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계가 다시 ‘위기’를 꺼내 들었다.
영화인연대는 오는 9일 ‘2026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와 대책’ 정책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실질적인 위기 극복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오늘(7일) 언론에 보낸 긴급 요청서에서 “단순한 호소나 한탄을 넘어 생태계 복원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영화는 유례없는 흥행 기록과 고사 직전의 위기론을 기묘하게 병행해 왔다. 하지만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지금 영화계가 말하는 ‘위기’라는 단어는 과연 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투영하고 있는가.
역대급 흥행과 ‘위기’의 공존. 관객이 극장을 외면한다는 주장은 이제 지표 앞에서 힘을 잃는다. 2022년 ‘범죄도시2’부터 2023년 ‘서울의 봄’, 2024년 ‘파묘’와 ‘범죄도시4’까지, 극장가는 매년 천만 영화를 꾸준히 배출하며 건재함을 증명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반전은 이어지고 있다. 신생 제작사의 저력을 보여준 ‘왕과 사는 남자’는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 2위 ‘극한직업’(1626만 명)의 턱밑까지 올라섰다. 매출액 역시 1400억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 중이다. ‘위기’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뜨거운 수치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정답은 단순하다. “관객이 영화를 안 보는 게 아니라, 볼 영화를 까다롭게 고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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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일상이 되고, 티켓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높아진 지금, 관객은 영화를 두 가지로 나눈다.
‘반드시 극장에서 체험해야 할 영화’인가, 아니면 ‘나중에 OTT로 봐도 충분한 영화’인가. ‘적당히 볼 만한 영화’가 설 자리를 잃으면서 나타난 양극화 현상을 영화계는 산업 전체의 위기로 확대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위기의 방향이 틀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거의 문법을 반복한다. “지원이 필요하다”, “홀드백 규제가 시급하다”, “영화 산업이 무너진다”는 호소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본질에서는 비껴나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재편’이다. 관객은 영화를 떠난 것이 아니라 더 냉정한 심판관으로 변했다. 따라서 이제는 “왜 지원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왜 선택받지 못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관객에게 “극장에 와달라”고 요청할 것이 아니라, “왜 굳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필연적인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매년 천만 영화는 나오고, 매년 위기는 반복된다. 이 역설을 통해 묻는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은 한국 영화 산업의 근간이 아니라, 변화한 관객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낡은 제작 방식’ 그 자체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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