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오는 동안 일 좀 해 놓을래?"…업무 방식 바꾼 '바이브 코딩'[무너진 코딩 성벽]①
비전공자도 말로 플랫폼 구현
바이브 코딩 적극 활용하는 업무 현장
시간·비용 아끼고 소통 장벽 사라져
편집자주
말로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인공지능(AI)이 코드를 작성해주는 '바이브 코딩' 시대다. 개발자 직업이 인기를 끌면서 코딩 열풍이 불던 지난 10년과 비교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누구든 코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관련업계 취업은 더 어려워졌고 보안 문제도 심각해졌다. 급격히 진행된 개발 패러다임 전환은 우리 실생활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을까. 아시아경제는 바이브 코딩이 바꿔 놓은 산업 전환의 현장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의 한 공유오피스. 한자리에 모인 주식회사 '오파크' 소속원 4명은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은 뒤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했다. 칸막이가 가득한 일반적인 회사 사무실 모습과 달랐다. 개발자들은 '잠깐'의 타이핑 시간을 보낸 후 노트북을 밀어놓고 옆 사람과 계속 대화했다. 앤스로픽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에 이미 할 일을 시켜놓은 상태다. 서로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도 추상적인 내용이 아닌, 바이브 코딩을 통해 작성된 코드를 보여주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직원들은 모니터 앞에서 골똘히 고민했다. 생각 끝에 여러 문장을 클로드에 집어넣고 식사하러 나갔다. 그러는 동안 AI는 시키는 대로 코드를 짜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일이 코드를 작성하지 않았다. 김혜린 오파크 대표(32·여)는 "개발자들은 바이브 코딩으로 AI가 프로그래밍하도록 지시한다"며 "AI만으로 개발하는 건 회사 차원에서 지양하지만 개발자가 컨트롤타워가 되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혜린 오파크 대표가 AI에게 업무 지시 후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가 개발자 4명 정도의 업무 역량을 보여줘 타 프로젝트와 동시에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전기공학과 출신인 김 대표는 2023년 2월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 오파크를 창업했다. 오파크가 만들고 있는 플랫폼은 '툰트-M'으로 건축자재 발주와 관련된 검색, 프로젝트 관리,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도구, 결제 등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이 아닌 그가 플랫폼 개발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건 AI가 있기에 가능했다. 툰트-M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건 지난해 8월, 1년도 채 안 돼 플랫폼을 구축했다. 수십 명이 할 일을 4명이 하다 보니 인건비 등 비용도 크게 들어가지 않았다.
"AI의 발전을 보면서 '아, 이거 돈을 아끼면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바이브 코딩이 아니었다면 툰트-M 개발을 시도조차 못 했을 겁니다."
바이브 코딩이 산업 현장을 지배하면서 업무 효율성은 대폭 개선됐다. 개발자 코드 공유 사이트 '깃허브'의 보고서 'AI 시대의 엔지니어링 리더십(Engineering leadership in the age of AI)'에 따르면 개발자들은 AI 코딩 도구를 통해 작업을 최대 55%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바이브 코딩으로 인해 코드 품질 개선, 가독성 향상 등 프로그래밍 결과물까지 좋아졌다. 이 때문에 개발 현장은 바이브 코딩이 잠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3년 기준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AI를 통한 코딩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했지만 2028년 75%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브 코딩, 업무 효율성 개선

개발 관련 비전공자인 김모씨(39·남)가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간단한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공병선 기자
개발 관련 비전공자들도 바이브 코딩을 반겼다. 대기업에서 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김모씨(39·남)는 개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바이브 코딩을 통해 게임이나 유튜브 영상 분석 플랫폼 등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자기계발 목적으로 바이브 코딩을 시도했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창출할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재미를 붙여서 여러 분야를 바이브 코딩을 통해 시도하고 있다. 김씨는 현재 바이브 코딩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스마트대디'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지난달 3일 김씨는 기자에게 바이브 코딩으로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다. 그가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에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과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상세한 기획서를 써줘"라고 말하자 제미나이는 순식간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기획서를 만들어냈다. 이어 "기획서를 기반으로 당장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줘"라고 하니 곧바로 쿠키가 장애물을 뛰어넘는 게임이 만들어졌다. 게임이 만들어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이었다. 최근 김씨는 8살 아들을 위해 슈퍼마리오와 같은 게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어린아이를 위한 학습용 게임이 시중에 있긴 한데 비싸더라고요. 그런 게임도 이제 직접 만들어 줄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고 실험하는 과정을 콘텐츠로도 보여주고 싶어요."
바이브 코딩, 소통의 벽 허물어

김혜린 오파크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AI에게 업무 지시 후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가 개발자 4명 정도의 업무 역량을 보여줘 타 프로젝트와 동시에 업무를 진행할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바이브 코딩이 바꾼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업무 현장에서 사라진 소통의 벽이다. 오파크에서 영상 및 디자인 기획 담당으로 일하는 정연수씨(33·여)는 프로그래밍을 모르지만 개발자들과 함께 얘기하며 상품 기획을 준비 중이다. 영상 또는 이미지를 만들 때도 바이브 코딩에 넣을 프롬프트가 중요하니 개발자들과 자주 이야기한다. 정씨는 "처음에는 전혀 컴퓨터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바이브 코딩을 하다 보니 흐름 정도는 알아볼 수 있게 됐다"며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한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바이브 코딩으로 인해 업무상 소통이 편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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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748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