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뭘 보는 거야”… 나홍진 ‘호프’에 칸이 술렁였다 [2026 칸영화제]
나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실체 혹은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인간이 짓는 표정의 연대기’로 채워져 있었다. 그는 자꾸만 뭔가를 찾아내려 한다. 난수표 같은 세계에서 살인범을 찾는 엄형사(‘추격자’), 목표를 향하되 회색지대를 떠돌 뿐인 구남(‘황해’), 진실의 주변을 맴돌지만 끝내 이해하지 못할 진실 앞에서 현혹되는 종구(‘곡성’)가 그러했다. 이들 주인공의 공통점은 대상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신작 ‘호프’ 역시 진실 혹은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이 엇비슷하다. 그러나 이번 영화의 문법은 이전과는 다르다. 나홍진은 ‘나홍진 이상’의 일을 해냈다. ‘진실은 문 뒤에 있다. 그러나 그 진실의 모습은 추하며, 추한 진실은 그게 진실인지 알 수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장르 전환의 실험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나 감독은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간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영화는 ‘장르 규정’이 불가능한 영화다.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로 시작했다가 SF로 전환되더니 코미디로 몸을 바꾸고 다시 저 수많은 장르를 하나의 몸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날 칸영화제 상영 중엔 ‘저게 도대체 뭐야’라는 의구심과, 몸을 덜덜 떨며 ‘안 돼’ 하는 소스라침이 뒤섞인 반응이 다수였다.
제목이 왜 ‘호프’인지도 고민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희망을 위해 ‘녀석’을 제거하려 한다. 그러나 녀석들의 실체를 확인할수록 인간의 희망도 제거된다. 제거했다고 믿는 순간 녀석들은 다시 나타나고, 죽였다고 확신하는 순간 또 달려온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녀석이 단수가 아니라 복수임을 알게 될 때, 녀석이 죽은 모습을 보고 방금 박수를 쳤던 관객들의 희망도 제거된다. 나도 타자도 희망이 없는 세계, 그곳에서 인간이 안주할 곳은 없다.
그러나 ‘호프’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장르의 복합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지만 오히려 그 점이 과잉으로 느껴질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토록 실험적인 한국영화가 있었던가를 생각해보면 앞서 이런 영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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