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이달 말 부인 커밀라 왕비와 함께 미국을 방문키로 확정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척이나 기뻐하는 모습이다.
마침 올해는 미국이 영국 식민지로 남길 거부하고 독립을 선언한 1776년 이후 250년이 되는 해인 만큼 영국 국왕이 국빈으로 미국을 찾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가 위대한 나라(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에 이 중대한 행사는 더욱 특별할 것”이라며 “내가 깊이 존경하는 국왕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찰스 3세의 방미 소식에 영국 국내 여론은 찬반이 엇갈렸다. 찬성하는 이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분열 위기에 처한 가운데 대서양을 사이에 둔 양국 정상의 만남이 동맹의 재결속에 보탬이 될 것이란 희망을 드러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간에 맺어진 깊은 전우애를 토대로 한 이른바 ‘영·미 특수관계(special relationship)’의 공고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믿음도 있다.
반면 트럼프의 대외 정책에 비판적인 이들 사이에선 “트럼프가 영국 해군을 ‘장난감’이라고 한 뒤 국왕이 미국에 가는 것은 굴욕”이란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다. 요즘 미국·이란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트럼프가 “영국 도움은 필요없다”며 영국 해군 항공모함을 “장난감”으로 폄훼하고 조롱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중간 선거가 오는 11월 예정된 가운데 “트럼프는 선거를 앞두고 개인 홍보 목적으로 영국 국왕의 방미를 활용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에선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찰스 3세가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 사건 피해자들과 만나 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자살했는데, 과거 그가 전 세계 유력 인사들을 별장으로 초대해 성접대를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찰스 3세의 친동생 앤드류(66) 전 왕자가 대표적이다. 영국 왕실은 앤드류의 왕자 신분을 박탈하고 평민으로 격하시켜 요즘은 ‘앤드루 마운트배튼’이라는 자연인 이름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