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라는 문구 흔적만 남기는 한 기부자가 이번에는 대전 공장 화재로 희생된 이들을 위해 500만원을 조용히 놓고 떠났습니다. 이 기부자는 9년째 7억원 넘게 익명 기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익명의 기부자가 남긴 손편지와 국화꽃, 그리고 기부금. 〈사진 제공=사랑의열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1시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발신 번호 표시가 제한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사무국 앞에 성금이 담긴 박스를 두고 갔다”는 짧은 통화였습니다. 밀봉된 상자 안에는 현금 500만원과 국화 한 송이, 그리고 손편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기부자는 “대전 자동차부품 공장 화재로 희생된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하며 깊이 애도한다”며 “유가족께 위로를 전하고 부상자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작은 정성이지만 화재 성금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편지 끝부분에는 '2026년 3월 어느 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라는 표현은 한 기부자가 익명으로 기부금을 전달할 때마다 남기는 표현입니다. 필체도 비슷했습니다.
해당 기부자는 2017년부터 연말연시나 가족 재난과 사회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꾸준히 익명 기부를 해 왔고, 누적 기부금만 약 7억5000만원에 달합니다.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에는 "약소하나마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유가족분들께 전달되길 바란다"며 1000만원을 놓고 갔는데 당시 편지 끝에는 '2022년 11월 어느 날'이라고 남겼습니다.

'어느 날'이라는 문구만 남기고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익명 기부자의 손편지와 기부금. 〈사진제공=사랑의열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사회적 아픔에 공감하며 조용히 나눔을 이어온 기부자의 뜻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마음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성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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