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중위값 연 1000만원대 추락…절반이 최저임금 못미치는 생계 이하 구간
상위 25%도 연 2000만원대 초중반…‘돈 버는 가게’ 기준선 사실상 붕괴
플랫폼 수수료·고임차료에 눌려…매출 늘어도 이익 줄어드는 구조 고착화
“하루 12시간 일했는데, 그래서 얼마가 남았지.”
저녁 장사가 끝난 밤 10시, 불이 꺼진 식당 안. 포스기 화면에는 하루 매출과 결제 내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숫자는 분명 찍혀 있지만, 정작 손에 남는 금액은 따로 계산해야 한다.
하루를 채워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 달을 모아도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다. 연 1000만원. 이를 월로 환산하면 약 83만원(영업이익 기준) 수준이다.
이쯤 되면 단순한 ‘장사 부진’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월 83만원에 머무는 구조라면, 이른바 ‘사장님’의 수익 공식 자체가 이미 깨진 셈이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16일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영업 영업이익 중위값은 약 연 1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절반이 한 달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더 눈에 띄는 건 상위 구간이다. 상위 25%에 속한 사업체조차 영업이익이 연 2000만원대 초중반에 머문 것으로 분석됐다.
월로 환산하면 약 160만~170만원 수준이다. 과거라면 안정적인 수익으로 여겨졌던 ‘잘되는 가게’의 기준선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잘해도 못 번다…무너진 수익 구조
문제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다. 최근 자영업에서는 매출은 유지되거나 일부 반등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매출과 이익이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매출과 이익이 분리되는 현상)’ 구조다.
“장사가 안 되는 게 아니라, 팔아도 남는 게 없습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말이다. ‘잘 팔면 남는다’는 장사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숫자는 늘었는데 체감은 줄어드는, 장사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수익 분포를 보면 상황은 더 선명해진다. 하위 구간은 사실상 생계 유지조차 어려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상위와 하위의 격차마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상위 구간이 시장을 지탱했지만, 지금은 전체가 동시에 내려앉는 흐름이다. 이 구조에서는 ‘버티면 올라간다’는 기대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매출 늘어도 안 남는다…비용 구조의 변화
이 흐름의 핵심에는 비용 구조의 변화가 있다. 특히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 플랫폼 경제 확산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수수료와 광고비가 사실상 피하기 어려운 비용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데이터처 산하 통계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거래 비중은 빠르게 확대됐다. 숙박업은 2020년 29.1%에서 2023년 52.8%로 뛰었고, 소매업 역시 10.9%에서 26.6%로 상승했다. 외식·배달 업종 역시 유사한 구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플랫폼은 매출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일정 비율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구조다.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비례하지 않는 이유다. 결국 ‘팔수록 남는다’가 아닌 ‘팔아도 빠져나간다’는 현실이 됐다.
◆이미 시작된 축소…시장 자체가 줄어든다
이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자영업자 수는 515만3000명이다.
2017년 564만2000명과 비교하면 약 50만명, 비율로는 약 9% 감소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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