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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만 남은 채 기어나온 개들...지옥같은 오피스텔 구조기 [개st하우스]

무명의 더쿠 | 04-04 | 조회 수 765

지난달 10일,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아사 직전의 반려동물 8마리가 구조됐다. 세입자 A씨는 현재 동물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애견훈련소 도그어스플래닛 제공

지난달 10일,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아사 직전의 반려동물 8마리가 구조됐다. 세입자 A씨는 현재 동물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애견훈련소 도그어스플래닛 제공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게 나서 이웃들이 민원을 넣었대요. 집주인에게 주의를 준 뒤로 짖음이 잦아들더니, 몇 달 뒤 온 건물에 썩은 내가 진동하더래요. 경찰과 구조단체가 출동해 문제의 오피스텔 문을 열었더니 글쎄…. 뼈만 남은 대형견 대여섯 마리가 기어 나왔어요. 이미 굶어 죽은 개, 고양이의 사체도 수두룩하게 나왔습니다.”
-동물구조단체 어독스 엄지영 대표

지난달 10일 인천의 한 고층 오피스텔에서 사체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 동물구조단체 활동가 등 30여명이 긴급 출동했습니다. 지독한 악취는 복도와 승강기, 계단 등 건물 전체를 집어삼킨 상태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서둘러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코끝을 찌르는 악취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경찰이 문제의 집 문을 두드려도 실내에선 정적만이 감돌았습니다. 단전, 단수 조치를 하고 건물주를 호출해 강제 개방을 시도하려던 찰나, 세입자 A씨가 마지못해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문을 열고도 몸으로 문틈을 반쯤 막아선 채 30여분간 완강하게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문제의 오피스텔에서 발견된 동물들은 표준 체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기아 상태였다. 지금은 각지의 보호시설로 옮겨져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동물구조단체 쏘바이 제공

문제의 오피스텔에서 발견된 동물들은 표준 체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기아 상태였다. 지금은 각지의 보호시설로 옮겨져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동물구조단체 쏘바이 제공


팽팽한 대치 상황이 이어지던 중 좁은 문틈 사이를 비집고 개 한 마리가 기어 나왔습니다. 누런 털을 가진 대형견 리트리버였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늠름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갈빗대와 척추뼈가 훤히 드러난 처참한 몰골이었습니다. 발견 당시 극도의 기아 상태였던 녀석의 체중은 고작 17㎏. 표준 체중(4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태였죠. “이렇게 굶겨놓고도 견주 자격이 있느냐”, “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니”라며 현장에서 터져 나온 탄식은 구조단체의 소셜미디어 생중계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오피스텔 내부는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개와 고양이 사체 8구가 발견됐고, 모두 뼈와 가죽만 남은 채 부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실외로 옮긴 사체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라 적힌 하얀 영안포로 덮었지만 배어 나오는 악취는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참혹한 현장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은 생명이 있었습니다. 리트리버를 포함해 시베리안 허스키, 보더콜리 등 대형견 5마리와 고양이 3마리가 심각한 기아 상태로 발견됐죠. 녀석들은 숨을 쉴 때마다 앙상한 갈빗대가 들썩였습니다. 생존견들을 동물병원으로 후송했던 애견훈련사 김효진씨는 “최소 6개월씩 사료와 물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며, 구조가 며칠만 늦었어도 전부 아사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시끄럽다”던 민원이 “썩은 내”로 바뀐 비극

세입자 A씨에게 처음 민원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8월이었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개 수십 마리가 짖어 잠을 잘 수 없다’, ‘복도에 큰 개가 풀려 있어 위험하다’며 경찰과 관리소에 항의했습니다. 당시 경찰의 경고 이후 개 짖는 소리가 잦아들면서 문제는 일단락된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정적은 더 큰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짖음이 멈춘 자리를 지독한 악취가 대신하기 시작한 겁니다. 고기 썩는 냄새가 5층 복도를 넘어 건물 전체로 번졌지만, A씨는 관리소 연락을 일절 피하며 은둔했습니다. 수개월 뒤에야 소식을 접한 동물구조단체들이 경찰, 구청과 공조해 현장을 덮쳤고 비로소 죽음의 방이 세상에 드러났죠.

동물들이 다수 굶어 죽은 문제의 오피스텔 적발 장면. 애견훈련소 도그어스플래닛 제공

동물들이 다수 굶어 죽은 문제의 오피스텔 적발 장면. 애견훈련소 도그어스플래닛 제공


20평 남짓한 실내는 반려동물의 사체와 배설물 그리고 A씨가 방치한 배달 음식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동물구조단체 어독스 엄지영 대표는 “A씨는 동물들이 굶어 죽었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면서 “곁에서 동물들은 굶어 죽어가는데 본인은 어떻게 먹고 자며 일상을 유지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동물에게 사료나 물을 급여하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명백한 동물 학대입니다. 하지만 사체 8구라는 명확한 물증이 있음에도 지자체는 학대자로부터 동물을 5일 이상 격리하는 ‘긴급격리조치’를 즉각 발동하지 못했습니다. 생존견의 소유권이 여전히 학대자에게 있다는 법적 한계 때문입니다. 격리 조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소유권 침해 민원을 우려한 구청과 구조단체는 30분 넘게 A씨를 설득하고 달랜 끝에야 겨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내 동물들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유권을 포기시키는 절차 중에 더욱 마음 아픈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생존견들이 자신들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은 A씨를 여전히 주인으로 여기는 듯, 앙상한 몸을 날려 그에게 안긴 겁니다. 현장에서는 “저것도 주인이라고” “너무 화가 난다”는 탄식이 쏟아졌습니다. 도그어스플래닛 김효진 대표는 “죽음의 문턱까지 내몬 사람을 여전히 따르는 개들을 보며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털어놓았습니다.

https://v.daum.net/v/2026040406050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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