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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쯤 살고 나와 여자 만나면 돼”…자매는 3분20초 만에 살해당했다 [오늘의 그날]

무명의 더쿠 | 05-15 | 조회 수 3529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621027?ntype=RANKING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울산에서 두 자매를 무참히 찔러 살해한 김홍일이 부산에서 검거된 뒤 울산 중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울산에서 두 자매를 무참히 찔러 살해한 김홍일이 부산에서 검거된 뒤 울산 중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술, 담배, 여자도 못 하는데 무기징역은 피하고 싶다.”

2013년 5월 15일. 당시 전국민의 공분을 샀던 일명 ‘울산 자매 살인사건’의 범인 김홍일(당시 26세)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부모가 집을 비운 새벽, 가스 배관을 타고 집 안으로 침입해 두 자매를 불과 3분 20초 만에 잔혹하게 살해한 범죄였다.

1심 재판부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며 극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교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형을 감경했다. 두 딸을 한순간에 잃은 부모에게 이날 판결은 또 한 번의 비극으로 다가왔다.
 

“헤어지자고?”…결별 나흘 뒤 흉기를 들고 찾아와


사건은 2012년 7월 20일 새벽 울산 중구의 한 주택에서 벌어졌다. 피해자 A씨(당시 27세)와 여동생 B씨(당시 23세)는 부모가 운영하는 호프집 일을 도우며 성실하게 살아가던 자매였다. 범인 김홍일은 과거 이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A씨를 알게 됐다.

김씨는 자신이 A씨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지만 주변인들의 증언과 수사 결과는 달랐다. A씨는 김씨의 일방적인 집착에 시달렸고, 그는 통화 내역을 확인하거나 직장과 집 앞을 찾아오는 등 집요한 스토킹 행태를 보였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씨 사진만 따로 모아둘 정도로 집착은 심각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다. “이제 그만 만나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끝을 알렸다. 그러나 마지막까지도 상대를 배려했다. “너는 좋은 사람이니 분명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미안. 건강하게 잘 지내.” A씨의 따뜻한 말은 김씨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주변에 “자존심이 상한다”,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범행 나흘 전에는 친구에게 “집 안쪽에도 문을 잠그는 장치가 있느냐”고 물으며 침입 방법을 고민했다.
 

“동생이 죽어가고 있어요”…끝내 끊긴 119 신고


범행 전날 김씨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부산의 안마시술소를 찾아 불법 성매매를 한 뒤 흉기를 구입했고 밤이 깊자 울산으로 향했다.

2012년 7월 20일 새벽 3시 13분, 그는 A씨의 집 앞에 도착했다. 부모가 외출 중인 것을 확인한 뒤 가스 배관을 타고 베란다로 올라갔다. 거실 소파에서 잠들어 있던 여동생 B씨를 먼저 공격했다.

갑작스러운 비명에 놀란 A씨가 방에서 뛰쳐나오자 김씨는 잠시 1층으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그대로 달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119에 신고하던 A씨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목과 가슴 등 12곳을 찔렀고, 두 자매는 모두 현장에서 숨졌다.

A씨가 남긴 마지막 목소리는 119 녹취에 고스란히 남았다. “동생이 죽어가고 있어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려요. 빨리 와주세요.”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김씨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와 신고를 이어가던 A씨까지 살해했다. 두 자매의 삶이 끝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분 20초에 불과했다.
 

56일간 산속 도피…캔커피와 빵으로 연명

 

수배된 김홍일. 뉴시스

수배된 김홍일. 뉴시스(중략)

그는 인근 공사현장에서 빵과 과자, 음료수를 훔쳐 먹으며 버텼고 캔커피와 생수로 연명했다.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이 이어졌지만 좀처럼 행방은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56일 만인 9월 13일에 기장군 일광면 용천리 마을 도로변에서 약초를 캐던 주민의 신고를 받고 체포됐다.

검거 이후 드러난 그의 태도는 유족을 더욱 절망하게 만들었다. 그는 유치장에서 “술, 담배, 여자 이런 걸 못하니까 무기징역은 피하고 싶다”, “20년 정도 살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 “20년 뒤 스마트폰이 얼마나 발전해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때 다시 여자를 만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범행으로 두 명의 젊은 생명이 사라졌음에도 죄책감보다 출소 이후의 삶을 계산하는 듯한 태도였다.
 

30만 명의 서명에도…바뀌지 않은 판결

 

사형을 선고받은 김홍일. 뉴스1

사형을 선고받은 김홍일. 뉴스12013년 1월 울산지방법원은 김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단시간에 두 명의 성인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범행은 극히 중대하다”며 “가족들의 면회 기록 어디에서도 진심으로 참회하자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고 오직 자신들의 살길만 모색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질타했다. 판결문 곳곳에는 재판부의 분노와 충격이 그대로 담겼다.

그러나 2013년 5월 15일 부산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에게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안긴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피고인이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고, 다른 전과가 없으며 검거 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주도면밀하게 치밀한 계획 아래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같은 해 대한민국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판결을 확정했다.

두 딸을 한꺼번에 잃은 부모는 사형을 촉구하며 전국을 돌며 3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법원이 강조한 것은 범행의 잔혹성보다 교화 가능성이었다. 유족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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