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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성전자를 일찍 팔았을까”…계좌 망치는 ‘합리화의 함정’

무명의 더쿠 | 11:33 | 조회 수 1319

[머니&마인드 | 정신과전문의 박종석의 ‘멘털 투자법’] 멘털 지키는 7가지 ‘방어기전’의 역설

 

● ‘자존감 방패’ 방어기전, 주식투자자에 빈번
● “곧 폭락 온다” “한강뷰 아니면 한강물” 등 다양
● 실패에 무너지지 않도록 돕지만 ‘합리화’는 안 돼
● ‘현명한 투자자’ 되려면 부끄러움 마주할 줄 알아야

 

“왜 삼성전자를 그렇게 일찍 팔았을까.” “왜 SK하이닉스를 60만 원에 전량 매도했을까.”

 

올해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필자에게 이런 자책과 후회를 털어놓은 이가 2월에만 80명을 넘었다. 손실을 본 것도 아니다. 다만 ‘팔지 않고 들고 있었으면 이미 연봉 수준은 벌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자연스레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아무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불면을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다.

 

‘자존감 방패’ 방어기전, 주식투자자에게 빈번


실수를 저질렀을 때 최선의 처방은 의외로 망각이다. 잘못한 일을 가능한 한 빨리 잊고, 거기서 파생된 자존감 저하와 무기력감에서 벗어나 현실에 다시 집중하는 것, 그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의 자아는 과도한 우울과 자기 비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를 ‘방어기전(defense mechanism)’이라 한다.

 

방어기전은 정신분석학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위기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현실을 다르게 해석해 감정적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심리적 반응을 뜻한다.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일종의 ‘패시브 현상’에 가깝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작동하는 심리적 장치로, 자존감을 보호하는 일종의 방패라고 이해하면 된다.

 

독자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방어기전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스스로는 냉정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무의식이 먼저 반응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투자자에게서는 다음의 방어기전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첫째, ‘투사’다. 판단 착오나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의 책임을 타인이나 외부 환경으로 돌리는 것이다. 손실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주식 유튜버를 지목하는 식이다. 주변에서 “하필 그 영상을 봐서…”라고 말하는 사람을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자책 대신 원망이 앞서고, 책임의 화살은 언제나 바깥을 향한다.

 

둘째, ‘부정’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며 급등해도 “곧 폭락이 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에 기대 인버스나 곱버스(2배 인버스)에 베팅하는 식이다.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수치가 조작됐다’고 여기는 음모론적 사고도 여기에 속한다.

 

셋째, ‘퇴행’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반응을 보이는 현상이다. 주가가 폭락하면 울음을 터뜨리거나, 판단을 멈춘 채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경우가 그렇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주식 처음인데 폭락했어요. 환불 안 되나요”라는 질문 글을 봤을 텐데, 이 역시 퇴행에 속한다.

 

넷째, ‘억압’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기억이나 감정을 무의식 속으로 눌러 담는 것으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어기전이다. 상장 폐지된 종목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거나, 큰 손실을 봤던 매매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섯째, ‘취소’다. 충동적 행동이나 실수로 인한 후회와 죄책감을 ‘무효화’하려는 시도다. 아무런 계획이나 분석 없이 급등주를 추격 매수했다가 손실을 보자, 주식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는 행동이 여기에 속한다.

 

여섯 번째는 ‘분리’다. “강남 아파트 아니면 다 가난한 것” “한강뷰 아니면 한강물”이라는 식으로 흑백논리를 펼치며 중간 지대를 인정하지 않는 식이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은 고위험 종목이나 레버리지 상품에만 베팅하며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양극단 전략을 택하는 이가 많다.

 

실패에 무너지지 않도록 돕지만 ‘합리화’는 안 돼

 

방어기전은 불안과 좌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반응이다. 그렇다고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예컨대 투자에 크게 실패해 1억 원가량을 잃었다고 가정해 보자. 모든 책임을 오롯이 자신에게 돌리는 태도는 성숙하고 어른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심각한 자기 비하와 우울감이 자리 잡기 쉽다. 우울감이 만성화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와 비슷한 양상으로 번지기 십상이다. 작은 변동에도 불안해하고, 실패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식이다. 이 경우 “다시는 투자하지 않겠다”며 재테크를 포기하거나, 아주 작은 손실에도 주식을 전량 매도해 버리는 등 비합리적 태도로 기울 수 있다.

