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21세기 대군부인', 맛집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싱거운 이유
3,254 20
2026.05.06 18:19
3,254 20

[김지연의 한꼬집] '21세기 대군부인', 맛집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싱거운 이유


맛집인 줄로만 알았다. 긴 웨이팅 끝에 겨우겨우 들어갔다.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음식이 나왔다. 근데 딱 거기까지였다. 한 번쯤 가볼 만은 한데, 또 가고 싶냐고 하면 글쎄. 치즈, 트러플, 투쁠 한우 등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는 재료를 썼는데, 안 먹어도 그만, 먹어도 그만인 맛이었다.


그게 꼭 〈21세기 대군부인〉 같다. 알면서도 속고 싶었다. 입헌군주제와 계약결혼 소재, 아이유와 변우석이라는 핫한 스타 배우, 거기에 ‘MBC 극본공모 당선작’이라는 타이틀까지.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일종의 ‘치트키’들을 다 쓰고도, 그다지 감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모로, ‘맛집’임이 분명해 보였던 드라마는 예상외로 싱거운 모양새다. 고증이 잘못됐다거나, 역사왜곡이라거나, 뻔하다거나, 연기력이 별로라거나, 연출이 올드하다거나 등의 문제는 굳이 따질 필요 없다. 뭐, 〈궁〉은 연출이 세련되어서 지금도 보고, 〈선재 업고 튀어〉는 타임슬립이 믿어져서 보고, 〈사내맞선〉은 덜 뻔해서 보고, 〈호텔 델루나〉는 신들린 연기력이 좋아서 봤겠는가. 기본적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책임질 ‘이야기’와 ‘캐릭터’가 빈약하니, 재미가 덜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21세기 대군부인〉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은 고작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의 운명 개척 신분 타파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를 표방한다. 사실은,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시놉시스와 기획의도, 인물소개가 드라마 본편보다 재미있게 쓰였다.

 

그러나, 드라마 속 성희주(아이유)는 욕망만 있고 결핍이 없다. 대개 결핍이 없는 욕망은 설득력을 얻기 힘든 법이다. 기획의도와 작가의 작품 소개 속 입체적으로 보였던 인물들은 어디로 갔나. 드라마가 ‘신분 타파 로맨스’를 표방한다면, 그 ‘신분’이 어떻게 인물에게 장벽이 되고, 인물은 그 장벽을 어떻게 부숴나가는지를 다뤄야 했다. 그러나, 성희주에게 평민에 서출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큰 제약이 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성희주는 ‘타고난’ 인물로만 보인다. 사생아이긴 하나 ‘캐슬그룹’의 자녀인 데다가, 이미 ‘캐슬뷰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성희주는 능력이 출중해 학교에서도, 가족 내에서도, 회사에서도 ‘더럽게 이기며’ 살아왔다고는 하나, 아무리 봐도 그가 그 자리까지 능력으로만 올라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니, ‘자수성가형’ 인재와는 거리가 멀다. 평민에 서출이라, 신분으로 인한 결핍이 있다고는 하나, 그저 남(예를 들면 홍보팀장)에게 못되게 구는 걸로 그가 가진 결핍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고작 이름뿐인 신분이 없어 놓친 기회가 수십”이라고 말하는 성희주에게 신분의 제약이란, 내진연에서 ‘품계’라는 서열에 따라 맨 뒤에 앉고, 맨 뒤에서 걸어야 하는, 딱 그 정도로만 묘사된다.


성희주는 그저 맨 앞에 서 있고 싶어 왕실에 입성하고 싶어 하는 걸까. 성희주가 정말 욕망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라면, 계약결혼을 통해 자신이 얻는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그게 무엇인지 모호하다. 성희주가 그토록 원하던 캐슬그룹을 물려받는 것과, 이안대군(변우석)과 결혼하는 것은 전혀 무관한데 말이다. 성희주는 오빠 성태주(이재원)가 자신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얻는 이유로 “양반가에 장가 들어서 그런가”라며, 자신도 결혼을 통해 신분을 얻고 싶다고는 말하지만, 구체적인 장면이 없고 말만 있으니, 신분이라는 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왕실이 주는 명예는 돈이나 땅으로 살 수 없다”는 민 총리(노상현)의 대사가 성희주의 동기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럼 이제 이안대군을 보자. 이안대군은 더욱 반골이었어야만 했다. 지금보다 더욱, ‘사냥꾼’ 같았어야만 했고, 왕위에 오르고픈 욕망이 좌절되어 반항심으로만 똘똘 뭉친 인물이 되었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이안대군이 성희주의 청혼을 받아들인 이유가 납득이 된다. 이안대군은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차남이라는 이유로 왕위에 오르지 못한 인물로 설정됐다. (애초에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로 그려지지도 않는다는 점은 일단 차치해두자.) 사실 이안대군은 성희주와 비슷한 결핍을 지닌 셈이다. 그렇다면 그는 더 삐딱해야 했다. 오로지 그의 사냥꾼과 같은 반골 기질로 인해 평민 출신 성희주와 혼인해 왕실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대비를 비롯한 세력에게 (성희주의 말을 빌리자면) “엿 먹이는” 전개가 되었어야 했다. 그래야 “내가 왕위에 오르고 싶다고 할 때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 줄 사람”으로서 자신과 닮은, 성희주의 청혼을 받아들인 이유가 설명된다. 단지 탄일연에 철릭을 입었다는 것만으로, 이안대군의 ‘삐딱함’이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는다.

