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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헬로키티 자동차 타고 출근하는 46세 남성…“인생은 짧아, 하고픈 거 다 하고 살래요” [덕후 계산기]

무명의 더쿠 | 16:09 | 조회 수 2461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611337?ntype=RANKING

 

46세 남성 개발자의 ‘헬로키티 라이프’
분홍색 키티 래핑카·키티 웨딩…“중형 세단 한 대 값 썼죠”
“짧은 인생, 남에게 피해 안 주면 좋아하는 것 하며 살아야”

분홍색 헬로키티 자동차 앞에 서 있는 오지현 씨. 오지현 씨 제공

분홍색 헬로키티 자동차 앞에 서 있는 오지현 씨. 오지현 씨 제공40대. 남성. 외국계 기업 개발자. 그리고 헬로키티.

언뜻 들으면 좀처럼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조합이지만 게임 개발자 오지현(46) 씨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오 씨는 분홍색으로 전신 래핑된 헬로키티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며 인생의 굴곡마다 키티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세상이 정해놓은 ‘아저씨 이미지’ 대신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법을 택한 셈이다.
 

분홍색 키티 자동차를 모는 ‘40대 아빠’


오 씨와 헬로키티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 다이어리 꾸미기 열풍이 불던 시절, 또래 친구들이 연예인 사진을 오려 붙일 때 그는 헬로키티 스티커를 골랐다. 당시 유행하던 ‘우비소년’이나 ‘마시마로’는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헬로키티 특유의 귀여움이 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 작은 스티커 한 장이 지금은 도로 위를 달리는 분홍색 자동차로 이어졌다. 도로에서 분홍색 헬로키티 차량을 마주하면 대개 운전석에는 여성이 앉아 있을 거라 짐작한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내리는 이는 탄탄한 체격의 40대 남성 오 씨다.

그는 차량 두 대를 모두 키티 스티커로 꾸몄다. 심지어 헬로키티 콘셉트의 바디프로필까지 찍을 만큼 키티에 진심이다. 오 씨는 “원래 핑크색을 좋아하다보니 차량도 핑크로 하게 됐다”며 “코로나 시기 큰 실연을 겪었는데, 여자는 실연 후 미용실을 가듯 나는 래핑샵을 찾았다”고 밝혔다.
 

분홍색 헬로키티로 래핑한 오지현 씨의 차. 오지현 씨 제공

분홍색 헬로키티로 래핑한 오지현 씨의 차. 오지현 씨 제공오 씨가 이토록 당당하게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건 자신의 행복에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취향을 숨기고 소소하게 즐겼지만, 살아보니 다 부질 없더라”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하고 싶은 걸 다 즐기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고 강조했다.

의외로 주변 반응도 따뜻하다. 그는 이를 취향 존중 문화가 자리 잡은 덕분이라 본다. 오 씨는 “요즘은 취향존중 시민의식이 좋아져서 다들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남자가 헬로키티를 좋아하면 응원해준다”며 “특히 마동석 씨 같은 남자 연예인들이 헬로키티를 좋아하는 모습이 노출된 게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마동석(위쪽)과 개그맨 미키광수. 사진=마동석과 미키광수의 SNS

배우 마동석(위쪽)과 개그맨 미키광수. 사진=마동석과 미키광수의 SNS실제로 배우 마동석은 영화 ‘범죄도시4’ 시사회 현장에서 거대한 손으로 앙증맞은 헬로키티 케이스가 씌워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 기내에서 키티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손하트를 만드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키티 사랑을 보여줬다.

개그맨 미키광수 역시 자타공인 헬로키티 덕후다. 그는 SNS에 “내 몸이 허락한 유일한 명품샵”이라며 분홍색 키티 크로스백을 메고 키티 백팩과 인형 등을 쇼핑하는 영상을 올렸다. ‘키티광수’, ‘키티보이’ 등의 해시태그도 달아 키티 덕후임을 당당히 인증했다.
 

