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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라고 사용자 측에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기본급의 1000%였던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직원들에게 2025년도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그 액수가 커서 화제가 됐다. HBM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발에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덕분에 성과급이 기본급의 2964%, 연봉의 1.5배라는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사례를 보면서, 삼성전자 직원들은 뭉치기 시작했다.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인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성과급 투명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곳 조합원 수는 지난해 9월 6300명에서 2026년 4월 말 기준 7만6000여 명으로 불어나 기존 최대 노조였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노동조합(전삼노, 현재 조합원 약 1만8000여 명)을 제치고 삼성전자 첫 과반 노조가 됐다. 김재원 전삼노 정책기획국장은 “‘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복수노조이지만 2025년 11월부터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공동 교섭단을 꾸려 함께 활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왜 영업이익의 15%를 액수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할까?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측은 ‘EVA(경제적 부가가치)’라는 기준으로 성과급을 계산해 지급했다. 세후 영업이익에서 ‘영업에 투입된 자본의 비용’을 뺀 수치를 기반으로 한 산식인데, 구체적인 자료가 대외비이고 계산이 복잡해 ‘깜깜이’ 논란이 있었다. 반면 ‘영업이익의 15%’는 누구나 계산 가능하고 직관적이다. 더욱이 기존 제도에서는 ‘연봉의 50%’라는 절대액 상한선이 있어, 삼성전자가 아무리 실적을 많이 내도 성과급 액수가 평균 연봉 8000만원의 절반인 4000만원을 넘기 어려웠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성과급 계산법을 ‘영업이익의 10%’로 단순화한 데다 액수 상한도 없앴다. 그 결과 ‘억대 성과급’이 가능해졌다. “최근 3~4개월 동안 하이닉스로 이직한 조합원이 100~200명이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하이닉스 이직 스터디를 만들 정도다.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직원은 삼성전자 연봉의 2배를 받는다더라. 겉으로는 1등 기업이어도 직원들이 느끼기엔 이미 1등이 아니다(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장).”
삼성전자 사측도 성과급 제도 일부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말한다. 다만 SK하이닉스와는 다른 특수성을 이야기한다. 메모리 반도체만으로 직원 3만4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여러 부문에서 총 12만8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약 7만8000명뿐 아니라, 모바일·가전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 익스피리언스) 부문 약 5만명도 있다. 같은 반도체 부문에서도 파운드리(위탁생산)·시스템LSI(설계) 같은 비메모리 사업부는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회사 측은 ‘슈퍼 사이클’을 경험하고 있는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재원이나 액수의 상한 없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이상의 대우를 보장하겠지만,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에 따라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시스템LSI 부서에 크게 보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조가 주장하는 성과급 제도를 적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DS(반도체) 부문과 달리 영업이익률이 별로 높지 않은 DX 부문은 박탈감을 느낄 거라고도 우려한다. 반면 노조 측은 삼성전자가 종합 반도체 회사인 만큼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시스템LSI 부서도 최대한 보상하려 노력해야 하고, 성과급이 투명화·제도화되면 DX 부문도 나빠질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보상이 부족해 국내외로 인재가 유출된다’는 노조의 지적에 대해서도 사측은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은 금전적 보상이 높긴 하지만 그만큼 개인별 성과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해고도 자유롭다. 반면 한국의 성과급은 ‘어느 직군에 속하든, 인사고과가 어떻든 연봉에 따라 거의 동일하게 받는’ 개념이다. 정말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성과급을 요구한다면,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등까지도 노조가 받아들여야 하지 않느냐고 사측은 주장한다. 노조 처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장은 “고과별로 나눠서 성과급을 지급하면 조합원은 단결하기 어렵다. 회사가 조합원에게 ‘잘 챙겨줄 테니 파업하지 말라’고 회유할 수도 있다. 그 금액이 몇백만 원도 아니고 억 단위가 넘어간다면, (성과급이 노무관리 도구로 전락해) 자칫 노동 3권이 형해화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에서 2021년에 일어난 일
한국의 대기업들은 대체로 기본급 비중을 낮추고, 성과급처럼 실적 등에 따라 액수가 유동적인 변동급여를 통해 직원들에게 보상해왔다. 그러나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10%’로 명문화한 회사는 아직까지 SK하이닉스뿐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저희도 과거에는 EVA 산식을 통해 성과급을 지급했다. 구성원들은 내가 어떤 기준으로 성과급을 받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로서는 직전년도 실적이 좋지 않아 EVA 기준으로 성과급을 줄 수 없는 해에도 ‘격려금’ 등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지급해왔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2018년까지 호황이고 2019년에 실적이 안 좋았을 때, 2020년 초 기본급의 400%를 ‘미래 성장 특별 기여금’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특수로 일부 회복한 실적을 반영해 EVA로 계산한 성과급을 2021년 초에 지급했더니 그 액수가 공교롭게도 실적이 부진했을 때와 똑같은 기본급 400%였다. 즉각 ‘도대체 기준이 뭐냐’는 논란이 터져 나왔다.”

