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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다독임. 조성하와 심은경이 건네는 위로 (시어터플러스 5월호 커버)

무명의 더쿠 | 05-16 | 조회 수 480

https://x.com/theatreplus_twt/status/2049655373737627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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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이 흘러가는 시간, 닿지 못하는 이상,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하루. 안톤 체호프가 19세기 말에 쓴 ‘바냐 아저씨’가 백 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무대 위에 거듭 소환되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국립극단이 새로 선보이는 연극 <반야 아재>는 원작의 배경을 경성으로 옮겨 각색한 작품이다. 정미소를 운영하며 가족을 건사해 온 박이보(바냐)는 평생 헌신해 온 매형이 사실은 자신의 청춘을 갉아먹은 사람이었음을 깨닫고 무너진다.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인물은 조카 서은희(소냐)다. 서로 부딪히면서도 결국 끌어안고 함께 이 삶을 살아가자고 다독이는 두 인물의 관계가 이 작품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번 무대에는 박이보 역에 배우 조성하가, 서은희 역에 배우 심은경이 함께한다. 실제 삼촌과 조카처럼 서로에게서 배우고 있다는 두 배우가 함께 길어 올린 이 시간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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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아재>에는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조광화 연출과의 인연에 대하여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예전에 연출님과 연극 <남자 충동>을 준비하다가 제가 중간에 빠진 적이 있어요. 그 후로 오랜 세월 연극과 떨어져 살다가, 몇 년 전에 조광화 연출이 작품을 하나 하자고 제안을 줬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어떻게든 서로 맞춰보자는 의지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요. 국립극장과 국립극단이 힘을 모아 준비하는 작품이라는 걸 알고는 부담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함께하는 배우분들이 워낙 훌륭하셔서 재밌게 연습하고 있어요.


박이보는 어떤 인물인가요.

안타깝고 불쌍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원해서 이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저 가족을 지키려 했던 사람. 삶을 지탱하고 살아오는 동안 왜 자기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자신을 더 사랑하고, 좀 더 이해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았으면 좋았을 텐데. 현재를 박차고 나오는 용기가 있어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박이보는 그런 용기를 가질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그리곤 삶에 대한 허무를 온몸으로 받아내는데, 결국은 또다시 묵묵히 그 안에서 자리를 지키죠. 정미소에 걸린 컨베이어 벨트처럼 계속 제자리를 도는 그의 삶이 너무 안타깝고 슬픕니다.


박이보는 결국 깊은 허무를 느끼며 괴로워합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괴롭게 만든 걸까요.

그가 아프고 힘든 건 자신의 현실을 빨리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현실적으로 내가 어디에서 있는지 자각해야 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인정해야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그걸 못 하는 거죠. 어찌 보면 순박한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정말 좋은 건, 이 인물들이 마냥 멀리 있지 않다는 거예요.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의 꿈은 뭔지도 모른 채 포말처럼 사라지는 세상의 수많은 이보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분들이 이 공연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우로서 여전히 더 채우고 싶은 것이 있나요.

나이가 들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에 시간을 쓰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발전적인 꿈을 꿀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을 먼저 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몸을 좀 만들어 보려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하고, 오래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도 너무나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그동안 책을 너무 못 본 것 같아서, 그 시간도 점차 더 가지려고 하고요. 좀 더 멀리 본다면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요. 종종 영화제에 가면 외국 스태프들을 마주할 일이 생기는데, 어느 정도는 소통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더라고요. 윤여정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선배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듯, 그 뒤를 따라 지금이라도 배워두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큰 도전보다는 메워지지 않은 틈을 더 채워가려 해요. 누군가 저를 필요로 해서 캐스팅이 된다는 건 배우에게 정말 큰 복이고, 제게 언제까지 그 복이 있을지는 알 수 없죠. 그러나 할 수 있는 날까지는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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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의 <반야 아재>로 국내 첫 연극 무대에 섭니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동경해 왔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이 올라갈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배우로서 정말 큰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어요. 이런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대담함이 나에게 있을까 자문하게 되었죠. 출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조광화 연출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어요. 제게 이 연극을 할 재량이 있을지 걱정된다며 고민을 털어 놓았더니 관객과 마주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고, 그 두려움은 연출님 당신께서도 갖고 계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지만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라는 작품은 두려움을 마주하는 개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연극을 통해 불안을 마주하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거기에 마음이 크게 동해서 해보자는 결심이 섰어요.


서은희는 어떤 인물인가요.

우선 이보 삼촌이 그리워하는 누나의 딸이죠. 어머니의 심성과 강인함을 빼닮은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보 삼촌과 함께 집안과 정미소 일을 도맡아서 관리하고 있는데, 정신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큰일을 하는 건 은희입니다. 여린 면도 있고, 고통스러워할 때도 있지만 그 감정들을 다 안고 삶 속에 잘 승화시켜서 계속 살아나가려 하는 인물이죠. 황폐한 땅 위에 탁 튀어나온 여린 잎 같은 아이예요. 순수하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어떻게든 버텨서 꽃 한 송이 틔워 보겠다고 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고, 저도 은희를 보며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모든 건 다 지나갈 거예요.” 이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나간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절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기대와 희망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죠. 그래서 결말이 열려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살다 보면 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죠. 그렇지만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도 삶인 거예요. 이상에 닿지 못함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 같습니다. 그리고 각자만의 답을 떠올리게 하게끔 만들죠. 


배우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닿고 싶은 지점이 있다면요.

예전에는 목표가 뚜렷했는데, 오히려 그게 저를 갉아먹더라고요.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것들을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지금 이쯤 와 있구나.’ 하고 저절로 알게 되는 때가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루하루를 믿자, 순간을 믿자는 자세를 갖게 되었어요. 지금은 꾸준히 성실하게 하루를 쌓아 올리는 게 삶의 목표입니다. 큰 이상은 없고, 꾸준히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달음을 가져다주는, 시간의 힘을 믿어 보려고요.


https://m.theatreplus.co.kr/article/people/8/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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