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비행기 안에서 심정지 위기에 놓인 외국인 여성이 기내에 탑승했던 전문의들의 신속한 대처로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김정환 강남을지대병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털어놨다.
당시 기내에는 세계가정의학회 아시아태평양지역 학술대회 참석하기 위해 대한가정의학과 이사장인 김철민 서울성모병원 교수, 김정환 교수, 명승권 국립암센터 대학원장 등 총 7명이 탑승해 있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에 "의사 선생님이 계시면 도와달라"는 '닥터콜'이 울렸다.
당시 현장에 있던 김정환 교수는 "일어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약 2초 간 고민하는 사이 내 앞에 앉아있던 김철민 이사장이 가장 먼저 벌떡 일어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후배인 내가 안 일어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환자 쪽으로 가보니 안색이 창백한 한 필리핀 국적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화장실 문 앞에 쓰러져 있다"며 "승무원 두어 명이 그녀를 둘러싸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철민 교수는 환자의 혀가 뒤로 말려 들어가 기도 확보가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 기내에 비치된 후두마스크(LMA)를 삽입했다. 김정환 교수는 기내에 비치된 청진기로 호흡을 확인하며 수동식 인공호흡기(앰부백)를 동원해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김정환 교수는 "환자 호흡음이 너무 약해 이러다 호흡이 멎을 것 같았다"며 "자발적 호흡이 점차 약해지는 걸 느끼고 일단 앰부백을 짜 강제로 인공호흡을 시키기 시작했는데 수축기 혈압이 80 이하로 떨어지면서 곧 심정지까지 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비행기 안에서 이 환자에게 할 수 있는 건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며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회항 여부를 묻는 기장의 질문에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일이었다"고 했다.
다른 자리에 앉아 있었던 의사들도 환자 곁에 모여 3시간 30분 동안 응급처치를 도왔고 환자는 점차 의식과 호흡을 회복했다. 떨어져 가던 혈압도 다시 올라 수축기 혈압이 190~200까지 올랐다.
김정환 교수는 "이제는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자의 의식도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고 작은 질문에 고개를 움직이거나 눈을 깜빡이면서 답을 할 수 있는 정도였다"고 했다.
의료진들은 환자 곁을 지키며 약 3시간 30분 동안 응급처치를 이어갔고, 환자는 점차 의식과 호흡을 회복했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직후 환자는 대기 중이던 현지 의료진에게 인계됐으며, 승무원들은 끝까지 치료에 힘쓴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환 교수는 "비행기를 타면서 닥터콜을 받는 경험은 간혹 있지만 이 정도의 위중한 환자를 만나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라며 "특히 마침 이렇게 많은 의사가 학회 참석을 위해 한 비행기에 타고 가는 경우에 이런 환자를 만나는 일은 더 드문 경우일 것"이라고 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학회에 가던 의사들을 만났다니 천운이다", "너무 잘하셨습니다. 소중한 생명 구했네요.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하늘에서 어벤져스를 한꺼번에 만났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수연 기자 (newssu@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