물'까지 팔 수 있도록 길을 열었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세보증금이 선순위로 잡히는 구조 탓에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일반 실수요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주식 투자로 큰 시세차익을 거뒀거나, SK하이닉스처럼 대규모 성과급을 받은 고소득 직장인 정도는 돼야 살 수 있는 구조"라는 말까지 나온다.

19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291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2일(6만3985건)보다 1075건 줄었다. 지난 12일 정부가 매물 출회를 늘리기 위해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매물도 매도가 가능하도록 조치했지만, 매물 수는 지난 13일 하루만 늘어나고 계속 감소 중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매물을 연말까지 팔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지난 9일까지는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만 팔 수 있었는데, 매물 수가 지난 3월 21일(8만80건)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하자,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다. 현행법상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선 주택 매수 후 4개월 내 전입해야 하지만, 이런 실거주 의무 규제를 일시적으로 풀어준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뜻과는 달리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세 낀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이를 전월세로 돌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세 낀 매물은 주담대를 받기가 어려워 현금 부자가 아니면 접근이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매 매물 수가 줄어드는 사이 전월세 매물은 지난 12일 3만1448건에서 이날 기준 3만2570건으로 늘어났다.

현재 규제지역의 LTV(담보인정비율)는 40%다. 15억원 아파트 기준 최대 6억원까지 주담대가 가능하다. 그런데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이 이미 집값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면 주담대를 받을 수 없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50% 수준으로 사실상 전세 낀 아파트에서는 주담대가 불가능한 셈이다. 임차인 퇴거 시점에 전세퇴거자금대출 1억원만 빌릴 수 있다.

일반 매물의 경우 현금 9억원이 있으면 15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데, 같은 가격이더라도 세 낀 매물은 현금 14억원을 보유해야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이 세 낀 매물의 가격을 시세보다 1억~2억원가량 낮춰도 실수요자들 상당수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임차인이 본인이 거주 중인 아파트를 직접 매수할 땐 대출 한도가 더 늘지만, 현금 마련 부담은 여전하다.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살 때 매매 대금으로 바뀐다. 예컨대 10억원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6억원을 내고 살고 있다면 주담대 4억원을 받아 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전세보증금 6억원이 모두 본인의 현금이어야 한다. 전세 대출액이 포함돼 있다면, 그에 해당하는 만큼 현금을 따로 구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 2월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 매도를 허용했을 때도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을 제외하곤 인기가 없었다. 강남권은 25억원 초과 아파트가 밀집했는데, 이 경우 주담대 한도가 2억원뿐이라 애초에 현금 부자가 아니고서는 매수가 불가능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 낀 매물은 대출이 나오지 않아서 일반 매물보다 가격을 낮춰도 잘 팔리지 않았다"면서 "임차인들이 집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 매도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세 낀 매물의 전세보증금이 LTV 40%를 넘었더라도, 매수 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격을 낮춰도 팔리지 않는 매물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져 매물 잠김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물이 사라져 공급이 부족해지면, 다시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서울에서 전세난이 가장 심한 곳이 외곽 지역인데, 이곳 전세 거주자들은 이사할 곳이 없어서 매매를 고려하는 이들이 많다"며 "그런데 대출이 나오지 않아 다주택자 매물을 사지 못하면, 세 낀 매물이 아무리 나와도 실제 공급 효과는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아파트를 매매할 때 주담대는 필수"라며 "다주택자 매물을 통해 공급 확대 효과를 내려면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공급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당국은 규제를 풀어줬을 경우 집주인들이 집값을 올리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세 낀 매물의 경우 주담대를 받기 어려워 가격이 일반 매물보다 낮게 책정됐는데, 대출이 가능해지면 집주인들이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장의 애로사항은 파악하고 있지만, 규제를 풀 경우 집주인들이 다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추가 규제 완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68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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