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이 20년간 몰래 후원한 병원...40년간 77만명 무료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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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자들의 병원' 요셉의원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당시 상무)이 2003년 6월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 선우경식(오른쪽) 초대 원장의 안내를 받아 목욕실과 세탁실 등을 둘러보고 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요셉의원은 요셉나눔재단법인 산하 자선의료기관이자 국내 1세대 무료병원이다. 서울 종합병원 내과 과장으로 일하던 고(故) 선우경식(1945~2008) 원장이 1987년 8월 관악구 신림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1983년 신림동 철거민촌에서 의료봉사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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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원장은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며 “힘들고 어려울 땐 병이라도 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돈이 없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는 환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환자를 진료하는 고 선우경식 원장. 요셉의원 제공
신림동 재개발로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자, 병원은 1997년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이 모여 있는 영등포역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영등포마저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지난해 7월 현재 위치인 서울역 인근 동자동으로 이전했다. 선우 원장 별세 이후 이문주 신부와 조해붕 신부, 감염질환 치료 분야 권위자인 신완식 원장이 2~4대 원장을 맡았다. 개원 이후 무료 진료를 받은 환자는 77만 명(지난해 5월 기준)을 넘는다.
2024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년 넘게 후원해온 사실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선우 원장의 삶을 담은 책 ‘의사 선우경식’에 따르면,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해 경영수업을 받던 이 회장은 의원 직원으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받고 직접 병원을 찾았다. 선우 원장은 그해 열린 13회 삼성 호암상 사회봉사상 수상자였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했을 당시 요셉의원. 당초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개원했지만 재개발로 밀려 1997년 영등포로 자리를 옮겼다. 요셉의원 제공
이 회장은 당시 선우 원장의 안내로 쪽방촌 가정과 수녀회가 운영하는 공부방을 둘러봤다. 이후 굳은 얼굴로 “충격이 커서 머릿속이 하얗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그때 1,0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고, 다달이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요셉의원은 여전히 병원 문턱을 넘기 어려운 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보루다. 지난달 28일 의원 대기실에서 만난 김모(58)씨는 “고혈압과 당뇨가 심한데 (기초생활) 수급자라 비용 부담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치료받을 엄두를 못 낸다”며 “없어선 안 될 소중한 곳”이라고 말했다.

1987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개원했을 당시 요셉의원. 요셉의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