 

주식투자에서 실수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루틴과 투자 습관을 점검하고 다듬어갈 때 투자자는 조금씩 성장한다. 방어기전 역시 그런 과정의 일부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번의 실패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버텨주는 심리적 완충장치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하지 않은 방어기전이 하나 더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친구나 가족, 연인과 다투거나 크고 작은 불운을 겪을 때면 자연스럽게 꺼내 드는 것이다. 심지어 이솝 우화 속 여우조차 사용한다. “저 포도는 어차피 신 포도야. 애써 먹을 필요가 없지.” 바로 합리화다. 자존감을 지키고 죄책감을 덜기 위해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이는 행위다. 받아들이기 힘든 실수나 실패를 정당화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변명에 가깝다.

 

문제는 합리화가 투자에 특히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손실을 마주했을 때 냉정하게 원인을 따져보기보다, 그럴듯한 이유로 스스로를 설득하는 순간 배움은 멈춘다. 주식투자로 손실을 본 경우 대개 공부 부족이 원인이다. 이를 인정하기가 괴로울 뿐이다. 가령 지난해 12월 고점 부근에서 미국 주식에 들어갔다가 20%가량 손실을 본 투자자 3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기본 지표에는 관심이 없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일정도 챙기지 않는다. 자신이 매수한 종목의 분기 실적 발표일조차 알지 못한다.

 

A: “이번 투자는 너무 성급했어.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가 너무 오르니까 욕심이 앞섰네. 다음번에는 분할 매수로 천천히 가자.”

 

B: “트럼프 때문에 이 모양이야.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또 왜 저래. 내가 사기만 하면 떨어지네.”

 

C: “어디에 투자했어도 손실은 피할 수 없었을 거야. 미국 주식을 안 샀어도 비트코인이나 국내 주식에서 더 크게 잃었겠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내 능력을 넘어선 문제였어.”

 

이들의 반성은 모두 잘못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발전 가능성이 낮은 사람을 꼽자면 누구일까. 정답은 C다. 합리화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에 실패했을 때 초보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전문가도 맨날 틀린다” “누구라도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같은 이야기다. 언뜻 보면 이런 합리화는 자책이나 지나친 비관에 빠지지 않게 하고, 자존감과 멘털을 지키는 긍정적 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합리화가 습관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속이게 되고,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를 변명에 낭비하게 된다. 무엇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현명한 투자자’ 되려면 부끄러움 마주할 줄 알아야

 

일상에서도 비슷한 장면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컨대 회사에 지각해 상사에게 크게 혼났을 때다. ‘어차피 지각을 안 했어도 저 사람은 나를 미워했을 것’ ‘다른 트집을 잡아서라도 결국 혼냈을 것’ ‘이번 일을 계기로 상사가 나를 싫어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으니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 등의 생각이 뒤따르는 경우다. 이 과정에서 정작 본인의 게으름이나 밤늦게까지 유튜브를 보느라 잠을 설친 일에 대한 반성은 빠져 있다. 대신 남 탓과 현실 부정을 통해 자신의 실수에 일종의 당위를 부여한다. 이렇게 되면 다음 날, 그다음 날에도 지각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회사에서의 평판 역시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제를 스스로에게서 찾기보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여기며 자기방어에 빠질 수 있다.

 

자신의 실수를 수용하고 그 과정을 곱씹으며 복기하는 것은 무척 괴롭고 어려운 작업이다. 반면 그럴듯한 변명을 대며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쉽고 달콤하다. 잠시 자신을 위로하고 나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실패의 통증도 서서히 무뎌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고통이 희미해질 즈음 초보 투자자들은 또다시 무모한 투자를 이어간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별다른 준비나 공부 없이 말이다. 이들이 중시하는 것은 진짜 반성이 아니다.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기보다 주변과 자신을 납득시킬 ‘그럴듯한 이유’를 찾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발전을 위해 써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변명과 자기 위로에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할 때 인간은 자신의 욕망에 가장 솔직해진다. 사회적 관계를 위해 애써 다듬어온 겉모습이 벗겨지고 진정한 민낯과 마주하게 된다. 초보 투자자가 미숙하고 서툰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어이없는 실수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주변이나 가족에게 질책을 받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다면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62/0000019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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