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과 방송사 측에선 “반론권 보장을 위해 찾아간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2심 법원 모두 “제작진이 50여 명의 아가동산 주민이 거주·관리하는 주거지에 무단 침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법 민사2-2부(부장 이석재)는 아가동산 및 교주 김기순 씨 등 2명이 ‘나는 신이다’ 제작사인 MBC와 조성현 PD를 상대로 “원고 각각에게 5000만원씩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들이 함께 아가동산에 500만원씩, 김씨 등 2명에게 각각 300만원씩 배상하라”고 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총 1억 5000만원의 청구 금액 중 총 1100만원에 대한 배상만 인정했다.
‘나는 신이다’는 김씨를 포함해 신을 사칭한 4명의 인물과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지난 2023년 3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아가동산은 지난 2022년 3월께 제작진이 신도들의 공동주택을 찾은 것을 문제 삼았다. 신도 50여명은 공동주택에 함께 살며 대규모 농장일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성현PD 등 제작진은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 씨 인터뷰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잠겨있지 않은 농장 출입구를 통해 건물에 도착한 다음 신도들에게 “교주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가 실랑이가 벌어졌다. 건물에서 나간 뒤 건물 외벽, 농장 촬영을 30분 진행한 뒤 타고 온 차량을 타고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아가동산 측은 지난 2022년 4월 제작진과 방송사를 상대로 총 1억 5000만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반론권 보장을 핑계로 주거지에 무단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강제로 취재 및 답변을 강요한 것은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법원은 아가동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을 맡은 당시 서울서부지법 민사11단독 김호춘 판사는 지난 2023년 11월 아가동산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제작진과 방송사가 함께 아가동산에 500만원, 김씨 등 2명에 대해선 각각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아가동산이 취재 거부 의사를 이메일 등으로 명백히 거부했는데도 제작진은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4명의 동료와 함께 아가동산이 관리하는 농장 및 건물에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가동산은 별도의 출입구 및 관리사무소,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통해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마침 일부 농장 출입문이 개방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허락 없는 출입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가동산 구성원들은 나름의 독특한 설립 목적, 이념을 공유하며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공동체”라며 “외부에 폐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언론 관계자가 사전 승낙 없이 공장 내부로 출입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제 울타리 등으로 외부와 경계가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무단으로 아가동산의 주거지에 침입한 것”이라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다만, 손해배상액은 총 1100만원으로 제한됐다. 1심은 “불법행위의 경위와 내용 및 정도, 이후의 경과, 침해된 정도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과 방송사 측에서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역시 “취재 목적으로 공동주택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구성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가동산 신도들은 외부의 간섬 없이 농업에 종사하면서 자족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며 “이곳에 침입한 행위는 공동체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것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알 권리, 언론의 자유라는 이익과 이에 따라 침해받는 아가동산 신도들의 보호이익을 비교 형량했을 때 제작진의 이익이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제작진과 방송사 측에서 2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지난달 24일 상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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