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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대' 칸의 초청 받고도 거부한 거장들, 왜?..."경쟁 부문 아니면 의미 없다"

무명의 더쿠 | 13:31 | 조회 수 822

 

당신이 잘 몰랐던 칸영화제<1>

 

 


“경쟁 부문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미국 감독 짐 자무시는 단호했다. 그는 지난해 신작 ‘마더 파더 시스터 브라더’가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고도 이를 거부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경쟁 부문이 아니라서였다. 노대가의 자존심이 작용한 걸까.

 

 

자무시 감독은 미국 독립영화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천국보다 낯선’(1984)으로 깜짝 등장한 이후 늘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5년에는 ‘브로큰 플라워’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패터슨’(2016)으로도 갈채를 받았던 그는 거장 또는 대가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영화인이다.

 

 

자무시 감독이 칸영화제 초청을 거부한 건 자존심 때문이 아니었다. 경제적 이유가 컸다. 자무시 감독은 “경쟁 부문에 가야만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경쟁 부문에 들어야 수상 가능성이 있고, 상을 받으면 영화팬들의 관심을 살 수 있어 흥행할 가능성이 크며 그래야 차기작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였다. 칸영화제 초청작이라고 다 같은 초청작이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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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무시 감독은 칸영화제 대신 베니스국제영화제(지난해 8월 개막)를 택했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마더 파더 시스터 브라더’는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본인 영화 이력 최초였다. 거장이라 불리면서도 유수 영화제 수상 복이 유난히 적어 무관의 제왕이라 불리던 자무시 감독으로선 잊지 못할 수상이었다. ‘마더 파더 시스터 브라더’는 전세계에서 75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올해도 또 다른 영화 대가가 칸영화제 초청을 거부해 화제를 모았다. 베르너 헤어조크였다. 전후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이다. 헤어조크 감독의 신작 ‘버킹 파스타드’(Buking Fastard)는 칸영화제 칸프리미어 부문 초청장을 받았다.

 

 

헤어조크 감독의 초청 거부 사유는 좀 독특하다. “(두 주연배우인) 케이트 마라, 루니 마라 자매가 수상할 가능성이 막혔다”는 이유였다. 칸프리미어 부문은 유명 감독의 신작을 소개한다. 2021년 새로 생겨났다. 상은 없고 영화 상영만 이뤄진다. 헤어조크 감독은 마라 자매에게 영화제 수상 기회를 주고 싶었던 거다. 주요 영화제들은 ‘세계 첫 상영(World Premiere)’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칸영화제에서 첫 상영되면 베니스영화제나 베를린영화제에 가는 길은 사실상 봉쇄되는 식이다. 헤어조크의 사례는 배우들에게 유명 영화제 수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의도치않게 역설한다.

 

 

주요 영화제는 어떻게 유명 감독들의 작업에 영향을 주는 걸까. 주요 영화제 수상은 영화의 운명을 어떻게 좌지우지하는걸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이라는 레테르는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하는 걸까.

 

 

 

전 세계 예술영화관의 흥행 보증수표

 

 

영화 수입업계에서는 ‘범퍼(Bumper)’라는 용어가 종종 쓰인다. 영화 판매와 구입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할 때다. 자동차 충돌시 충격을 흡수하거나 방지하는 장치를 지칭하는 범퍼는 수입업계에서 ‘추가 조건’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이렇다. A라는 영화가 있다. 여러 나라 영화 수입업자들이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두고 있는 영화다. A가 촬영에 들어가고 후반작업을 거쳐 최종 완성될 때까지 수입업자들은 이 영화를 얼마에 살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기획 단계에서 살 경우 가격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완성까지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하니까.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돌아오는 이익은 클 수 있다.

 

 

시간이 지나 A가 완성됐다. 감독의 지난 이력을 살폈을 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가능성이 크다. 수입업자들의 관심이 커진다. 가격이 오른다. 이때 만일 A를 샀는데 이 영화가 경쟁 부문에 초청되고 상까지 받으면 수입업자는 큰 돈을 벌 수 있다. A의 상품가치가 경쟁 부문 진출과 수상을 거치며 급격히 올라갔으니까.

 

 

영화를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익을 최대한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영화를 팔기 전 미리 조건을 내민다. 경쟁 부문에 올라가면 추가로 얼마를 달라, 상을 받으면 흥행 이익 분배 비율을 올려달라는 식이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이미 경쟁 부문에 오르거나 수상한 이력이 있으면 부대 조건이 많아지고 까다로워진다. 요컨데 범퍼는 영화에 대한 인지도와 흥행성이 갑자기 바뀔 때를 가정해 만들어낸 일종의 ‘안전장치’다.

 

 

영화제라고 범퍼가 다 같은 건 아니다. 베를린영화제보다 베니스영화제 진출작 범퍼가 까다로워지고, 베니스영화제보다 칸영화제 초청작 범퍼가 더 상세해진다. 다른 부문이 아닌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일수록, 수상 가능성이 높을수록 범퍼는 많아진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작일수록 수입 가격이 높고 판매자가 가져가는 흥행 수익 몫이 커지는 거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이 확정되자 수입 국가 수가 빠르게 늘어났고, 판매 단가는 크게 뛴 것으로 알려져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31047?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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