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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선생님도 뺨 맞고 아무 대응 못 해”…악성 민원에 무력해진 교사들

무명의 더쿠 | 05-16 | 조회 수 1570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수년 전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며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상황극을 연출했다가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1907년 일본이 대한제국에 제공한 차관을 상환하기 위해 추진됐던 국채보상운동을 설명하고자 했던 A씨는 수업 중 학생들로부터 소액의 돈을 걷어 ‘국채 보상에 쓰겠다’며 교실 문을 나간 뒤 돈을 잃어버린 것처럼 연기했다. 과거 모금됐던 국채보상금이 추후 조선총독부 통제에 들어가면서 행방이 묘연해진 상황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수업이 끝난 뒤 학부모로부터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는 취지의 항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이후 그는 역사 수업 중엔 교과서에 적힌 텍스트 외에 설명하지 않는다. A씨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흥미와 즐거움을 주겠다는 생각에 구상했던 교육이 민원 대상이 될 줄 몰랐다”며 “적극적인 교육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포기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은 악성 민원에 반복 노출되면서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고 무력함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 B씨는 최근 한 학생이 학교에서 교감 선생님의 뺨을 때리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교감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B씨는 “법적 보호가 미비해 교권 침해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에 교육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커졌다”고 말했다.

교사 C씨는 조퇴하는 학생을 홀로 교문까지 내보냈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폭언을 들었고 경찰에 신변 보호 조치까지 신청했다고 밝혔다. 결국 학교를 옮기고 나서야 비로소 숨통을 트일 수 있었던 그는 “내가 보호받고 있는 게 맞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며 “소통이 폭언으로 끊어지면 깊은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민원의 단골 소재가 된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는 ‘평가’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글짓기 업무’로 전락했다는 자조도 나왔다. 이날 천 의원은 다른 국회의원에 대해 ‘공부를 잘하고, 말을 많이 한다’는 취지로 가상의 생기부를 작성했는데, 돌아오는 선생님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김학희 대한초등교사협회장은 “부정적인 용어를 쓰면 ‘아이들이 상처받는다’고, 칭찬을 많이 하면 ‘다른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민원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생기부 작성이 학부모 ‘심기 경호’에 초점이 맞춰진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학생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기재해 성장과 개선을 이끄는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생기부 작성 후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기분 안 나쁘게 잘 포장해 달라”고 입력할 때도 있다고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 13일 공개한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최근 1~2년간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선생님의 직업적 자부심은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에 ‘낮아졌다’가 33.0%, ‘매우 낮아졌다’가 16.2%로 각각 나타났다. 자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12.8%에 그쳤다. 교육 현장에서 가장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응답자의 67.9%가 ‘학생·학부모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교권이 침해될 때’라고 밝혔다.

교원단체들은 교권 침해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서적 학대’의 구성 요건이 모호한 현행 아동복지법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 행위조차 신고의 대상으로 만드는 근본 원인으로 보고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 활동에 대한 소송 국가책임제, 무고성 악성 민원에 대한 맞고소 의무화 도입 등을 촉구하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849265?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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