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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는 실감

무명의 더쿠 | 04-01 | 조회 수 5144

미국의 비평가이자 여권운동가 리베카 솔닛(RebeccaSolnit)이 소개한 정의에 따르면, “강간 문화란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을 말한다. “일부 젊은 남성들이 몸담은 하위문화로서 여성을 조롱하고 희롱하는 특징이 강한 문화를 묘사하는 표현처럼” 쓰이기도 한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은 강간 문화에 대해 ‘한국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디시인사이드의 대학 갤러리에서 ‘전쟁 나면 OO학과의 ××를 강간하고 싶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이 같은 게시판 문화가 대학 내 익명 게시판과 단체 채팅방으로 이어졌다. 강간 문화는 폭력 자체를 ‘섹시한 것’으로 취급하고, 성폭력은 ‘섹스라는 모험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작은 실수’ 정도로 사소화한다.
 
반면, 많은 경우 여성들은 강간을 당할까 두려워하며 조심하며 자란다. 나 역시 살면서 ‘만약 강간 위험에 처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수시로 머릿속에 그려보았고, 그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친구들과 대화한 적도 많았다. “따르는 척하다가 급소를 공격해야지”, “주온에 나오는 귀신처럼 몸을 까뒤집고 네 발로 기어갈 거야. 그럼 안 건드릴걸?”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지만 진담이었다. 그 정도로 강간은 체화된 위협이었고, 평소 나와 친구들이 머무는 장소와 시간을 제약했다. 어느 밤, 모르는 남성이 내게 접근해 위협을 느낀 일도 몇 번 있었다.

 

이것이 여성의 ‘보통의 삶’이 되는 것에 대해 남성들은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리베카 솔닛의 저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김명남 옮김, 창비, 2015)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지난여름, 누군가가 내게 편지를 보내 대학 수업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강사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강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들을 취하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젊은 여학생들은 자신들이 늘 교묘한 방식으로 경계하고, 세상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사전에 조심하며, 기본적으로 아주 자주 강간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내게 글을 쓴 남자가 덧붙이기를, 남학생들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세상을 가르는 간극이 일순간이나마 갑자기 가시화된 순간이었다.”
 
드러내어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뿐, ‘강간’이라는 단어로 많은 남성과 미디어, 대중문화가 은연중 여성을 통제하고 기존의 성별 권력구조를 강화한다. 페미니스트 작가 이라영은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동녘, 2018)에서, 언론이 나서서 강간을 부추기고 공유하는 상황을 비판하며 말했다. “모든 남자가 강간범은 아니어도 모든 여자는 강간을 조심하도록 길러진다. 그것이 바로 강간 문화다.”

 

민바람 ilda@ildaro.com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7/000000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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