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큰손들도 피하지 못한 ‘포모’… 부동산 팔고 증시로 자금 옮겨
부동산 규제·고환율 여파
삼성전자·하이닉스 매수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 압구정점 ‘VIP 세미나룸’. 대형 모니터 앞에 고객 25명이 ‘다주택자 절세’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 고객들은 미래에셋증권 계좌에만 최소 10억원 이상이 있는 인근 지역 거주자로, 정부의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주택 처분 계획을 세우려고 참석했다.
뉴욕 맨해튼에 주택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한 여성 고객은 이날 “내가 가진 뉴욕 집은 뉴욕대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임대 수요가 많고 월세 수익률이 높은데도 평당 1억원 수준인데, 압구정 집은 평당 2억원이 훌쩍 넘는다”며 “현실적으로 한국 부동산이 고평가된 게 아닌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지혜 미래에셋증권 압구정센터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이후 상당수 고객이 주택을 팔고 확보한 현금을 국내 증시에 재투자하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압구정 ‘큰손’들 사이에서 부동산을 처분하고 증시로 ‘머니 무브(자금 이동)’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 압구정점 ‘VIP 세미나룸’에서 고객들이 다주택자 절세 강의를 듣고 있다. 이들은 미래에셋증권 계좌에만 최소 10억원 이상이 있는 자산가들이었다. /미래에셋증권
고액 자산가도 피하지 못한 ‘포모’
압구정점 고객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도 달라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압구정 고객들은 달러와 미국 채권 등 외화 자산의 투자 비율이 컸는데, 최근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달러를 팔아 수익을 낸 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우량주로 돈을 옮기고 있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지점 고객의 예수금과 국내 주식 평가액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각각 137%, 55% 늘었다.
김승환 압구정센터 팀장은 “고액 자산가의 마음을 움직인 요인은 결국 수익률”이라며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증시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고객들의 국내 주식 매수 규모나 증가율이 해외 주식을 압도했다”고 했다. 김민주 팀장은 “작년 4분기부터 창구 직원들이 점심을 못 먹을 정도로 방문 고객이 급증했다”며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 ‘포모(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커지면서 현금을 들고 은행 대신 증권사를 찾은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고액 자산가 매수세 지속”
전문가들은 증시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고환율로 해외 투자 부담이 커진 여파로 당분간 고액 자산가의 ‘사자’ 행렬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가계 자산에서 주식과 같은 금융 자산의 비율이 확대되는 ‘가계의 구조적 자산 재배분’ 과정에 있다”며 “개인 수급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하며 그 영향력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도 고액 자산가의 증시 유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투자 규제 또한 증시 자금 유입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배당소득 분리 과세 시 금융소득 5000만원 이상 자산가의 예금 자산의 20%에 해당하는 약 62조1000억원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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