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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으로 돌아간 자파르 파나히 감독 “저는 여권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무명의 더쿠 | 17:14 | 조회 수 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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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이송희일 감독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hare/p/1G1cA2eNUU/?mibextid=wwXIfr


엊그제, <그저 사고였을 뿐>의 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결국 이란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전쟁 중이라 비행기 대신 육로를 이용했다고. 징역 1년과 2년 출국 금지 처분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뒤돌아간 것이다. 


<그저 사고였을 뿐>의 해외 개봉 홍보 때문에 나갔다가 다시 이란으로 돌아간 것. 세계적인 거장인 만큼 망명을 해도 됐을 터다. 이란 전쟁이 터졌을 때도 그는 해외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저는 여권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제 조국의 여권이죠. 그리고 저는 그 여권을 계속 간직하고 싶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망명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저는 결코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난민이 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네, 영화 홍보가 끝나는 대로 바로 이란으로 돌아갈 겁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돌아가야 해요.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마치 관광객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제 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자파르 파나히는 영화를 통해 이란 신정 체제를 비판해 왔다. 그 덕에 10년 넘게 제재를 당하고 수시로 체포당했으며 징역에 처해졌다. 2010년에 징역 6년형과 영화 제작, 여행, 인터뷰가 금지됐지만 비밀리에 계속 영화를 찍어 왔다. 2022년에 다시 체포된 그는 7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다가 단식 투쟁을 벌여 2023년 초에 석방됐었다. 그리고 이번 해외 출국 직전에 또다시 징역 1년형을 받은 것이다.


조국의 여권을 간직하기 위해 감옥과 전쟁이 기다리는 이란으로 다시 돌아가는 그 용기와 고집이 새삼 존경스럽다. 도대체 무슨 마음일까? 나 같았으면 어땠을까? 잽싸게 망명하지 않았을까?


자파르 파나히가 돌아가자 이란의 지배자들은 그를 '애국자'라고 치켜세운다. 수십년 그를 '배신자'로 낙인 찍고 처벌해 왔던 바로 권력자들이. 자파르 파나히는 미국과 이스라엘 제국도 반대하지만 이슬람 신정 독재도 반대한다. 그가 사랑하는 조국 이란은 그 둘과 분명히 다른 곳이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 이란의 대표적인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집이 미국의 공습으로 폭격됐다(두 번째 사진 속 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체리 향기>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집이 공격받자 이란 정부는 즉각 미국이 이란의 문화적 정체성을 파괴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외에 살고 있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아들은 이란 정부 성명을 이렇게 비판했다. 


 사실 공습으로 받은 피해는 창문이 깨진 정도라며, "저는 아버지의 걸작 영화 <체리 향기>가 이란에서 수십년 동안 상영 금지됐던 것을 기억합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저는 이 전쟁과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곳에서 자행하는 만행, 즉 평범한 사람들의 집과 삶을 파괴하는 행위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가 수십 년 동안 겪어 온 그 참혹한 현실에도 강력히 반대합니다. 제가 두 가지 입장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을까요?...... 부디 우리 아버지 집은 우리 조국을 파괴한 자들보다 더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이란 신정 체제를 비판적으로 우회하는 세속적인 영화들을 만들어 왔다. 그래서 키스 장면을 포함해 몇몇 작품이 검열 대상이 됐다. 그의 영화 동료들은 그에게 망명할 것을 추천했지만 그는 항상 자신의 집이 좋다고 말했고, 죽을 때까지 그 집에 머물렀다.


살아생전에는 눈엣가시 취급이었던 키아로스타미 집을 갑자기 이란의 문화적 정체성으로 둔갑시키는 저 전쟁의 수사가 그래서 한없이 누추한 것이다.


자파르 파나히가 사랑하는 조국은, 그리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끝까지 머물던 이란은 확실히 페르시아인들의 자긍심과 고집이 구현된 어떤 곳이리라. 제국주의 폭력에 시달리지도, 신정 독재 체제에도 지배당하지도 않는, 지적이고 고집 센 평범한 이란 민중들의 조국. 


 저 두 영화감독에게는, 자신은 정작 런던에 살면서 미국을 향해 얼른 가서 이란을 폭격하고 레자 팔라비 왕국을 만들어 달라고 주접을 떨던 다른 이란 영화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같은 이들이 갖고 있지 않는 품격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이 만든 영화들만큼 귀하고 소중하다.


 다시 감옥과 전쟁터로 돌아간 자파르 파나히. 어쩌면 지금 이란 시민들의 마음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두 개의 거대 폭력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을,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뒤돌아가는 그 자존심과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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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파르 파나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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