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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왕사남 1600만 잔치 뒤 폐허 된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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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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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첫 대작 영화이자 설 텐트폴(주력) 작품인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16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침체됐던 극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한국 영화시장의 고사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화인들은 정부에 특정 영화의 스크린 집중 제한 제도 도입, 영화 투자 펀드 확대와 세제 혜택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 영화시장의 위기에 대해 “단순히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 탓만이 아닌, 스크린 몰아주기 등이 가능한 대기업의 독과점과 수직계열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짚는다. 한두 편의 천만 영화에 기대는 것이 아닌 한국영화의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이사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영화단체연대회의는 2026년 4월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2026 한국영화산업의 위기와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만 회복 못해

 


2025년 한국 영화시장은 역대 최악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5 한국영화 결산’ 자료를 보면, 2025년 한국영화 매출액은 4191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39.4%(2719억원) 감소했고, 관객 수 역시 4358만 명으로 전년 대비 39.0%(2790만 명)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2020~2021)을 제외하면 매출액은 2009년 이후 최저치, 관객 수 역시 2005년 이후 최저치였다. 한국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40.0%로 전년 대비 17.8%포인트 감소했고, 한국영화 관객 수 점유율도 41.1%로 전년보다 17.0%포인트 줄었다.

 

 

영화 제작 편수도 크게 줄었다. 흔히 ‘상업영화’로 분류하는 기준인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영화는 총 31편으로 전년(37편) 대비 6편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5편)보다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 주요 국가의 영화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 영화시장의 침체는 길어지고 있다. 김승범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은 2019년 대비 2024년 극장 박스오피스가 62% 수준, 유럽은 75%, 일본은 74%의 회복력을 보였다”며 “반면 한국은 2019년 2억3천만 명이던 관객 수가 2025년 1억600만 명으로 46%에 그쳤다. 이는 20년 전인 2005년 수치(1억2천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왕사남’도 스크린 독차지… 최대 20%로 제한을

 

 

이렇게 국외 영화시장보다 한국의 영화시장이 더 큰 충격을 받고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김승범 대표는 “단순히 팬데믹을 계기로 한 글로벌 오티티의 공세 때문만이 아니라 극장 체인을 소유한 대기업이 제작과 유통(배급)까지 독점하는 수직계열화 탓”이라고 꼬집었다. 2021~2024년 한국영화 배급사별 점유율을 분석한 영진위 자료를 보면, 1위는 플러스엠(30.4%), 2위는 씨제이이엔엠(CJENM·18.9%), 3위는 롯데엔터테인먼트(15.4%), 4위는 쇼박스(11.1%), 5위는 뉴(NEW·10.3%)였다. 1~3위 배급사가 모두 멀티플렉스를 소유한 대기업이다. 이들이 흥행 1~2위 영화들에 좌석을 몰아주는 관행이 고착화하면서 흥행 영화든 흥행하지 못한 영화든 극장에 머무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오티티나 티브이 등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2025년 12월17일~2026년 1월 초까지 약 3주 동안은 ‘주토피아2’(11월26일 개봉)와 ‘아바타: 불과 재’(12월17일 개봉)가 전체 극장 상영점유율의 80%를 넘나들었다. 두 영화는 각각 861만여 명과 647만여 명을 동원하며 2025년 박스오피스 1·2위를 차지했다. 1600만 명 이상을 동원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왕사남’ 역시 스크린 독점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왕사남은 2026년 2월 말~3월 초 상영점유율이 62.1%에 이르렀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일본에서 영화 ‘국보’가 1천만 관객을 모으는 데 6개월이 걸린 것에 견줘 한국에서 ‘왕사남’이 1천만 관객을 모으는 데는 불과 31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단기 매출에만 매몰된 극장의 배급 방식이 영화 생태계를 약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 역시 “이런 좌석점유율은 관객이 극장에 갔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한두 편에 불과하다는 뜻”이라며 “공급자 중심에서 관객 중심으로 영화 배급의 판도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PqoqCs

 

영화단체연대회의는 좌석 몰아주기를 제한하는 ‘스크린 독점 규제법’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처럼 블록버스터나 대규모 상업영화가 예술영화 상영 기회를 박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영화가 상영관 좌석이나 상영 회차를 독점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일일 상영 기준으로 한 개 멀티플렉스에서 단일 영화의 좌석점유율을 (최대 2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며 “특히 운영상 편법 가능성을 막기 위해 실질적으로 관객이 올 수 있는 시간대(오전 10시~밤 10시)를 정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홀드백’은 외려 독… 최소 상영 일수 확대를

