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뜻은 국어사전 너머에 있다.
“지인이 자꾸 제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게 싫어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40대 여성의 사연. “동네에서 알게 된 사이인데, 자기 남편 부를 때는 ‘신랑’이라고 하면서 정작 제 남편은 자꾸 ‘오빠’라고 칭하네요. 묘하게 기분 나쁜데 제가 예민한 건가요?” 손위 남성을 부르는 흔한 말, 그러나 여자의 촉은 그 안에서 내밀한 연정의 어감을 감지했다. 댓글 여론은 “느낌이 쎄하니 멀리하라”는 쪽으로 모였다.
“자기 남편한테 오빠라고 하는 거 극혐이다. 50대 시이모님인데, 장성한 자식까지 뒀으면서. 역겨워서 다시는 안 보고 싶음.” 반대로 화제를 모은 이 사연, 나잇값과 적절한 호칭에 대한 설왕설래가 거셌다. “뭐라 부르든 뭔 상관?” “오빠도 오빠, 남편도 오빠, 구분은 제대로 해야죠?” 재작년에는 김건희 여사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나눈 카톡에서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라고 한 사실이 공개돼 논란을 낳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그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친오빠”라고 해명했다.
‘오빠 인플레이션’에 빨간불이 켜졌다. 친근함을 드러낸다는 빌미로 너도 오빠 나도 오빠, 심지어 ‘단종 오빠’(16세에 승하했다) 등으로까지 무차별 확산 중이기 때문이다. 원래 혈육 사이에서만 쓰이던 오빠는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1990년대부터 남남끼리도 광범위하게 통용됐고, 2021년에는 한류 열풍을 타고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됐다. 특기할 대목은 ‘매력적인 한국 남성, 특히 유명하거나 인기 있는 배우나 가수’라는 뜻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그 자체로 칭찬의 의미가 돼버린 것이다.
잇단 설화(舌禍)가 빚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후보의 유세 지원 도중 내뱉은 이 한마디에 전국이 들끓었다. 상대방이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였기 때문이다. 하 후보는 뱀띠 49세다. 우물쭈물하던 아이는 재촉에 결국 “오빠”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미친 작태”라고 비판했고,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사과는 이뤄졌지만 민주당 측은 공식 선거송으로 ‘옆집 오빠’(붐)를 채택해 다시 불씨를 지폈다.
박지현 전(前)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오빠’는 손위 남형제를 지칭하는 용어를 넘어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서면서도 동시에 사적인 친밀감을 획득하는 독특한 권력의 언어”라며 “오빠로 불림으로써 자신이 여전히 현역이라는 착각과 함께 자신의 노화를 품위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존감 결핍의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아저씨’라는 단어가 주는 기성세대의 책임감이나 성적 매력의 감퇴를 거부하고 ‘오빠’라는 단어가 내포한 상대적 친밀감과 일말의 가능성에 기생해보려는 심리”라는 것이다.
관련 처세법도 공유되고 있다. 스스로를 3인칭으로 “오빠가~”라 칭하는 오빠(혹은 아재)는 피해야 한다는 조언. “중대장은 너희에게 실망했다”처럼 위계·서열부터 들이미는 용법은 “오빠 믿지?”와 같은 얕은 술책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고, 그런 오빠는 위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2024년 영화 ‘OPPA(오빠)’가 개봉했다. 잘생긴 한국 남성의 사진을 도용해 오빠를 참칭하며 여성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이 활개 치자 경고 차원에서 경찰 당국까지 협력해 제작에 나섰다. 오빠는 망신살이 뻗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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