입사 4년 차 직원이 당시 사장을 비롯한 사내 구성원들에게 ‘EVA 계산법을 공개할 수 있느냐’며 항의 메일을 보낸, 이른바 ‘MZ 상소문’ 사건이 그때 일어났다. 최태원 회장이 연봉 반납을 선언해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2021년 2월 SK하이닉스 노사는 EVA를 없애고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되, 액수에 기본급 1000%(연봉의 50% 수준)라는 상한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시간이 흘러 2023년 7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가 2024년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의 실적을 거두면서 ‘성과급 상한이 기본급의 1000%냐, 영업이익의 10%냐’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2025년 초 기본급의 15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뒤, 오래 가져갈 수 있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사가 테이블 앞에 앉았다. 지난해 9월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의 10%’로 최종 합의했다. SK하이닉스에 정통한 관계자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는 주식으로 보상하는데 이렇게 현금으로 주는 게 맞느냐’는 논란도 있지만, 거기는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 회사이고 연구개발 인력이 대부분이라 개인 실력에 따라 주식으로 차등 보상할 여지가 있다. 반면 제조업은 차등 보상 자체가 쉽지 않다. SK하이닉스와 비슷한 동양권 제조업인 타이완 반도체 회사 TSMC가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의 10% 내외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참고해 노사가 오랫동안 대화해 나온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SK하이닉스에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생산직 노조 두 곳(이천·청주공장),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 한 곳이 조직돼 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57조2000억원, 영업이익률 43%)를 기록하고,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또한 역대 최대치(37조6000억원, 영업이익률 72%)를 찍으면서 ‘기업의 영업이익을 누구에게 분배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한국 사회의 논쟁거리로도 떠올랐다.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 외에 다른 주체도 그 이익 분배의 후보로 제시되었다.
먼저 주주들이다. 삼성전자 노조 4만여 명이 평택캠퍼스 앞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연 4월23일,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라는 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 민경권 대표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를 “악덕 채무업자밖에 안 된다”라고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측은 저희 주주들에게 경영을 위임받았다. 성과급의 적정선은 사측과 노조가 합의하면 된다. 그러나 합의가 안 됐을 때 (노조가 파업으로)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대응은 마땅해 보이지 않는다. 공장의 실제 주인으로서 말한다.” 삼성전자 공장을 운영하는 법인인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곧 공장의 주인인데, 노조가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 파업으로 공장을 멈추는 행위는 주주들 재산에 직접적 피해를 주므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물론,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의 주장과 달리 삼성전자의 기계·설비·재고 등은 법인의 소유이지 주주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주주’라고 답하는 사고 체계를 ‘주주 우선주의(shareholder primacy)’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경영의 목적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부, 즉 주가를 극대화하는 데에 있다. 이토록 주주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주주가 이른바 ‘잔여 청구권자(residual claimer)’라는 점이다. 기업의 자산 중 모든 계약상 채무를 갚고 남은 잔여 가치가 주주의 몫이라는 뜻이다. 기업가치가 아무리 커지더라도 부채의 원금과 이자 이상은 가져갈 수 없는 채권자와 달리, 주주들은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정해진 부채를 갚고서도 더 많은 부분을 자기 몫으로 챙길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와 달리 주주의 이해는 기업가치 상승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주주들은 임금을 받기로 계약한 노동자와 달리 투자금 회수를 청구할 권리가 없으며,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잔여 이익, 즉 이번과 같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이윤은 주주의 몫이라는 논리가 가능하다.
