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형' 김도영, '노력형' 안현민…WBC 무대에서도 통해
이 '황금의 92학번' 이후 1982년생 '에드먼턴 키즈'가 새로운 황금세대로 떠올랐다. 추신수·이대호·김태균·정근우·이동현·김강민 등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다.
그리고, 이제 2003년생 '신황금세대'가 등장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때 6~7세로 맨 처음 야구를 접했던 이들로, 김도영(KIA 타이거즈)·안현민(KT 위즈)·문동주(한화 이글스)·윤동희(롯데 자이언츠)·박영현(KT)·이재현(삼성 라이온즈)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이른바 '공삼(03)즈'로 통한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 출신으로 벌써 프로 5년 차가 된 '공삼즈'는 더 이상 유망주의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당당히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한다. 30년 전 선배들이 그랬듯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야구 세계를 열어가고, 대표팀에도 이바지한다.
'공삼즈' 중심에는 김도영이 있다. 김도영은 입단 당시 '제2의 이종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담이 될 법도 한데, 그는 2024년을 기점으로 완성형 타자로 거듭났다. 공·수·주 모두에서 발군인데, 노력파에 성격까지 좋은 육각형 선수다. 2026 WBC 때는 대표팀 1번 타자로 출전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올 시즌 개막 전에 10개 구단 단장, 감독이 예상한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이기도 하다. 김재현 SSG 랜더스 단장은 "이미 본인의 재능을 보여준 선수다. WBC에서도 좋은 감각을 보여줬고, 건강히 한 시즌을 치른다면 다시 한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은 "김도영은 공격력뿐만 아니라 주루와 수비까지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선수"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선발' 문동주와 '구원' 박영현은 한국 마운드의 미래
작년부터 두각을 나타낸 안현민은 김도영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우선지명을 받아 입단 때부터 큰 주목을 받은 김도영과 달리 안현민은 2차 4라운드 38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문했다. 취사병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한 뒤 '괴물'로 변했다. 김도영이 '천재형'이라면, 안현민은 '노력형'인 셈이다. 안현민은 뛰어난 선구안을 앞세워 지난해 출루왕에 등극했고, 뒤늦게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시즌 개막 후 한 달여가 지난 시점부터 주전으로 기용됐는데도 홈런을 22개나 때려냈다. 올 시즌 홈런왕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안현민은 이번 WBC에서 대표팀 4번 타자 계보를 이을 적임자로도 평가받았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안현민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기량이 발전 중이다. 포스트시즌과 국제대회 경험으로 올 시즌 좋을 것 같다"고 평했다.
윤동희와 이재현도 일찌감치 팀 주전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했던 윤동희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부드럽고 간결한 스윙은 이런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대만 전지훈련 기간에 사행성 오락실 출입이 적발된 나승엽·고승민 등이 30경기 출장 정지를 받으면서 타선에서 윤동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윤동희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4할 타율(0.429)을 때려내고, 개막전(3월28일)에서 리그 1호 홈런을 기록하는 등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현은 장타력을 갖춘 유격수로 리그에서 희소성이 있다. 그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수비 범위와 송구 능력에서는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의 박진만 삼성 감독이 "나보다 낫다"고 평할 정도로 발군이다. 이재현과 함께 지난해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홈런을 펑펑 터뜨리며 한화를 괴롭혔던 김영웅 또한 2003년생이다.
마운드 위에서는 문동주와 박영현이 '공삼즈' 대표 주자다. '대전왕자'로 불리는 문동주는 국내 선수 최초로 시속 160km 이상의 공을 던진, 자타 공인 초고속 '파이어볼러'다. 2023년 신인왕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데뷔 최초로 두 자릿수 승수(11승)를 올렸다. 현재 류현진의 뒤를 이을 프랜차이즈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부상으로 이번 WBC에는 출전하지 못했으나 원태인(삼성)과 함께 명실공히 대표팀 원투펀치이기도 하다.
KT 마무리 투수인 박영현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자랑한다. 2023년 홀드왕(32홀드)에 이어 2024년 승률왕(0.833), 2025년 구원왕(35세이브)에 올랐다. WBC 때는 구속 저하로 고전했으나 KBO리그 개막 이후에는 원래의 구속을 보여주고 있다. WBC에서는 미끄러운 공인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영현은 LG 트윈스와의 개막 두 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올리면서 2년 연속 구원왕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뒤늦게 존재감을 드러낸 '공삼즈'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한일장신대를 졸업하고 2026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정민이다. 그는 개막전에서 롯데가 삼성에 6대3으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김영웅·박세혁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000년 이승호(SK 와이번스) 이후 26년 만에 신인 개막전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신인답지 않은 배짱을 가졌다"는 평을 듣는다. 동기들보다 4년 늦게 프로에 데뷔해 간절함이 더욱 크다.
한화에서 베테랑 최재훈의 뒤를 받치는 포수 허인서도 2003년생이다. 허인서는 시범경기 때 무려 5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기대감을 높였고, 3월31일 팀의 시즌 3번째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손맛을 봤다. 1차 우선지명을 제외하고 2차 지명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렸던 박준영도 올해 한화 불펜에서 활약하게 된다. KIA 중간계투 최지민을 비롯해 키움 히어로즈 거포 박찬혁, 두산 베어스 좌완 불펜 이병헌 또한 공삼즈에 속한다.
스물셋.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면서 리그의 조연이 아닌 완전한 주연으로 거듭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이 휘두르는 방망이와 던지는 공에 리그는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훗날 전설로 남을 세대의 플레이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586/0000126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