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탑승하고 있던 생후 9개월 된 일본인 아기를 숨지게 한 70대 택시기사 강아무개씨가 운전면허 취소가 아닌 정지 처분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강씨에 대해 면허취소 벌점 기준치를 넘기지 않아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해당 사고는 지난해 10월21일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강씨가 몰던 택시가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던 승용차와 충돌한 사고다. 이 사고로 탑승 중이던 20대 일본인 부부는 전치 10주 이상의 중상을 입었고 생후 9개월 된 딸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고 약 한 달 뒤 끝내 숨졌다.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 경찰은 시사저널에 "면허취소가 되는 벌점 기준치인 121점을 넘지 않아 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면허취소 처분이 내려지려면 1년 간의 운전자 누적 벌점이 121점 이상이 돼야 한다.
사고 발생 시로부터 72시간 이내에 사망한 인원 1명당 90점의 벌점이 운전자에게 부과되는데, 일본인 아기의 경우 사고 발생 후 중태에 빠졌다가 약 한 달 뒤에 사망해 중상으로 분류돼 15점만 부과됐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다만 경찰은 강씨가 현재까지 면허정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경찰은 "개인정보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교통사고 전문인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사고 발생 후 중태에 빠졌다가 사망한 경우에 대한 벌점 부과 규정이 따로 마련돼있지 않다"라며 "통상 면허정지는 최대 100일 정도 내려지는데 교통안전교육과 현장참여교육 등을 이수하면 최대 50일까지 감경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통상적인 경우를 고려하면 해당 기사는 현재 운전면허가 회복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이런 사건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다양한 경우를 망라해 보다 촘촘하고 이해가 가능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사고 발생 후 20대 일본인 부부는 시사저널과 만나 강씨가 탑승 후 처음부터 상당히 거칠게 운전했다고 주장했다. 부부는 강씨가 용산2가동 사거리에서 '끼어들기'를 한 후 급가속을 하는가 하면, 앞 차를 추월해 달리는 것을 보고 '이래도 되나'라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또 부부는 한국어는 익숙하지 않아 영어로 택시기사에게 '스톱, 브레이크(STOP, BREAK)'라고 외치며 속도를 줄여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택시기사는 듣고 있지 않은 듯 반응 없이 계속 운전을 이어 나갔다고도 했다.
강씨는 사고 직후 급발진을 주장하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페달을 잘못 밟았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를 받는 강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강씨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 첫 재판은 오는 28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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