새로운 분배 정치의 출발점
반론도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 경영진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려는데, 주주들이 배당을 더 많이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주주라고 다 같은 주주가 아니다. 5년이나 10년 뒤에 배당을 크게 받겠다는 생각으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고려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주주도 물론 있겠지만, 당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니까 한두 달 갖고 있다가 빠지려는 소액주주도 적지 않다. 만약 후자에게 돈을 나눠주기 위해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희생시키는 게 맞느냐고 묻는다면,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치경제학 박사인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주주가 아니라 노동자와 엔지니어들이야말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경영 위기에 처했을 때 임금 동결이나 삭감, 나아가 정리해고의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리스크 부담자들’이며, 따라서 잔여 이익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특히 두 반도체 기업 초과이윤의 원천이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노동자와 엔지니어들의 암묵적 지식, 실패의 축적, 조직학습의 산물이고, 이렇게 축적한 기술과 경력은 해당 기업과 산업에 특화된, 즉 다른 기업이나 다른 업종으로 이직할 경우 쉽게 통용되기 어려운 고유 기술과 경력이기에 더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승일 박사는 잔여 이익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리스크 부담자의 범위에 다른 주체도 포함시킨다. 바로 두 반도체 기업의 협력·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 이들 역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맞춰 숙련을 향상시켜왔고, 이 기업들과의 거래가 끊기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일하는 파견·용역·하도급 등 ‘소속 외 근로자’는 지난해 기준 3만5701명, SK하이닉스의 소속 외 근로자는 1만4490명이다. 삼성전자 사내 하청업체 소속으로 3조 2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웨이퍼(반도체 집적회로의 핵심 재료인 원형의 판) 세정 업무를 하는 40대 김동현씨(가명)는 “원청 직원들과 경영진도 열심히 했고 주주들도 투자로 기여했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게 노력한 저희 하청업체 직원들도 있었다. 사실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은 거의 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한다. 원청만큼 달라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생각은 해줬으면 하는데, 성과급 뉴스가 신문에 그렇게 크게 나와도 노조도, 삼성도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원청에서 1년에 두 번 최대 125만원 인센티브(성과급)를 주는데, 그마저도 안전사고가 나면 전 사원에게 지급하지 않아 사고 낸 동료를 원망하게 되는 구조다. 같이 방진복 입고 땀 흘리며 고생했는데 얼마나 박탈감이 크겠나.” 같은 직장 동료 이영훈씨(가명)는 “(원청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관철되면) 연봉 차이가 지금의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 나게 될 것 같아 박탈감이 크다. 원청에서는 우리를 ‘파트너’라고 부르는데 와닿지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장은 하청업체와도 성과를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입사할 때 채용 조건이 달랐는데 일률적으로 같은 선에서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청 노조에서 몇 번 연락이 오긴 했는데 삼성전자 근로자를 위해서만 활동하기 때문에 일단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청 노조가 원한다면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 될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규직 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도 두 반도체 기업 영업이익을 배분받을 주체로 거론된다. 국가가 교육정책과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폈고, 전기·도로·용수 등 인프라를 제공했으며,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깎아주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왔다. 물론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둬들인 두 반도체 기업은 법인세를, 막대한 성과급을 받은 이 기업들의 노동자들은 소득세(약 30~40%대)를 납부하게 될 것이므로, 그 자체가 사회 환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의 재분배 제도가 최선인지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 시절 감세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역대급 영업이익에도 두 기업이 과거만큼 법인세를 내진 않을 것이다. 또한 바뀐 무역 환경에서 기업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도 병행하려면, 기존의 세제 혜택은 전반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지금은 수출 기업의 실적이 과거처럼 내수로 순환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의 재분배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이상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면 과도하고, 몇 퍼센트 이하를 요구하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단일한 기준은 없다. 다만 주주·노동자·하청업체·국가 중 그 어떤 단일 주체도, 이 반도체 초과이윤을 창출한 생산·지식 시스템의 재생산 능력을 훼손할 만큼의 전유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정승일 박사는 지적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독일식 공동결정제와 같은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업원 2000명 이상 대기업의 감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절반을 차지하도록 한 이 제도는, 노동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참여하게 만든다. 정승일 박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줄지 말지를 노동이사가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면, 그때 노동이사는 어떤 선택을 할까?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건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는 단순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노동자의 성과급을 얼마로 할 것인가가 아니다. 기업을 어떤 존재로 정의하고, 어떤 분배 원리를 제도화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업은 주주의 재산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이며, 기업의 초과이윤은 독점적 청구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의 자원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분배 정치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