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이비부머 세대가 보유한 110조 달러(약 16경171조 원) 규모의 막대한 자산이 자식에게로 이전되는 기간이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대 수명 연장으로 고령층이 상속보다 건강·레저 등 자체 소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비부머의 자산이 자녀 세대로 대거 이동하는 이른바 ‘위대한 부의 이전’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자료를 보면, 미국 가계 자산은 고령층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다.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 89조7000억 달러와 침묵의 세대(1946년 이전생) 20조6000억 달러를 합친 자산은 110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X세대(46조2000억 달러)와 밀레니얼·Z세대(18조7000억 달러)를 크게 압도하는 규모다.
● ‘투자형 자산’ 가진 고령층…가파른 자산 증가
주목할 점은 자산 팽창의 유형이다. 수십 년 전 선점한 주식과 사업 지분 가치가 폭등하며 고령층 자산을 불린 것이다. 베이비부머는 지난 4분기에만 1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추가하며 전 세대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자산 구성도 세대별로 엇갈린다. 침묵의 세대와 베이비부머는 주식 비중이 각각 43%, 33%로 높았다. 반면 X세대는 부동산(27%) 비중이 가장 컸고, 밀레니얼·Z세대는 자산의 38%가 은퇴 계좌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자산 증가분도 특정 세대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199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56%였던 상속 가능 자산 규모는 2021년 424%까지 급증했는데, 이 중 97%가 가구주 연령이 55세 이상인 가구에서 나왔다.
특히 투자형 자산을 다수 보유한 55세 이상 상위 10% 부유층이 전체 증가분의 약 75%를 독점했다.
● 수명 연장·자체 소비 확대로 ‘부의 이전’ 지연
이 막대한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존 세이벌하우스 경제학자는 “위대한 부의 이전은 산술적으로 당연한 결과지만, 실제와 다르게 오해받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주된 원인은 수명 연장이다. 특히 부유층일수록 건강 관리에 아낌없이 투자해 기대 수명을 늘리고 있다. 하버드대 라지 체티 교수팀에 따르면 소득 상위 1%는 평균 80대 후반까지 살며 저소득층보다 긴 수명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하면 UBS의 2025년 조사 결과, 억만장자의 81%는 기대 수명이 과거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상속 연령대도 함께 높아졌다. 1998~2010년 연준 조사에서는 50대 후반의 상속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2013~2022년에는 60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자산가들이 은퇴 후 호화 여행이나 고급 주거지 이동 등에 지출을 늘리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에 일부 자산가는 자녀에게 자산을 일시에 물려주기보다 주택 구입·교육비·휴가비 등을 지원하며 부를 조금씩 쪼개 전달하고 있다.
배우자 우선 상속 구조도 지연 요인이다. 자산관리업체 서룰리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올해 배우자 상속 예정액은 약 1조3000억 달러로, X세대 이하 상속인에게 전달될 2조 달러와 비견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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