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갖고 싶어" "경제 기반 위해"
만혼 세태 속 결혼 인식 변화 감지
25~29세 남·녀 혼인 2년째 증가
신혼부부 주택 지원 등 정책 한몫
극심한 취업난에 경제적 자립이 늦어지면서 만혼(晩婚)이 일반화된 시대지만,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선 ‘결혼을 할 거면 일찍 하는 게 낫다’는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거비 부담, 안정적 일자리 부족 등 현실적 어려움에도, 되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정을 꾸려 부부가 힘을 모아야 더 빨리 경제적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도드라진다.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정책 등 정부 지원이 두터워진 것도 청년들의 결혼 부담이 줄어든 주요 이유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오현경(28)씨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행복주택에 당첨돼 올 2월 두 살 연상 연인과 혼인신고를 했다. 오씨는 “행복주택은 자녀를 낳으면 최대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데다 주거비도 시세보다 저렴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혼부부 대상 SH 행복주택 청약은 총 1,686가구 모집에 3만9,121명이 몰려 경쟁률 23.2대 1을 기록했다. 송파·관악 등 일부 지역은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혼희망타운에 당첨된 윤모(27)씨도 신혼집 입주 시기에 맞춰 혼인신고를 1년 앞당겼다. 윤씨는 “예식장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한 해가 지나면 식대가 1인당 1만 원가량 오르더라”며 “전반적인 비용이 비싸지니 결혼을 빨리해버리자는 마음도 컸다”고 귀띔했다. 정고운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두 사람이 소득을 합쳐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결혼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리적 안정감도 이른 결혼의 장점으로 꼽힌다. 오씨는 “퇴근 후 둘이 함께 산책을 하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라며 “연애할 때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관계의 안정감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올 2월 결혼한 신모(28)씨는 “대학원을 마치고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 남편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며 생긋 웃었다.
이른 결혼은 통계로도 일부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5~29세 여성 혼인 건수는 2015년(10만9,300건)부터 2023년(5만5,700건)까지 줄곧 감소하다 2024년 6만4,300건, 지난해 6만9,300건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30~34세도 2015년(9만6,100건)부터 2021년(6만1,800건)까지 줄어들다 2022년(6만4,200건) 반등해 지난해 9만5,300건으로 늘었다.
남성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25~29세 남성 혼인 건수는 2015년 6만7,100건에서 2023년 3만4,600건으로 반토막이 났으나 2024년 3만9,800건, 지난해 4만2,500건으로 늘어났다. 30~34세 또한 2022년 6만8,400건으로 최하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9만8,700건으로 불어났다.
다만 결혼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등 여전히 현실적 부담은 존재한다. 미혼 때는 각각 대출이 가능했던 맞벌이 부부가 소득 합산 시 고소득자로 분류돼 각종 지원에서 배제되는 불합리가 적지 않은 탓이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해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동갑내기 예비 남편과 결혼을 준비 중인 정모(25)씨는 “혼인신고를 미루고 청년주택으로 집을 마련할까 고민”이라며 “20대의 결혼은 감정과 더불어 현실적인 조건을 잘 고민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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