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초점]“만세 아닌 천세”‥‘21세기 대군부인’, 동북공정 의혹까지 씁쓸한 끝맛

MBC ‘21세기 대군부인’이 오늘(16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어설픈 서사 전개를 두고 크고 작은 비판이 이어졌지만, 지난 15일 방송은 단순한 완성도 문제를 넘어 역사 인식 자체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특히 극 중 왕실 예법과 상징 체계에서 드러난 오류들이 최근 민감한 동북공정 논란과 맞물리며 시청자들의 반발을 키웠다.
가장 큰 문제는 ‘국왕 즉위식 장면’이다. 드라마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입헌군주제가 존재한다’는 흥미로운 가상 설정을 내세웠지만, 정작 왕실 묘사는 자주국의 위상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흘렀다. 즉위식에서 군중이 외친 구호는 ‘만세(萬歲)’가 아닌 ‘천세(千歲)’였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역사적 의미는 전혀 다르다. 조선은 물론 대한제국까지 황제에게는 ‘만세’, 왕세자나 제후급 존재에게는 ‘천세’ 표현이 사용됐다. 중국 황제 중심 질서에서 천자는 만세를, 그 아래 왕은 천세를 사용하는 구조였기 때문.
문제는 드라마 속 군주가 대한제국 이후의 황제 개념이 아닌, 중국식 질서 아래의 왕처럼 묘사됐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물론 작품은 엄연한 허구다. 그러나 허구라 해도 왜 굳이 한국 왕실의 위계를 낮추는 방향의 설정과 표현을 반복적으로 차용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복식과 용어 사용에서도 허점은 이어졌다. 극 중 국왕은 황제의 상징인 십이류면관이 아닌 구류면관을 착용했다. 십이류면관은 보석 줄 12개가 달린 최고 등급의 면류관으로 황제만 사용할 수 있었고, 구류면관은 그보다 낮은 등급의 군주에게 허용됐다. 대한제국 이후 황제를 자처했던 역사적 맥락을 생각하면 어색한 설정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왕의 죽음을 표현하는 방식 역시 논란이 됐다. 조선과 대한제국에서 왕과 황제의 죽음은 일반적으로 ‘붕어(崩御)’라고 표현했지만, 드라마에서는 ‘훙서(薨逝)’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훙서는 중국 황실 계통에서 사용되던 용례에 더 가깝다.
궁궐 방화 설정도 반복되며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극 중 궁에는 무려 세 차례나 불이 난다. 긴장감을 위한 장치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왕실이라는 공간이 지닌 상징성과 권위를 스스로 희화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궁궐은 단순 배경이 아니라 한 국가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장소이기에 자극적인 장면 소비용으로의 반복 활용은 가볍게 느껴진다.
판타지 사극은 상상력의 영역이다. 현실 역사와 다른 설정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창작의 자유가 역사 감수성의 부재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특히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드라마라면, 최소한의 상징 체계와 역사적 맥락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결국 ‘21세기 대군부인’은 마지막 회를 앞두고도 작품성보다 논란으로 더 많이 회자되는 드라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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