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부터 올 1월 사이 경제난 악화에 반발해 거리로 나온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무기를 공급하려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이란 시위대)에게 많은 총기를 보냈다"며 "쿠르드족이 그 무기를 그냥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외국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 단체 및 민중 봉기 단체에 무기를 지원한 사실을 인정한 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미국 외교관들이 이란과 협상을 벌이던 바로 그 순간에, 미국이 뒤로는 이란 정부의 정치적 불안에 훨씬 더 깊이 관여하고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이란 당국의 시위대 유혈진압에 정당성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 등은 이란 정권이 1월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그 명분으로 쿠르드족 반군 단체와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이 같은 이란 정권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게 된 것이다.
쿠르드족 반군 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했다. 모하메드 나지프 카데리 쿠르드 민주당(KDPI) 고위 관계자는 현지 매체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근거가 전혀 없으며, 우리는 어떤 무기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쿠르드족의 정책은 시위를 폭력적으로 만들거나 가혹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무기 없이 평화롭고 시민적인 방식으로 우리 요구를 관철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란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 지원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의 무모한 행보가 미국을 지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전쟁 범죄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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