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이르면 이달 안에 시·도교육청이 지급하는 ‘입학준비금’으로 교복을 살 경우, 이를 현금성 지원으로 보고 보통교부금을 삭감하던 페널티를 면제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재정 불이익을 우려해 현금성 지원을 꺼리던 교육청들도 모든 신입생에게 현물(교복) 대신 입학준비금을 주는 방식으로 선회할 공산이 커졌다. 특히 오는 6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후보자들이 앞다퉈 현금성 공약을 내놓으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경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18일까지 전국 교육청으로부터 교복업체 점유율 등 교복제도 운영 실태 자료를 제출받아 정리 중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1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학기 교복 가격이 60만 원에 육박해 학부모 부담이 크다며 관계 부처에 가격 적정성 문제를 살펴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통령 지시 이후 교육부는 최교진 장관이 2월 27일 서울 TP타워에서 학생, 학부모, 학교장 등이 참여하는 교복제도 개선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월 9~22일 정책소통 플랫폼(국민생각함)에서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광주지역 중·고교 교복 구매 입찰에서 담합이 이뤄졌다며 27개 교복 판매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총 3억2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간담회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제기한 입학준비금 교복 구매 관련 페널티를 없애는 방안을 내부 협의를 통해 조율 중이다.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시행하는 교복 학교주관구매 제도는 학교가 경쟁입찰을 통해 교복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학생에게 현물로 교복을 제공한 뒤 구매 비용은 교복업체에 주는 방식이다. 가령 교복값이 34만 원이고 교복 지원비가 1인당 30만 원이라면 학부모는 나머지 4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서울교육청은 조희연 전 교육감 시절인 2021년부터 전국 최초로 부모 소득과 관계없이 중·고등학교 신입생 모두에게 입학준비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입학준비금은 제로페이 모바일 상품권 형태로 지급하며 교복 등 의류, 가방, 신발, 도서, 안경, 전자기기 등 입학에 필요한 물품을 사는 데 쓸 수 있다.
다만 서울교육청처럼 현물 지원이 아닌 입학준비금을 주는 경우 교육부는 이를 현금성 지원사업으로 보고 페널티를 주어 교육청에 관련 교부금을 삭감해서 내려준다. 예를 들어 교복 지원에 100억 원이 소요된다고 하면 보통 교육청이 절반(50억 원), 나머지 절반은 지방자치단체가 대응투자로 재원을 마련한다. 이때 교육부가 관련 교부금을 10억 원 삭감해서 내려주면 지자체 대응투자도 덩달아 10억 원이 줄어 전체 예산은 20억 원이 감소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교육청은 예산 규모가 워낙 커서 관련 교부금이 삭감돼도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지만, 다른 지역은 사정이 녹록지 않다”며 “지난해 바우처나 현금 지원을 검토했으나 페널티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서울교육청은) 입학준비금으로 교복을 사면 (현금성 지원에 따른) 페널티를 받는데 페널티 액수가 커지고 있으니 이를 개선해달라고 얘기했다”며 “학생 선택권 강화 차원에서 교복(구매)에 대해선 페널티를 받지 않도록 이달 안에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교육청은 전체 입학준비금의 절반쯤이 교복 구매에 쓰이고 있으며, 결산 과정에서 교복 구매 내역만 따로 발라낼 수 있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서울교육청은 그동안 초등 신입생에게 1인당 20만 원, 중·고등 신입생에게 30만 원의 입학준비금을 지급해 왔다. 지원 대상은 점차 확대해 지난해부턴 서울에 사는 학교 밖 청소년이 다른 지역에 있는 대안교육기관에 입학할 때도 지급한다. 초등 과정 8만 원, 중·고등 과정 15만 원이다. 2021년 도입 당시 사업비 규모만 해도 총 416억 원으로 서울교육청이 50%, 서울시와 자치구가 각각 30%와 20%를 부담했다.
입학준비금 정책은 서울·광주·전북 등 일부 교육청을 중심으로 도입돼 왔다. 서울보다 1년 늦게 입학준비금을 시작한 광주시교육청은 2022년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초등학생은 10만 원, 중·고등학생은 25만 원을 각각 현금으로 지급했다. 올해는 중·고등학생 지원금을 30만 원으로 늘렸다.
교육부가 교복 현금성 지원에 대한 페널티를 없애면 그동안 교부금 삭감을 우려했던 교육청들도 바우처 등 현금성 지원으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벌칙 부담이 완화되면서 지원액을 상향 조정할 여지도 있다.
더욱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금성 교육복지 공약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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