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서울 주택 소유권 이전 등기 증가세
강남·송파·용산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 집중
다주택자 급매 출회 후 매수세 확대 해석
상당수 자금조달 우회 가능한 ‘검은머리 외국인’ 추정
“2월에 청담 르엘을 보러 갔는데, 싱가포르인이 70억원 집을 매수하러 살펴보고 있더라고요.”(국내 주택 협회 관계자)
주춤했던 외국인의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급매물이 나왔던 3월과 4월엔 강남과 송파, 용산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외국인의 주택 매입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서울에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을 매수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외국인은 944명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주택을 매수한 외국인은 지난 3월 갑자기 반등하며 전월(196명) 대비 26.5% 급등한 248명을 기록하더니, 지난달에는 그보다도 14.9% 더 오른 285명이 새로이 등록됐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집합건물의 내국인 매수인 증가율(11.3%·6.5%)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4월 서울에서 주택을 매수 후 등기 이전한 외국인 수는, 정부가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2025년 8월)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329명) 이후 최대치다.
앞서 정부는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 시 ‘규제 역차별’ 문제가 지적되자, 서울시 전역, 인천시 7개 구, 경기도 23개 시·군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국인이 토지를 거래하려면 사전에 소재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약 2년의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다.
이에 더해 지난 2월 10일부터는 후속조치로 토허구역에서 허가를 받아 주택을 취득하면 거래 신고 때 자금조달 계획서와 입증 서류 제출을 의무화했다. 이에 2월 외국인의 서울 주택 매수 건수가 200건 아래로 내려갔는데, 한달 뒤인 3월부터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시장에선 시점상 외국인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 급매를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1월 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뒤, 2월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다주택자의 ‘세 낀 집’ 매도를 허용했다. 이에 수년간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 값을 내려 급매물이 나왔는데, 그중 일부를 외국인이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외국인은 주로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 매수세를 확대했다. 최근 4개월간 외국인의 소유권 이전 등기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86명)였고, 다음으로 송파구(76명), 영등포·용산구(각 66명), 서초구(59명) 순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들 중 상당수가 국적만 외국인인 ‘검은머리 외국인’일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실거주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의 매물을 외국인이 샀다고 하더라도 추후 외국인의 2년 실거주 가능성이 인정돼야 토지거래허가가 나가는 구조”라며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2년은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소유권 이전 등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파란 눈’ 외국인이 아니라 유학파 출신 등 외국 국적을 가진 내국인이 부모의 자본 등을 동원해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적’에 따라 자금 조달 입증 등에 내국인이 상대적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 국적을 가진 이들은 국내 대출 한도 규제 적용을 피해 우회로로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고, 다주택 보유 현황도 파악이 어려워 세금 중과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외국인은 국내 대출 한도가 막혀도 해외 금융기관에서 우회해 조달할 수 있고, 사실상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또 상속세가 거의 없는 미국에 전 재산을 두고, 자금을 부분적으로 끌어와 주택 매입에 조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643188?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