 

 

다만 영화인들은 ‘홀드백 법제화’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홀드백’은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가 오티티 등 다른 플랫폼에 공개될 때까지 일정한 유예 기간을 두는 제도다. 2025년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영화관에서 상영이 종료된 날에서 최대 6개월이 지난 뒤부터 오티티 등 여타 플랫폼에 영화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영화인들은 “인위적인 홀드백은 조기 종영돼 극장 관람을 놓친 관객이 6개월간 해당 영화를 볼 수 없게 만들고, 제작사·배급사는 6개월 뒤 다시 마케팅해 잊힌 영화를 알려야 해 제작비 회수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영진위가 2026년 2월 말 내놓은 ‘한국영화 수익 극대화를 위한 홀드백 분석 연구’를 보면, 극장 수익의 68.2%가 상위 10% 영화에 집중돼 있어 중소 영화에 긴 홀드백을 강제하는 것은 실익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익을 극대화한 홀드백은 블록버스터 105일, 중규모 영화 75일, 소규모 영화 45일로 차이가 컸다. 특히 180일(6개월) 이후에는 화제성이 개봉 시점 대비 8~12%로 급감해 2차 창구 수익이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stale fruit effect)이 나타났다.

 

 

영화인들은 현재 영화업계에서 통용되는 상영표준계약서상 최소 상영 일수를 늘리는 것이 홀드백 법제화보다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최소 상영 일수가 일주일로 규정돼 있는데다 많은 영화가 하루에 한 번씩만 상영되는 변칙 상영으로 총 7회 상영 만에 조기 종영되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가 긴 기간 영화를 못 보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극장에서 오래 상영되도록 상영 기간을 보호하는 게 핵심”이라며 “스크린 집중을 제한해 극장 상영 기간을 자연스럽게 늘리는 것이 홀드백 정상화의 본질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부 모태펀드 늘리고, 일반 투자자 감세도

 


영화단체들이 정부에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대책은 ‘대규모 영화 투자 펀드 조성’과 ‘일반 투자자 참여를 위한 세제 혜택’이다. 영진위 ‘2025년 한국영화 결산’ 자료를 보면,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상업영화 31편의 총제작비 합은 3243억원으로 편당 평균 총제작비(순제작비+마케팅 비용)는 104.6억원이었다. 이들 영화의 추정 수익률은 -33.13%로, 전년도 -19.27%에 견줘 크게 하락한 수치이며 코로나19 이후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다만, 순제작비 규모별로 보면 100억원 이상~150억원 미만 구간(4편)의 수익률이 33.69%로 가장 높았고 모든 구간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100억원 이상 영화의 제작비 조달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500억원 이상 규모의 펀드가 4~5개, 혹은 1천억원대 규모 펀드가 2개 이상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2026년 모태펀드(정부 정책 펀드) 영화 계정 출자 공고를 보면, 한국영화 메인투자 펀드 조성 목표액은 567억원, 정부 출자액은 340억원에 불과하다. 영화단체들은 정부가 앵커(핵심) 출자자의 역할을 위해 모태펀드 출자 확대, 2025년 조성된 국민성장펀드와의 연계, 일반 투자자 유치를 위한 30%의 세제 혜택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박관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부대표(기린제작사 대표)는 “2024년과 2025년 조성된 창업투자사(창투사)들의 영화 관련 펀드의 경우, 정부의 정책 펀드인 모태펀드가 50% 출자를 해도 나머지 일반 투자자(LP)의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해 펀드 조성에 실패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며 “영화나 영화펀드에 대한 출자자에게 세액 감면 및 소득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위기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 외에 구태의연한 장르와 소재에 안주하는 제작 방식, 크게 오른 영화 티켓 가격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대책을 호소하려면 영화계 내부의 성찰과 자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윤필립 영화평론가는 “단체들의 문제의식과 정부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적정한 티켓 가격 산정과 영화의 질적 향상을 통해 ‘볼만한 작품이 없다’는 불만을 해소하려는 업계의 성찰과 노력도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왕사남’의 흥행은 성공하기 어려운 장르에 대한 도전,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소재 발굴, 시의적절한 주제의식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영화계의 자기 혁신 필요성을 시사하는 면이 있다”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https://v.daum.net/v/2026041908540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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