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오늘도 바티칸은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아~금지하고싶다~"

"큰소리로 말하지 마시고… 또 뭘요"

"마상창시합"

(마상창시합은 11세기 어느 시점에 스리슬쩍 등장해 유럽 전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엥 이걸 왜요? 낭만 있고 좋은데…"

"아니 낭만이고 지랄이고 경기 한번 했다 하면
사망자 부상자가 참가자부터 관중까지 수십이 나오는데
이건 그냥 패싸움이잖아…
교회가 싸움질 막는데 이유가 필요해?"
"안그래도 영주들이 교회 말 안들어서 파문빔 마려운데
걔들이 모여서 정기적으로 패싸움질만 하다가는
시합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기사 소설 속 주인공처럼
흉폭하게 변해버릴거라고!"

(악마가 마상시합 참가자들의 영혼을 주-시하는 모습이 묘사된 14세기 삽화)
교리상 당연히 폭력을 반대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 외에도
기사들이 교회의 승인 없이 모여서 무예를 닦는 것도,
귀족들이 시합 개최비, 참가비, 장비 마련, 생포됐을 때 몸값 등등
각종 비용을 대겠다고 유대인들한테 자꾸 빚을 져서
헌금해야 할 돈이 유대인들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도,
그중에서도 특히
영지 상속자들이 자꾸 마상시합에 참가했다가 픽픽 죽어서
민원 서류 날아오게 만드는 것도,
교회는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래서 시합 도중 죽은 사람은 교회 묘지에 매장하지 못하게 하고,
마그데부르크 대주교 주도로 Pestifer Ludus Torneamentorum(‘해로운 놀이, 마상시합’ 이라는 의미)이라는
마상시합 근절 캠페인도 펼쳐보았지만…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1176년 마이센 변경백 디트리히가 시합 중 사망!
1186년 잉글랜드의 왕자(헨리 2세의 친아들) 조프루아 사망!
1175년 독일, 마상시합 한 번에 기사만 17명 사망!
1220년부터 15년 사이에 홀란드 백작 가문 후계자 3명이 시합 중 사망!
1240년 노이스 마상 시합에서 60명 이상의 참가자가 사망!
…….
기사들의 광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친 것들…
하긴 그래, 싸우다 죽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기사들이 아니긴 하지.
하지만 음행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이거봐라 이거 이이이이 이게 음행이 아니고 뭐야"


"흉물이로다!"

"어… 저건 마운치Maunch라고, 기사를 총애하는 귀부인이 잘라 준 소매를 방패에 붙이는 데서 유래한 문장인데요…"

"무구는 기사의 일부이니 방패는 곧 기사의 몸이지. 즉 자기 몸에 여자 소매를 붙인 기사는 여장을 일삼는 성도착증 변태다!
당장 이 미친 공개적집단음행대소동을 멈춰!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오순도순 오래오래 살란 말이야!"

"더욱 달아오르는군"

"끼얏호우~"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 교회의 완벽한 논리조차
똥에 파리가 꼬이듯 죽음에 꼬이는 기사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고,
세간에서는 성모한테 기도를 올리다 시합에 늦은 기사가 시합장에 도착해보니
성모가 직접 말을 타고 시합에 출전(!)해 우승의 영광을 기사에게 줬다는
흉흉한 민담까지 횡행하며 마상창시합은 더욱 크게 유행했다.
아… 중세는 어떤 시대일까

출처: 중세 유럽 마상창시합의 세계 (AK 커뮤니케이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