지금까지 쓴 비용만 ‘중형 세단 한 대 값’


지금껏 헬로키티 굿즈에 쏟아부은 금액은 스스로도 “중형 세단 한 대 값”이라고 추산한다. 피규어와 인형은 물론, 최근에는 팝업스토어나 브랜드 행사가 끝난 뒤 처분되는 대형 입간판까지 수집하고 있다. 오 씨는 “내 키만 한 스태츄(statue)를 소장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집을 위해 발품도 마다하지 않는다. 헬로키티 팝업스토어나 행사가 열리면 서울·수도권은 물론 부산과 제주까지 어디든 달려간다. 비행기를 타고 헬로키티의 본고장 일본을 수시로 방문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특히 최근엔 오는 5월 운행 종료를 앞둔 ‘헬로키티 신칸센’을 타기 위해 이제 막 100일이 된 아기와 아내와 함께 일본행을 준비 중이다. 그는 “아기를 데리고 가는 게 가장 큰 도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지현 씨가 소장한 헬로키티 굿즈들. 오지현 씨 제공

오지현 씨가 소장한 헬로키티 굿즈들. 오지현 씨 제공하지만 수집 난도는 갈수록 높아진다. 산리오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치솟으면서 신상품이 출시 직후 품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일본 제품은 중국인들의 사재기 영향으로 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헬로키티의 인기는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최근 세븐일레븐은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맞아 산리오 캐릭터 협업 제품을 선보였는데, 밸런타인데이 기간 헬로키티 등 관련 제품 매출이 94% 급증했다. 2014년 당시 헬로키티가 산리오 전체 매출의 93%를 견인했을 만큼 키티는 자타공인 인기 캐릭터다.

이러다 보니 오 씨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할 때가 많다. 가장 힘겹게 손에 넣은 건 ‘세일러문 산리오 콜라보 시리즈’다. 발매일에 맞춰 직접 일본까지 방문했지만 결국 풀세트 구매에는 실패했다. 이후 몇 달간 번개장터 등 중고 플랫폼을 샅샅이 뒤진 끝에야 겨우 모든 구성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고전 아이템에 더 끌린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물건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소장품은 1980년대에 제작된 헬로키티 책가방이다. 가방 안쪽에는 당시 주인이었던 일본 아이의 이름이 서툴게 적혀 있다. 오 씨는 “이 가방을 멨던 아이는 지금은 학부모가 됐을 것”이라며 “세월의 흔적이 묻은 가방을 볼 때마다 당시 어린아이였던 내 모습이 겹쳐 보여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결혼식도 ‘키티 웨딩’…워터밤에선 ‘키티 메이드복’


인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마저 그만의 방식으로 치렀다. 가족들과는 스몰웨딩을 올리고, 친구들과는 헬로키티 전시회 겸 EDM 파티를 열었다. “불필요한 돈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웨딩홀 예식 대신 제 취향을 담은 파티를 하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오지현 씨 결혼식 사진. 오지현 씨 제공

오지현 씨 결혼식 사진. 오지현 씨 제공

오지현 씨가 그동안 수집한 헬로키티 굿즈들이 전시돼 있다. 오지현 씨 제공

오지현 씨가 그동안 수집한 헬로키티 굿즈들이 전시돼 있다. 오지현 씨 제공직접 모은 헬로키티 컬렉션을 전시하고 싶다는 오랜 꿈도 이날 함께 이뤘다. 그는 “친구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워터밤 같은 페스티벌에서는 헬로키티 메이드복 코스튬을 입고 등장하기도 한다. 외출할 때 헬로키티가 그려진 옷을 입는 건 이미 그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힘들 때 키티에 많이 의지했죠”


오 씨에게 헬로키티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버팀목이기도 하다. “인생의 굴곡이 있을 때마다 키티에 많이 의지했다”는 그는 운동과 함께 헬로키티를 건강한 스트레소 해소 수단으로 꼽는다.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키티에 관한 꿈도 있다. 평소 ‘오타쿠 개그맨’으로 알려진 이상훈의 박물관 운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그는 전시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 갖고 있는 키티 컬렉션으로 전시회 겸 웨딩파티를 진행했을 때 매우 보람차고 재밌었다”며 “자주는 아니더라도 전시회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본업이 있다 보니 키티를 테마로 한 무인 카페 운영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악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 씨는 초연하다. 그는 “악플러 대부분은 자기 얼굴도 공개하지 못하는 가계정들”이라며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지 못하고 비난을 쏟아내는 스스로가 부끄러운 법”이라고 담담하게 전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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