 

두 사람이 닮아 있다는 설정과 기획의도 자체는 좋다. 두 주인공이 서로의 결핍을 알아보고 서로 끌린다는 것은 로맨스 드라마의 ‘필승’ 공식이지 않은가. 그런데 〈21세기 대군부인〉은 매우 불친절하게도, 두 주인공의 감정이 쌓이는 과정을 매우 희미하게만 보여준다. 돈은 많이 들어갔겠지만 감정은 많이 들어가지 않은, 장면을 위한 장면들 탓에 휘발되는 씬이 많은 탓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리 소문 없이 스며들더라도 감정은 쌓여야 하는데, 쌓아놓은 감정 없이 대뜸 마음이 열리니 시청자는 따라잡기 어렵다. 이를테면 ‘타이타닉 씬’, ‘카 체이싱 씬’ 등이 그 예다. 으레 로맨스 드라마에는 ‘짤’로 박제될 결정적인 순간들이 필요한 법이라지만, 갑자기 나오는 키스신처럼 예쁘게만 담은 장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진짜 두 사람은 갑자기 키스를 하고 갑작스레 마음을 열기 시작했는가. 서로의 사정으로 인해 맺은 계약 결혼 이후, 두 사람이 각자의 이득을 뒤로하고 사랑에 빠지려면, 자신의 벽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사랑 앞에, 자신이 세웠던 기준이 무너지는 경험, ‘실리’보다 ‘사람’이 앞서는 순간의 고뇌가 생략된 로맨스는 공허할 뿐이다. 두 사람은 언제 상대방이 자신과 비슷한 결핍을 지녔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열기 시작했는가. 성희주는 본인의 욕망을 넘어선 ‘진심’을 언제, 어떻게, 왜 느끼기 시작했는가.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해 온 이안대군은 왜, 하필 그 순간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는가. 성희주의 말대로 “익숙한 맛이 더 맛있고, 익숙한 길이 더 예쁘고, 익숙한 옷에 더 손이 가는”거라지만, 재료를 다 갖춰 놓고도 ‘맛있게 끓이기’는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신분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척만 한 싱거운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https://www.cineplay.co.kr/ko-kr/articles/27623

 

댓글 2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동국제약 루온셀X더쿠🌿 올리브영 전체 판매 랭킹 1위 화잘먹장벽미스트! ‘루온셀 셀바이옴 에센스 100ml’ 체험 이벤트 272 09.11 37,220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 07.13 1,015,56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26.08.30 아이디 판매 유도관련 추가) 24.04.09 14,044,17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4,449,90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60812 기사뉴스 저작권법 침해 강력 제재] 20.04.29 37,656,217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324,58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3 21.08.23 8,740,60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650,30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56 20.05.17 8,869,47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5 20.04.30 8,747,98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타회원 글/댓글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795,66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56867 이슈 2020년 ~ 2026년 / 시청률 20프로 넘은 드라마.jpg 1 13:58 197
3156866 기사/뉴스 공효진·정준원 '유부녀 킬러' 10.7%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 13:58 23
3156865 이슈 절대음감 유영우 1 13:57 65
3156864 기사/뉴스 부안 아파트서 불… 40대 엄마 숨지고 7세 아들 중상 5 13:56 337
3156863 이슈 영화 옵세션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2 13:56 319
3156862 유머 나 이 게임 보면서 팀원 살리는 거 처음 봤어 이게 아이돌과 팬인가. 4 13:54 567
3156861 유머 시작된 물떡의 계절 4 13:54 609
3156860 기사/뉴스 “편의점 김밥도 4000원”…마라탕엔 줄서는데 ‘싸구려 한식’에 갇혀 사라지는 동네 밥집 5 13:53 420
3156859 유머 브이로그가 만들어지는 과정 13:53 322
3156858 유머 제목 : 패트와 매트 2 13:52 471
3156857 유머 바람피는 현장 증거확보 ㄷㄷ (냥) 2 13:50 842
3156856 유머 해외서비스를 위해 작업하면서 콧물이 그렇게 나왔다는 웹툰작가 11 13:49 1,023
3156855 이슈 보기 드물게 사랑스러운 캐리커쳐 🖼 1 13:49 285
3156854 이슈 유사장인 인피니트 우현 프롬 근황 8 13:49 433
3156853 기사/뉴스 한 달 빠른 '독감 주의보'…예방접종 아직인데 어쩌나 7 13:47 533
3156852 유머 사탕만 보이는 아가들 5 13:46 536
3156851 이슈 U20 여자 월드컵 대한민국 16강 진출 성공 8 13:45 296
3156850 유머 드디어 말이 좀 통하는 의사 등장 9 13:45 1,243
3156849 기사/뉴스 클럽서 에르메스 가방 뿌려…돈 자랑 20대, 알고 보니 비트코인 도둑|지금 이 쇼츠 1 13:44 543
3156848 이슈 노윤서 선화예고 → 이화여대 루트였던거 아는 사람 34 13:44 2,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