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40대 여성 A씨가 집안에 불을 질렀다. A씨는 가족들 몰래 주방 가스레인지에 가족들의 옷가지를 올려 불을 붙인 뒤 연기를 마시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경보음을 들은 A씨 아버지가 급히 불을 껐으나 이미 장판과 책상, 옷가지 등이 탄 상태였다.
A씨는 약 15년간 우울증과 조현병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 경찰관들은 그를 집에 방치할 경우 또다시 자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응급입원을 결정했다. 응급입원이란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자해나 남을 해칠 우려가 급박한 정신질환자를 경찰관과 의사의 동의로 최장 3일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제도다.
하지만 경찰이 입원을 타진한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했다. 병원 측은 왼쪽 팔을 다쳐 깁스를 하고 있는 A씨를 본 뒤 ‘외상이 있는 환자는 이곳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 경찰은 다른 병원을 찾다가 결국 포기하고 수시간 만에 A씨를 가족에게 인계했다.
이처럼 현장 출동 경찰관이 응급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신질환자를 병원이 수용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위급한 환자를 대동한 채 수용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치안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들은 갖가지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한다고 한다. 한 일선 파출소장은 “두통을 호소하는 정신질환자에게 먼저 (다른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보라며 응급입원을 반려하는 병원도 봤다”고 말했다.
다만 병원들은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자를 무턱대고 수용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정신질환 응급입원 등을 전담하는 공공병상은 전국에서 130개에 불과하다. 응급입원 의뢰 건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복지부는 권역별 정신응급의료센터를 확대하고 상급종합병원 중심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상급병원 중심 대응보다는 경찰과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협력 운영하는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 확충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관은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함께 요청하면 병원도 노골적으로 환자 수용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 경찰 측 인력은 99명에 그쳤다. 서울시는 현재 1곳인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를 연내에 1곳 추가하고 정신응급 공공병상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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